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ern Europe

스타방게르(Stavanger)

박희욱 2013. 9. 1. 17:36

 

 

 

6월 5일(수) 흐림, 비

 

새벽에 빗방울이 돋아서 얼른 나가서 어제 빨아 놓은 빨래를 걷었다.

다시 잠시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서 보니 하늘 한쪽이 푸르다 싶었는데 곧 다시 흐려지고 말았다.

날씨야 어찌 되었건 일단 부두로 나갔다. 거기서 페리 운항스케쥴을 아무리 궁리해 보아도 Lysebotn을 통하여 Kierag에 다녀오는데는

2박 3일은 잡아야할 것 같아서 포기하고 말았다. 성수기에 페리운항 횟수가 많을 경우는 1박 2일에 가능할 수는 있겠다.

대신에 리세피오르드(Lysefjord) 크루즈를 Nkr 420에 질러버렸다. 한국에 돌아가면 지를려 해도 지를 수 없는 것 아닌가.

 

항구에서 버거킹 다블빅맥만 주문했는데(감자칩과 콜라는 제외) Nkr 79. 이것도 독일의 두배쯤 되는 것 같다.

물가가 장난이 아니다.

 

옛날 유럽에 첫 배낭여행을 갔을 때 런던의 물가에 쇼크를 받았다. 숙박비, 교통비, 관람비 등은 절약할 수가 없었다.

숙박은 호스텔에서 했으니 절약할 것이 없고, 교통비는 유레일 패스 외에는 걸어다녔으니 이것 또한 절약할 것도 없고,

유럽에까지 와서 관람료을 절약하자면 안 오는 것이 나을 것이고,

결국 절약할 수 있는 것은 먹는 것 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한 끼, 두 끼 굶은 적이 많았고,

심지어 다섯 끼를 굶다시피 하면서 돌아다녔던 적이 있었다.

독일 퓌센에서 자고 다음날 뮌헨을 구경하고나서 야간열차로 벨기에의 브뤼헤까지 갈 때였다.

배가 정말 고프면 눈꺼풀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그것을 경험하였다.

벨기에로 가는 열차칸에서 엎드려 있는데 정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그렇게 궁상을 떨었던 것은 소액을 환전할 때는 환전 수수료가 무려 15%인데다가, 

구경한다고 정신 없이 돌아다니느라 환전소를 찾아갈 시간이 없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저녁 늦게 어두워질 때까지 쉴새없이 돌아다녔다.

그때만 해도 내가 언제 다시 유럽에 구경을 올 수 있겠는가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러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2배는 관광을 했을 것이다. 물론 돌아올 때는 형편없는 몰골로 돌아왔다.

스위스의 체르맛에서 멋도 모르고 3,750m까지 트레킹을 하다가 강력한 햇살에 얼굴 한쪽의 껍질이 훌러덩 벗겨져 버렸다. 귀

국하고 보니 안그래도 갈비나 다름 없는 체격에 체중이 7kg이나 빠져 있었다.

그당시 한국 배낭족 학생들 사이에는 이런 구호가 있었다.

'배낭족 신조1-한 번 먹으면 언제 다시 먹을 줄 모른다. 한 번 먹을 때 많이 먹어두자!'

 

아직도 기억나는 눈빛이 있다.

스위스 어느 길가의 벤치에서 나는 참치캔을 따서 그것을 식빵에 싸서 게글스럽게 먹고 있었는데 어떤 노인 나를 물끄러미 쳐다 보고 있었다.

그것조차도 나는 마음껏 먹지를 못하는 형편이었으니까 그 노인의 눈빛쯤은 무시해야 했다.

그런 것이 지금 내가 이렇게 여행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속담은 내게는 해당되지 않는 속담이다.

 

 

 

 

캠핑장의 아침

 

 

 

 

며칠전에는 어느 옛 제자가 교수님처럼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한비야씨는 자신의 어느 여행기의 말미에 이렇게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단순하게 살자. 따뜻하게 살자,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자.'

나도 매우 공감을 했고, 지금도 공감하고 있다.

 

단순하게 산다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일까.

그것은 생각을 줄이면서 사는 것일 게다.

생각을 줄일려면 자신의 생각을 신뢰하면 안된다.

소는 생각이 없슴으로써 단순하게 산다.

 

따뜻하게 사는 것은 또 어떻게 사는 것인가.

생각이 많은 사람은 따뜻할 수가 없다.

생각은 결코 따뜻하지 않기 때문이다.

잉꼬는 생각이 없슴으로써 따뜻하게 입을 맞춘다.

 

또 어떻게 하면 하고 싶은데로 하면서 살 수 있을까.

그것은 무엇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음으로써만이 가능하다.

아무런 생각이 없는 사람은 아무런 욕망이 없고, 욕망이 없는 사람만이 하고 싶은데로 하면서 살 수 있다.

야생마는 생각이 없슴으로써 평원을 자유롭게 달린다.

 

 

 

스타방게르 부두와 마켓광장

 

마켓광장 앞의 부두

 

 

 

 

마켓광장 앞

 

 

 

 

 

 

 

 

 

마켓광장

 

 

 

 

스타방게르 대성당

 

 

 

 

 

 

 

 

 

 

 

 

 

 

 

 

 

 

 

 

 

 

 

 

 

 

 

 

 

 

 

 

스타방게르 구시가

 

굳이 둘러볼 필요는 없는 곳이었다.

 

 

 

 

 

 

 

 

 

시립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