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pan(日本)

여행을 마치면서

박희욱 2010. 8. 1. 11:41

 나 같은 사람 즉, 쇼핑이나, 여러가지 여흥이나, 맛있는 음식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도쿄에 가봐야 별 볼일이 없다. 신주쿠를 가도, 하라주쿠를 가도, 시부야를 가도, 긴자를 가도 아키하바라로를 가도 아무 할 일이 없다. 우리와 인종도 같고, 도로도 같고, 자동차도 같고, 지하철도 같고, 건물도 같고, 한자를 사용하는 것도 같으므로 서울에 사는 사람이라면 도쿄에 가봐야 외국에 온 느낌이 들지 않을 것이다. 거의 모든 것이 자동화되어 있기 때문에 일본어나 영어를 할 필요도 별로 느끼지지 않았다.

좀 색다른 것이 있다면 신사 정도가 다를 뿐이고, 음식도 우리가 먹고 있는 우동이나 소바나 라면이나 튀김이나 밥이 많아서 낮설지는 않았다.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 들은 말은,  일본은 자연이 아름다워서 살고 싶은 곳이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내가 본 도쿄 근교지역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비슷한 자연이라서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기대하였던 하코네 또한 나에게는 기대한 만큼 실망이 컸다.  다만, 도쿄와 그 근교지역은 평원이 대단히 넓어서 옛부터 우리나라보다는 풍요로웠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쿄시내의 전철은 여러가지 회사가 있어서 요금체제가 별도로 되어 있으므로 환승이 불편할 줄 알았는데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곧 적응이 되니까 편리해서 다른 시내버스를 이용할 필요성이 없었다. 요금은 거리에 따라서 160엔~230엔 정도였다.

 

숙박비는 유스호스텔이 3,000엔 정도여서 미국이나 유럽보다도 조금 비쌌는데 도쿄근교를 벗어나면 4,000엔 정도인 것 같다.

 

식사는 600엔~1,000엔이면 식당에서 적당히 해결할 수 있었고, 패밀리 마트나 세븐일레븐 같은 곳에는 다양한 종류의 도시락을 파는데 이것을 이용하면 300엔~500엔이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음식이 조금 닝닝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때는 고추가루나 고추장을 가져가면 좋겠다. 장기간 여행할 경우는 한국의 라면스프를 가져가서 일본라면과 함께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여름이라서 물을 많이 필요했는데 200밀리리터 한병에 120엔 정도여서 비쌌다. 1.8리터 짜리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물값을 아끼려고 수도물을 마셨는데 나에게는 도쿄 수도물이 맞지 않은지 화장실에 자주 가야했다. 그러나 도쿄 수도물은 안전해서 그냥 마셔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은 전시장 입장료는 조금 비싸서 800엔~1,800엔 정도였다.

 

여행중에 무더운 날씨를 탓하면서 다녔는데 부산에 돌아와서 보니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애초에 무더운 여름날씨를 각오하고 갔지만 아무튼 여름에는 일본여행을 삼가는 것이 좋겠다.

 

일본으로 여행을 가면서 일본인들의 지나치게 친절하다는 태도가 부담스러웠다. 지나친 친절은 가식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 지나치게 친절하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이것은 아마도 우리나라도 일본의 친절한 상술적 태도를 닮아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특히 관광지 하꼬네에서의 받은 친절은 정말 고마운 것이었다.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일본은 역시 큰 나라였다. 남한에 비하여 영토가 4배, 인구가 3배인 나라다. 우리나라는 무역이 경제규모에 차지하는 비율이 70%인 반면, 일본은10%박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인 측면도 그렇고 문화사적인 측면에서도 일본과 대적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 일본에 뒤질 수 밖에 없었다. 민족성에 있어서도  일본인의 민족성이 국가발전에 유리하였을 듯하다. 복종성, 단결성, 장인적 기질, 그리고 그들이 자랑하는 和의 정신 등이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 편을 갈라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우리 국민성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임진왜란 전에 일본에 사신으로 갔던 신하들도 적을 앞에 두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다가 망한 것이 아닌가.

 

그러나 이제 세상을 바뀌었다. 즉, 글로벌화 시대이다. 이 시대는 국가의 개념이 완하되고 국민 개개인의 역량이 중요한 시대이다. 그리고 시장이 세계시장으로 단일화 되었으므로 조그마한 한반도의 시장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본다. 과거는 과거이고 미래는 이제 얼마든지 일본과 경쟁할 수 있는, 우리에게 좀 유리한 시대로 전환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잘만 하면 작은 우리나라가 큰 일본보다도 유리한 점도 있다. 큰 배보다는 작은 배가 방향전환이 유리한 점이다. 문제는 사공이 많다는 약점도 있다.

  

요코하마 배이사이드 유스호스텔에서 만난 일본남자(45세)는 자기도 여행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88서울올림픽 때 서울을 다녀왔다고 했다. 학창시절에 취미를 조사하면 여행이 취미라고 답하는 학생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실재에 있어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여러 사람과 그룹으로 다니는 관광여행은 여행이라고 보지 않는다). 사람들은 여행을 하지 못하는 여러가지 이유를 대지만 모두다 변명이다. 시간이 없다, 돈이 없다라고들 말하지만 사실은 일과 돈이 더 좋거나 여행보다 더 쉽고 재미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여행은 그만큼 다른 어떤 일보다 외롭고 힘들다. 나는 여행을 제법 많이 한 축에 속하지만 아직도 여행을 떠날 때는 그 고생과 외로움이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하고자 하는 의욕이 사라지기 전에 여행을 계속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