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있는 그대로

박희욱 2010. 12. 30. 09:28

옛적에 복주선사라는 분이 제자들에게,

세상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완전하다1는 것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때, 그 말을 듣고 있던 제자들 중에서 늙은 곱추 하나가 벌떡 일어나서 물었다.

"스승님! 그렇다면 저 같은 곱추에 대해서는 무어라고 말씀하시겠습니까!"

그말을 듣고 빙그레 웃고 있던 복주선사는 이렇게 말했다.

"자네 같은 완전한 곱추는 처음일세!"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불안전한 것으로 보고서,

그것을 개선하기 위하여 끝없이 노력한다.

뿐만아니라 자기 자신도 개선의 대상으로 보고,

온갖 율법과, 덕목과, 지식을  스스로에게 장착하여 지고 다닌다.

 

지난 300년 동안 아메리카 대륙은 엄청난 개선을 거듭하여 왔으며

앞으로도 예측불허의 수준으로 개선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아메리카인들의  삶이 300년전 아메리카 대륙의 강변과, 호반과, 평원과,  해변의

티피 속에서 살던 인디언들의 삶보다 얼마나 더 개선되었을까.2

또, 지금의 아메리카인들은 옛 인디언들 보다 얼마나 더 개선되었을까.3

 

세상이 완전하다는 것은 세상의 개선은 없다는 말이다.

세상의 개선이 없다는 것은 삶의 개선이 없다는 말이다.

세상의 개선과 삶의 개선이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4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한 중계인으로서 신을 이용한다.

신이란 바로 '있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1. 헤르만 헷세도 그의 작품 '데미안'에서 '세상은 있는 그대로 완전하다.'고 말했다. [본문으로]
  2. 스페인 세비야에서 만났던 버클리대학교 학생에게 나는 옛날 아메리카대륙에 5천만 마리의 버팔로 떼가 누빌 때가 지금의 미국보다 더 그립다고 말한 적이 있다. [본문으로]
  3. 인디언들은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할 줄 모르고, 꼭 필요할 경우에만 '와쿠헤눈!(모르고 한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아메리카인들은 'I'm sorry'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지만 그런 것이 더 개선되었다는 증거가 되지는 아니한다. [본문으로]
  4. 세상과 삶은 동의어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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