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terranean 5

지중해5개국40-터키/앙카라 가는 길(Road to Ankara)

박희욱 2009. 5. 16. 06:55

5월 19일

오늘은 앙카라로 향하여 출발하는 날.

엊저녁 마신 술기운이 아침까지 남았다. 마리카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방 앞에서  노크를 하려고 망설이다 뒤돌아서고 말았다.

여기서 관광할 것이 더 남았더라면 그녀에게 데이트를 신청하여  함께 트레킹을 하였을 텐데, 어

제도 비가 오는 바람에 하루를 쉬어버렸기 때문에 오늘은 출발하여야 했다.

한국의 젊은이들과만 작벽을 하자니 아쉬움이 남았지만 여행자가 뭐 그런 것 아니겠는가.

 

어제 비가 온 뒤라 날씨는 상쾌하였다.

맑은 하늘에 적당한 구름이 떠있고, 페달을 밟으니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일사가 약간 강하여 조금 덥기는 하나, 자전거 탈 때는 서늘한 것보다는 좋다.

도로의 경사도 완만하여 주행하기가 좋은 정도였고, 지나가는 차량들이 심심찮게 격려성 크락션을 울려준다.

오늘은 90km의 주행에서 멈춰야 했다. 목표였던 110km 지점에는 숙소가 없단다.

 

그래서 Aksaray에서 숙박을 해야 했다. 바로 곁에 4스타급 호텔이 있었는데

55YTL을  요구하는 것을 40YTL로 깍아서 막상 지불하려니 터키리라가 아니라 달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양해를 구하고 뒤돌아 나왔다.

영어가 잘 통하는 사람도 없고, 주위에는 호텔이 보이지도 않고,

호텔 위치도 아는 사람이 없었는데, 알고 보니 다운타운은 그곳에서 제법 많이 떨어진 곳에 있었다.

어렵사리 Yuvan hotel을 찾아서 들어가니 25YTL이란다.

그래서 아침 6시에 출발하므로 조식을 먹을 수 없다는 핑게로 20YTL로 깍았다.

 

여장을 풀고 샤워를 한 다음에 시내에서 저녁을 먹고, 내일 아침과 점심을 위한 샌드위치를 준비했다.

누군가가 문명의 이기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은 따뜻한 물에 샤워하는 것이라 했는데 나도 동감한다.

 

 

 

 카파도키아의 괴레메를 출발하여 앙카라로.

 

 

 

 

 

 

 

 

 

 

 

 

 

 

 

 

 

 

 

 아나톨리아 고원은 그렇게 기름져 보이지는 않았지만 광막했다.

 

 

 

 

 

 

 

 

 

 

 

 

 

 

 

5월 20일

 

화장실에 가느라 오전 6시 50분에 출발했다. 아침에 화장실에 여러번 나눠서 가야하는 못된 버릇이 생겼다.

하늘은 맑았으나 서쪽하늘에 일부분 검은 구름이 차지하고 있고,

광활한 공간에 운무인 듯한 것이 끼어 있어서 쾌청하지는 않았다.

도로가 평탄하고 바람까지 뒤에서 불어주니 페달링이 가볍다.

그러나 오후 3시쯤 되자 노견도 없는데다가,

도로를 재포장을 하기 위한 전단계로 포장면을 기계를 사용하여 긁어 놓았다.

그래서 대형트럭이 지나갈 때마다 신경이 곤두섰다.

게다가 왼쪽 측면에서 바람이 강하게 불어와서 무척 애를 먹어야 했다.

다행히 적절한 위치에 운전자들을 위한 모텔이 있어서 오늘의 주행을 마치고 11시간 동안에 135km를 달렸다.

 

나는 오늘 강도를 만났으나 운이 좋았다.

도로를 주행하고 있었는데 앞쪽에서 소변보는 척하고 있던 놈이 나를 불러세웠다.

"어디서 왔나?"

"코리아"

"나는 사우디 사람이다" 나는 반가웠다.

"나도 사우디에 일하러 간 적이 있다"

"한국돈 있나?"

"왜?"

"나 화폐수집한다"

"이게 1만원짜리야."

"달러로는 얼마냐?"

"$10달러 쯤이야"

그놈은 $100달러짜리 돈뭉치 중에서 한 장을 꺼내며,

"$90달러를 거스려 줘!"

"나 달러 없어!"

"어디보자" 그 자식이 남의 핸드백을 뒤지는 것이 아닌가!

"손대지 마!"

그 놈이 주춤하더니 여행자수표도 없느냐면서 또 뒤지려 한다.

나는 의심이 나서 백의 쟈크를 닫고, 1만원 지폐를 돌려 받았다.

대단히 불쾌하긴 했지만 화를 낸 것이 좀 미안했다.

그래서 그 놈에게 1,000원 짜리 지폐를 내어 주었다.

한국지폐는 귀국할 때 사용하려고 준비해 두었던  것이다.

그놈은 달러나 여행자 수표가 없다는 것을 확인 한 후 나에게 손을 흔들고 사라졌는데,

차 안에는 덩치가 당당한 놈이 한 놈 앉아 있었다.

이런 멍청이! 그 놈들이 가고나자 비로소 그 놈들이 강도였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렇게도 눈치가 늦어서야! 나는 강도들에게 스스로 백을 뒤집어 보여 준 것이다.

그리고 국가재산인 1,000원짜리 지폐를 불법유출시킨 것이다.

그후 한참 동안이나 나는 화를 내야 했다. 그 강도에게가 아니라 내 스스로에게!

그 놈이 사우디 사람이라 한 것도, 달러 뭉치를 보여준 것도 나를 안심시키기 위한 짓이었고,

그들은 내 뒤에서 달려오다가 나를 추월해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돈도 빼앗기지 않고, 몸도 다치지 않았으니 다행한 것은 사실이이었다.

보다시피 이런 광막한 들판에서 두 놈이 나에게 무슨 짓을 해도 내가 어쩌겠는가.

오직, 두 다리를 믿고 36계를 놓는 수 밖에!

 

 

 

 

 

 

 

 

 소금 호수

 

 

 

 

 

 

 

 

 

 

 

 

 

 

 

 

 

 

 

 

 

 

 

 

 

 

 

 

 바닥에 보이는 것이 모두 소금이다.

 

 

 

 이런 광막한 곳을 혼자서 달리면 기분이 좋다.

그러나 정면에서 부는 바람을 만난다면 고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