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쌍둥이형 대한민국

박희욱 2023. 2. 14. 07:05

그는 사실상 나의 쌍둥형이었다.

내가 태어났을 때 바로 내 곁에 누워 있었고, 우리는  같이 자라났다.

우리집은 이웃의 어느 집보다 가난해서 보릿고개가 극심했다.

못 먹어서 허약했던 그 쌍둥이형은 자라나서 헝거리복서처럼 열심히 일했고,

운좋게 좋은 이웃이 있어서 돈을 많이 벌었고, 마을 사람들로부터 부자라는 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돈만 쫓으면서 세월을 보내다보니 어느새 형은

돈에 취해서 정신을 돌볼 겨를이 없었고 정신이 피폐해져 갔다.

그래서 이미 오래전부터 그는 점점 나와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이웃사람들도 쌍둥이형을 보고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고도 했다.

모든 질병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아니나 다를까, 그 쌍둥이형은 신체의 곳곳에서 암세포가 퍼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이미 손쓸 길이 없어서 아무리 돈이 많아도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 

비록 내가 동생이지만 도리없이, 사랑했던 그 쌍둥이형을 포기해야겠다.

긴 세월 함께 살아왔던 정을 때기가 어렵지만, 안쓰런 마지막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잘 가시라!

(그 암은 우리집안 유전인자의 발현이었고, 그 쌍둥이형은 바로 대한민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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