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일
크레타섬의 이라클리온에서 쾌속선으로 100km 정도 북쪽에 있는 산토리니섬에 오전중에 도착하였다.
이 섬은 에게해(그리스와 터키 사이의 바다)에 있는 3,100여개의 섬들 중에서 가장 그리스다운 섬이라 한다.
섬의 본명은 티라이다. 그래서 지도에는 산토리니라는 섬을 찾을 수 없다.
그러니까 산토리니라는 이름은 일종의 예명같은 것이다.
그런데 그 예명이 너무 유명해져서 이제는 탐탁치 않아 했던 그리스 사람들조차도 이 명칭을 받아들이고 있다 한다.
산토리니섬은 백두산과 같은 칼데라 호수를 가진 화산이 바다에 가라앉아서 형성되었기 때문에
반지와 같은 환상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그러니까 화산섬이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또다른 조그만 화산이 있다.
나는 여행가이드북으로부터 이 섬을 알게 되어서 찾아왔는데,
우리 한국여행자들에게는 TV광고와 드라마로부터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그래도 이번 여행에서 아테네행 비행기에 동승했던 내 친구는 사업상 업무로
아테네를 방문하는 것이 8번째라 하면서도 아직까지도 로도스는 물론이고
산토리니와 미코노스섬도 구경하지 못했다고 했다. 관심이 없으면 등잔밑도 어두운 것이다.
배에서 이 섬의 신항 선착장에서 내리니, 호텔호객군과 승객들을 실어나를 차량으로 복잡하였다.
정신을 가다듬어 보니까 도로는 없고 엄청 높은 수직 절벽이 떡 버티고 있는게 아닌가!
모든 차량과 승객들은 절벽에 붙어서 지그재그로 오르는 가파른 길을 따라 올라가고 나만 달랑 남았다.
그 높은 절벽을 오르자니 어이가 없었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무거운 패니어를 달고 그 졀벽을 기어오르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그 절벽뿐아니라 길도 모르는 초행의 산길을 더듬어서 이 섬의 중심지인
피라 마을을 지나서 목적지인 이아 마을의 유스호스텔까지 주행하기는 무척 힘들었다.
다행히 호스텔은 조용하고, 넓고, 숙박객이 적어서 좋았다.
그런데 주인장은 한국학생들로부터 애를 먹었는지 한국인에 대한 인상은 좋은 것 같지가 않았다.
나에게도 호스텔내에서 지켜야 할 사항을 말해주면서
한국학생들은 예스라고 대답은 하면서도 말은 안듣는다고 불평을 했다. 그
래서 나는 한국사람은 영어가 서툴러서 그러한 것이니 이해해 달라고 하였다.
나에게 산토리니섬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가파른 절벽과 이아 마을의 골목길이다.
내가 골목길 사진을 많이 찍은 것은 그림의 소재로 사용하려고 한 것이다.
그래서 산토리니의 풍경을 사진으로 골고루 나타내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러나, 산토리니섬에서는 골목길을 산책하면서 그 아름다움을 즐길 수 없다면, 관광의 즐거움은 반감할 것이다.
산토리니 신항에서 섬으로 올라오는 도로. 아래에서 쳐다볼 때 까마득한 이 절벽을 타고 오르려니 기가 꽉 찼섰다.
여기에 신혼여행을 와서 이삼일 묵는다면 최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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