침묵으로 가는 길

그대는 없다

박희욱 2009. 9. 30. 08:48

신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자석의 N극만 아는 사람이다

신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자석의 S극만 아는 사람이다

유신론자나 무신론자나 모두 반쪽이다

반쪽끼리는 그래서, 끝없이 싸운다

 

자석은 N극이기도하고, S극이기도  하면서

N극도 아니며, S극인 것 또한 아니듯이

신 또한 '있슴'도 아니며, '없슴'도 아닌

초월적인 '없슴'의 '있슴'이다

 

사람들은 몸이 자신이라 여기기도 하고, 마음이 자신이라고 여기기도 하고

때로는 몸과 마음이 자신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본래 몸과 마음은 하나이며

그 몸마음은 단지 찰라적으로 존재할 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삶 또한 찰라적인 것으로 느껴지고

따라서 그들은 삶을 서두르고, 항상 긴장하고,

마음이 스며있는 몸에 집착하면서

삶에 쫓겨서  종래에는 죽음으로 밀려난다

 

그대 존재의 본질 또한

마음도 아니며, 몸도 아니며

그것은 신과 마찬가지로 있슴도 아니며 없슴 또한  아니다1

그대는 초월적인 '없슴'의 '있슴'이다

 

그러니 모든 집착을 버리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그래서 깊은 이완과 함께

깊은 침묵속으로 침잠하라

 

 

 

  1. '있슴'과 '없슴'은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항상 동반하는 관계다. 다시 말하면 '있다'라고 말할 때는 '없다'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한 개념이다. 서구언어(is, is not)와 중국어(有, 沒有)에는 '있다'와 별개의 '없다'가 없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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