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ern Europe

여행기를 올리면서(Prologue)

박희욱 2013. 8. 4. 07:21

 

 

 

대학을 졸업하기 직전에 친구들에게 젊음이란 무엇이며, 또 늙어간다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 한 번 토론해 보자고 제안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이제 나의 젊음도 아쉽게 끝나가는구나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며, 조금이라도 늙음을 지연시키보려는 심산이었던 것 같은데 그 당시에 아무도 나의 제안에 관심을 표하지 않았다. 나는 나의 그 질문에 이제는 자답을 할 수 있다. 즉, 늙는다는 것은 세상의 모든 사물에 대하여 신비감을 상실해 가는 것이다. 카프카가 말했다. '청년은 행복하다. 왜냐하면 그는 아름다움을 볼 줄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사람은 절대로 늙지 않는다. 그런데 아름다움은 신비감에서 온다.'라고. 그림을 배우면서 아름다움은 신비감에서 오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삶에 있어서도 동일하며, 신비감이 없는 삶은 죽은 삶이다.

 

중학 1학년 영어시간에 배웠던 영시가 용케도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있다. 바로 워즈워드의 아래의 시이다.


My heart lesps up

 

                                W. Wordsword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So was it when my life began

So is it now I am a man

So be it when I shall grow old,

Or let me die!

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

And I could wish my days to be

Bound esch to esch by natural piety!


 

 

신비감이나 경이로움이 바닥날 때, 그때가 내가 죽을 때이다. 세상의 모든 경이로움, 그 중에서도 자연의 경이로움이 가장 오랫동안 남는 것이 아닐까.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이 남아있지 않을 때 그때가 내가 여행을 그만둘 때이며 그때가 내가 죽어야 할 때 이리라. 내가 그렇게 힘든 여행을 하는 것도 그 신비감과 경이로움을 느끼기 위한 것이며, 그것이 나에게 아름다움의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내가 추구할 것은 다른 아무것도 없다. 아름다움 외에는.

 

첫 여행은 대학1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궁핍했던 그 시절에는 학교의 졸업여행이 아니면 아무나 여행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고, 용기와 배짱을 가진 소수의 젊은이들은 무전여행을 시도하던 때였다. 그런 용기와 배짱이 없었던 나는 무료하고 갑갑한 현실을 탈피하고 넓은 세상을 구경하고 싶어서 하룻밤 재워줄 것 같은 외지 친구들의 집을 찾아나선 것이 경주, 대전, 목포였다. 그것이 내가 홀로 여행한 첫 여행이였다.

 

첫 해외여행은 1990년도의 유럽배낭여행이었다. 우선적으로 현대문명의 본류인 유럽문명을 보고 싶었고, 그 여행에서 서양문명이 동양문명을 앞선 이유를 알고 싶었으며, 미술에 관심이 있었던 나는 피카소의 작품을 직접보고서 그의 작품을 이해하고 싶었다. 나는 그 여행에서 말할 수 없이 힘들고 고달픈 여행을 하였으며, 그 경험이 내가 여행을 계속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유럽문명을 보고나니 현대문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대도시와 아메리카대륙의 대자연을 보고싶어서 가족과 함께 2개월 간의 미국일주 렌트카여을 하였는데, 그 때의 총주행 거리가 21,000km였다.

 

그 다음에는 가족들에게 놀라울 정도로 앞선 유럽문명을 보여주기 위하여 1개월간의 유럽 렌트카여행을 하였는데, 그 코스는 내가 첫 배낭여행을 한 것과 거의 일치할 수 밖에 없었다. 유럽과 미국을 본 다음에는 세계정신문명에 큰 영향을 끼친 신비의 땅 인도를 보고 싶었다. 그때는 자전거를 가지고 갔지만 도시의 시내와 근교의 교통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으니까 자전거여행은 아니었고, 1개월에 인도 전역을 대충 둘러보려 해도 인도내국 항공편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대도시간은 8번의 항공편으로 이동하였다.

 

세번째 유럽여행은 스위스의  생모리츠 여행과 알프스 빙하특급 여행을 제외한다면  전적으로 유명 미술관 관람을 위한 것이었다. 6주간의 여행이었는데 나의 여행중 가장 편안하고 즐거웠던 여행이었다. 유럽의 미술관을 섭렵하고 나니 전세계의 유명미술관을 모두 구경하고 싶어서 미국동부를 5주간 여행하였는데 이것도 모두 미술관 관람을 위한 것이었다. 도시간은 열차와 버스를 이용하였고, 도시내는 미국에서 구입한 자전거를 이용하였다.

 

첫 자전거여행은 2006년도에 미국 서북부와 캐나다 남동부의 근 3개월에 걸친여행이었다. 그 때는 천방지축으로 앞으로 앞으로 내달리기만 하여서 5,800km를 주행하였다. 그 때는 열차로 샌프란시스코와 LA에 들려서 미술관을 방문함으로써 전세계의 유명미술관을 거의 모두 방문한 셈이 되었다. 두번째 자전거여행은 지중해 5개국이었다. 인류문명의 발상지 오리엔트지역을 빼놓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유럽인들에 의하여 폄하되었을지도 모르는 이슬람문명의 유적에 대한 기대를 하고 떠났던 여행이었다. 그 다음은 순수한 자연을 보고 싶어서 자연으로 가는 마지막 탈출구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80일간 뉴질랜드를 자전거로 여행하였다. 흐린 날씨가 많아서 매우 불편했던 여행이었다.

 

가까운 중국은 이미 2번의 단체여행을 한 경험이 있었지만, 가고 싶은 곳을 내발로 찾아가는 나의 성향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래서 중국의 비경을 찾아서 운남성과 사천성지역을 1개월간 여행하였다. 그리고 지난해는 광활하고도 광막한 대자연을 보고자 알래스카를 2개월간 자전거여행을 하였다. 예상대로 흐린 날씨가 많았으며 무엇보다도 편의시설이 거의 없다시피하는 캠핑장 사정 때문에 고생한 여행이었다.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서 여기를 떠나는데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하루를 떠난다고 그것을 여행이라 할 수는 없다. 여행은 집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그리움이 일 때까지 하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그것은 3주간 이상일 때라고 본다. 관광은 자신의 외면세계를 보는 것이라고 한다면 내가 말하는 여행은 자신의 내면세계를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여행은 홀로여야 하며, 홀로를 경험하는 것이어야 한다. 라인홀트 매스너의 말이다. '자기성장과 그것으로 인한 발견의 기회는 어디까지나 개인적 행위안에 있으며, 결코 단체등반에서는 얻어지지 않는다. 할 수만 있다면 마음 가느데로 홀로 가라.'   그의 말은 여행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이번 여행은 준비기간이 가장 길었던 여행이었다. 무엇보다도 노르웨이의 여행루트를 정하는데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독일 북부와 덴마크 서부, 노르웨이, 스웨덴 북부, 핀란드, 에스토니아의 탈린, 러시아의 서부, 스웨덴, 다시 덴마크의 동부 등지의 순으로 여행하였다. 이 여행의 메인메뉴는 노르웨이였고, 여행가이드북을 살펴본 결과 핀란드와 스웨덴은 커다란 매력은 없어 보였다. 노르웨이 여행의 적기는 6월 초순인 것으로 생각하였고, 그 시기를 맞추기 위하여 먼저 독일 북부를 여행하기로 하였다.

 

출발할 때는 노르웨이의 날씨를 무척 염려하였으나 예상보다는 날씨는 괜찮았다. 오히려 5월의 독일은 야간에 야영하기에는 추운날과 비오는 날이 제법 있었다. 급기야는 현지에서 몇가지 보온을 위한 옷가지를 구입하여야 했다. 핀란드에 넘어와서부터는 거의 매일 쾌청한 날씨를 보였고 기온도 여행하기 안성마춤인 정도였다. 거기서 우리가 산업발전으로 말미암아 잃어버린 푸른 하늘을 만끽할 수 있었다.

 

여정은 계획하였던 대로 별다는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열차와 페리를 많이 이용하였기 때문에 자전거 주행거리는 얼마되지 않았다. 여행기간이 길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지금까지의 자전거여행중 가장 편안한 여행이었다. 교통기관의 이용이 편리했고, 캠핑장 시설도 양호하였다. 다만 물가가 무척 비싸기는 했지만 각오한 것이었다. 열차는 덴마크/독일 8일 짜리 유레일 패스와,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3국의 10일 짜리 스카디나비아 패스를 이용하였다.

 

노르웨이는 스위스와 함께 유럽의 공원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지만 물가가 너무 비싸서 유럽에서는 독일, 베네룩스 3국, 그리고 네델란드 사람 이외는 관광온 사람들을 보기 어려웠다. 온 세계를 돌아다니는 호주 사람도 한 사람 밖에 만나지 못했으며, 미국인이나 프랑스 사람들도 물가가 높아서 북유럽에는 여행을 잘 오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래도 노르웨이는 풍광이 대단하다는 칭송을 듣기에 충분하였고, 노르웨이를 보고 나면 다른 곳의 여행은 좀 시큰둥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여행기를 완결하는데는 앞으로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다. 계속 수정되고 보완할 것이며, 종래에는 한 권의 여행서로서 출판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