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terranean 5

지중해5개국38-터키/카파도키아7(Turkey Cappadokia)

박희욱 2009. 5. 16. 06:14

 5월 18일

 예보대로 비가 많이 내린다. 관광지에서 비가 내리니 할 일이 없다.

 인터넷으로 멋쟁이 라이더 카페에 사진이나 올렸는데 무려 5시간이나 걸렸다.

 한국의 젊은 친구들이 새로 많이 들어왔다. 어제 밤은 도미토리에 혼자 잠을 잤는데,

 한국의 총각 2명과 낭자 2명이 들어왔다. 그야말로 한국사람이 전세를 낸 것 같다.

 대체로 2~3일 지내고 떠나므로 오늘 5일째인 내가 최고참이다.

 

오늘 아침에도 한국사람 2명과 일본 오사카에서 온 여성 1명을 데리고

뒷동산에 올라가 괴레메 지역의 개략을 설명하여 주었는데,

내가 오사카성을 방문했던 것을 얘기했더니 정작 그 일본 여인은 아직 가보지 않았다고 한다.

믿기지 않는 황당한 일이다. 그런데 한국 낭자 하나도, 아직 제주도를 가보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일이 그리스에서도 있었다.

마테오라에서 불과 22km정도 떨어진 곳에 살면서도 구경하지 못했던 사람을 보기도 했다.

내게는 놀라운 일이었다. 정말이지 등장밑이 어둡다는 우리의 속담이 하나도 틀림이 없다.

나의 첫 배낭여행 때 출국하는 비행기에 동승했던 여인도

독일에서 간호원으로 4년 근무하면서도 유럽을 구경하지 못해서 세월이 지난 지금 다시 가본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렇게 이 지구별에 살 때는 제대로 살지 못하고,

이 지구를 떠나야 할 때가 오면 삶이 끝나는 것을 비로소 아쉬워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저녁에는 한국낭자 4명과 마리카, 그리고 나와 함께 9시에 시작하는 Turkish night에 갔다.

마리카는 그렇게 미인은 아니었지만 왠지 친근감이 가고 마음이 이끌리는 여인이었다.

그녀는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의 근교에서 초등학고 교사인데 자신을 처음에는 사진작가로 소개했다.

미혼이라 하길레 왜 결혼하지 않으냐고 하니까 집에 남자 친구가 있단다. 동거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앞으로의 세상은 서로 사랑하고 아기를 가지기 위하여 결혼하는 시대와는 멀어져 갈 것 같다.

다만, 자식의 양육에 필요한 국가의 지원과 세금감면을 위하여 결혼하는 그런 시대가 오지는 않을까 한다. 

남성과 여성의 관계는 우리가 지향했던 사랑의 관계가 아니라 전적인

섹스교환의 관계로 완전한 변질을 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내가 너무 시대착오적인가? 이미 그런 시대로 돌입한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내가 촬영한 사진을 보자고 하기에 보여줬더니 "Excellent!"라 하는데 괜한 공치사는 아닌 것 같다. 

사진하는 친구도 나에게 사진을 찍어보라고 한 적이 있지만 그만 사양했다.

돈과 시간이 드는데다가 좋은 작품을 하나 건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이다.

사실, 전시회에 가보면 나를 만족시키는 사진을 보기가 쉽지가 않다.

그리고 구미에서는 사진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것은 벌써 긑난지가 오랜 것 같다.

그렇다고 전위적인 사진작품이 내 체질인 것도 아니다.

 

혹시 우리끼리만 썰렁하게 구경하는 것이 아닌가 염려했는데 손님들로 좌석이 적당히 찾다.

패키지 투어로 온 한국인 단체손님도 많았다.

공연은 데리쉬라는 춤으로 시작하여 여러가지 민속춤이 선보이고,

수피의 춤 세마가 공연된 다음에 메인 댄스인 벨리댄스가 추어졌다.

물론, 밸리 댄스도 좋았고, 밸리 댄서도 좋았지만, 나는 옆에 있는 마리카가 더 좋았다.

 

마리카 때문에 세마를 유심히 관찰한 것은 아니지만,

그 종교적 의미를 몰라도 춤 자체의 아름다움이 전해져 왔다.

이상한 것이 그렇게도 단순한 회전동작이 그러한 어떤 아름다움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어쩌면 아름다움은 단순한 것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

래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는 아내에게 심플한 디자인의 옷을 선택하라고 권한다.

 

이 단순함을 말하니까 생각나는 영화 장면이 있다. '허리케인'이라는 오래된 영화인데,

남태평양 토인여성들이, 단순하고도 일정한 리듬의 드럼에 맞춰서 엉덩이로 춤을 춘다.

사실, 춤이라기 보다는 엉덩이로 시계추처럼 단순히 왔다 갔다하는 동작이라고 하는 것이 낫겠다.

밸리댄스와는 정반대로 아주 느린 동작인데도 불구하고

거기서 말할 수 없는 관능적인 아름다움이 넘쳐나오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다.

그때 영화카메라는 예리하게도 그것을 구경하고 있는

주연 여배우가 의자의 팔걸이를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꼭쥐는 것을 포착하고 있었다.

나는 그 영화의 감독의 경이로운 감각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세마는 정통 이슬람교가 아닌 이슬람 신비주의 수피즘의 한 종파인 터키의 메블라나 루미 종파의 종교적인 춤이다.

루미는 교리에 관한 자신의 지식은 물론이고 인간의 지성으로서는 신과의 합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노래와 춤을 통하여 그것을 성취하고자 하였는데, 그 춤이 세마이다.

쉽게 말하자면, 경전을 읽고 기도를 하느니 춤과 노래로 승부를 보자는 것이라 하겠는데,

좀 지나친 말일지는 모르겠다. 어떻든 나에게는 세마가 흥미롭다.

 

우리의 테이블은 맥주, 와인, 보드카 등이 간단한 안주와 함께 놓여졌는데,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마리카는 아예 술을 입에 대지도 않는다.

내가 와인도 마시지 않는 유럽인도 있느냐 하니까 자기가 있지 않으냐고 응수한다.

그래서 술은 나의 독차지가 되었는데, 다른 테이블에서는 추가로 술을 더 주문하고 난리가 났다.

보드카는 겁이나서 마시지 못했지만 이날따라 나의 목구멍속으로 와인과 맥주가 술술 들어가는 것이

내가 생각해도 신기했다. 이것이 객기인가 보다. 아니다. 이것은 순전히 마리카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총각이 처녀에게 구애하는 모습을 춤으로 나타내는 공연이 있은 후,

관객들이 홀에 나가서 춤추는 시간이 있었는데, 한국낭자들이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 같았다.

이러한 모습은 그 유명하다는 독일 뮌헨의 호프브로이 하우스에서도 목격하였다.

해외여행을 조금만 해보아도 한민족이 가무를 좋아한다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블루스 타임에 나는 마리카와 함께 춤추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사이에 다른 서양여인에게 붙잡혀버렸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녀와 춤을 춰야 했는데, 그녀 또한 더 젊고 더 멋진 여성이었다.

나는 마리카의 모습을 찾지  못했는데, 아마도 섭섭했을 것이다.

이것은 내 생각일 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열기구를 타고 싶었지만 호주머니 사정상 참아야 했다.

 

 

 

 일출시각에 1시간 비행한다.

 

 

 

 

 수피(이슬람 신비주의자)들의 춤 세마

 

 

 

 네델란드에서 온 사진작가 겸 초등학교 교사 마리카

 

 

 

 한국 낭자들

 

 

 

 

 

 

 

 

 

 

 

 

 

 내 앞에 있는 와인병을 모두 비운 것은 밸리댄서 때문이 아니라 마리카 때문이었다.

 

 

 

 

 

 

 

 

 언행이 조신하면서도 지성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세계 어디로 가나 이런 곳에서는 한국 낭자들이 분위기를 장악하는 것 같다.

남미에 가면 몰라도.

 

 

 

 

 

 

 

 

 마리카의 춤추는 제스쳐는 큰 키에 어울리지 않게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