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위기의 순간

박희욱 2021. 8. 30. 09:07

미국 LA에서 포틀랜드로 가는 열차칸에서의 일이었다.

 

앞좌석의 어떤 아가씨가 팔거리에 몸을 기대고 매혹적인 모습으로 잠을 자고 있었다.

 

몇번이나 망서리다가 용기를 내어서 -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드시 - 조심스레 카메라를 집어들었다.

 

"찰칵!"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자고 있다고 여겼던 그 아가씨가 눈을 부릅뜨는게 아닌가!

 

남의 나라 땅에서 여지없이 파렴치한 성추행 몰카범으로 걸려들 찰나였다.

 

당황한 나는 얼떨결에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I'm very sorry, pardon me!"

 

"I was obliged to click your feature. So you'r very, very beautiful!"

 

그러나 그 아가씨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거두지 않았다.

 

위기의 순간에 이것저것 가릴 것이 없었다.

 

"I'm a paintist. So I'd like to paint your feature."

 

"It's true! please watch your feature."

 

그래도 그 아가씨는 어처구니없어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급한 마음에 이렇게 둘러댔다.

 

"I'll paint this picture on my canvas, and you'll find it in a fine art musium in someday!"

 

내 말을 듣고 있던 중년의 옆좌석 아주머니가 피식 웃었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성추행범으로 걸리는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흐이유!"

 

 

 

 

 

 

 

 

그 이후, 나는 그 아가씨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이 그림들을 가지고 어느 미술관을 찾아갔다.

 

그 미술관 큐레이터에게 찾아온 자초지종을 말하고 이 그림을 벽에 좀 붙여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자 내 그림을 힐끗 쳐다본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런 그림이라면 우리 미술관 벽면을 100배 늘려도 붙일 자리는 없어요!"

 

얼굴이 벌개진 나는 뺨을 얻어맞을 새라 황급한 걸음으로 달아나는 수밖에 없었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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