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데,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황사의 몇배나 되는 캄신이 분다. 눈앞이 캄캄하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자전거 여행을 한다는 말인가! 나는 승용차 안에서도 입을 막는데 이 사람들은 길거리에서도 아무도 입을 막는 사람이 없다.
첫 인상은 도시가 매우 우중충하다. 아무 것도 좋은 것이 없다. 예상보다는 매우 후진적이라서 인도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보인다. 유럽과 지척인데도 불구하고 발전하지 않는 것이 의아스럽다.
이곳 사람들은 답답하고 느려터져서 속터져 죽는다고 민박집 주인은 말한다. 그것이 종교적 영향인지, 자연과 기후적 영향인지, 과거 2,300년간 이민족의 지배를 받음으로써 민족성이 완전히 수동적으로 변해버린 것인지 모르겠다. 현대 이집트의 건국의 아버지 사다트는 말하기를 이집트는 독재체제가 알맞다고 하였다던가?
무바라크 대통령궁 앞을 지나가면서 운전사에게 무바라크를 좋아하느냐고 물으니 전혀 아니란다. 그는 26년간 장기 집권을 하고 있단다(나는 노 머시기라는 사람이 6개월 쯤 전인가 여기를 다녀갔다는 사실을 몰랐다 - 민박집 주인 자녀와 그 사람 부부가 함께한 사진을 여기서 보았다) 무바라크의 수준이 이집트 국민의 수준이고, 한국의 대통령 수준이 바로 평균적인 우리 국민의 수준이지 않겠는가. 쓸데 없는 소리 미안!
민박집은 도미토리가 1일 $20. 아침 포함. 거리에서만난 한국 배낭족들은 6,000원 짜리 호텔에서 묵고 있단다. 투숙객은 수단 대사관 직원 가족과 10개월 세계일주여행에 나선 60세 부부, 그리고 나. 투숙객이 없어서 방을 홀로 쓰고 있다. 그 부부는 여행에 대한 열정이 나보다는 훨씬 대단하였다.
이집트에서 도대체 알 수 없는 것이 거리에 경찰들이 너무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 들은 아무 할일 없이 거리를 서성거리거나 멍한히 앉아 있다. 아마도 사회주의적 체제 때문이 아니겠는가. 아직도 사회주의적 성향의 사람이 한국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카이로 시내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최악이다. 복잡한 교통량, 매연, 신호등이 별로 없고, 건널목을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도로를 건널 때는 각자가 알아서 자기 목숨을 챙기고 잽싸게 뛰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자전거를 가진 나는 도로를 건너기가 대단히 힘들다. 그리고 거리에서 자전거를 거의 볼 수 없는 것도 의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