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최후에 남는 것

박희욱 2012. 4. 5. 18:34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들,

테니스, 바둑, 트레킹, 자전거, 그림그리기, 여행, 음악감상 등, 여럿이 있다.

 

이 중에서 테니스는 이미 나의 곁을 떠났고, 바둑도 거의 떠난 것이나 다름없다.

나머지도 언젠가는 나의 곁에서 떠날 것이다.

건강을 잃어서 그럴 수도 있고, 돈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며,

다른 좋은 것에 밀려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돈이 없어도, 건강을 잃어도 최후까지 나와 함께 할 것은 순수음악이다.

나에게 청력만 남아 있다면 음악은 영원히 나의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오랫동안 독방에서 갇혔다가 돌아오는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에게

동료죄수들이 위로의 말을 건네자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어. 난 모짜르트와 함께 있었거든. 그의 음악은 내 머리속에 다 있어.

이건 누가 뭘 어떻게 한다 해도 결코 빼앗을 수 없는, 내 안의 강력한 힘이야!"

 

나에게 있어서도 듀프레인처럼, 음악은 내가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하나의 동력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듀프레인 처럼 음악을 머리속에 기억할 수 있는 음악적 재능은 없다.

 

그러나 나에게는 신조차도 앗아갈 수 없는  영원한 것이 있다.

그것은 내면의 침묵이다.

그 침묵은 시간과 공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 침묵은 없슴이며, 그것은 없슴에 의한 있슴이다.

 

色卽是空

空卽是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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