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ern Europe

스키올덴에서 롬1(Skjolden to Lom)

박희욱 2013. 9. 7. 17:17

 

 

 

포르투나는 해발 20m, 투르타그로는 해발 890m

가우프네에서 롬까지는 국가관광루트이다.

 

 

 

스키올덴에서 빗방울이 조금 떨어지다 그쳤다.

 

 

 

 

여기서부터 엎힐이 시작된다.

 

 

 

 

 

 

 

 

 

경사도가  8%보다 조금 더 높다.

머리를 푹 숙이고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천천히 페달을 밟으니 시속 4~5km/h이고 더 이상 천천히 가면 넘어질 속도이다.

고바위와 절대 싸우지 않기로 한다. 오히려 다독거려 주고 친구가 되려고 한다.

 

 

 

여기서 점심을 먹으려고 하는데 이 스위스 친구가 내려왔다.

1개월 반의 여정이란다.

그는 오늘 롬을 출발해서 송달까지 간다.

내가 2박을 하면서 간 길을 하루만에 주파하려는 것이다.

갈드회피겐산에 대하여 물었더니 자신도 올라갔다가 왔는데 환상적이란다.

 

 

 

 

 

자전거여행에는 백팩을 매지 않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나처럼 자전거에 주렁주렁 달고 다니지 않아서 편리한 점도 있기는 하겠다.

저렇게 손이 시렵나? 신발에도 방수카버를 쒸웠다.

 

 

 

신병조차도 사랑하라고 했다.

나는 이제 오르막과 싸우지 않겠다.

 

검게 지푸렸던 하늘이 드디아 다시 빗방울을 떨어뜨린다. 쉽게 그칠 것 같지 않아서 방수장비를 완전히 착용하고 출발을 했으나 곧 비가 그쳤다. 그러고는 구름 사이로 잠시 햇빛이 비쳤다.

 

'에이 짱난다!'

'그러면 다시 비를 뿌려줄까?'

'그럴 필요는 없어.'

'그러면 뭐가 짱난다는 거야?'

'아까 비가 온 것 말이야.'

'지나간 것 가지고 짱난다면 왔던 비가 다시 어떻게 되냐?'

'미안! 생각이란 항상 과거나 미래로 가니까 그렇지. 우린 오직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데...'

'그래! 지금 여기 비가 오지 않고 잠시 햇빛이 난다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야!'

 

 

 

 

산을 다독거려 주면서 오르니 며칠전과 같이 개고생하는 일은 없다.

멍청하게도 자전거여행 몇번만에 터득한 것이냐!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더니!

탁!

단단하구나!

 

 

 

투르타그로

 

드디어 투르타그로에 도착!

반갑다.

나를 앞질렀던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다.

 

 

 

아래 골짜기로부터 올라왔다.

오후 3시 50분 밖에 돼지 않았으나 어차피 내일은 갈회피겐산 아래에서 숙박을 할테니 여기서 오늘의 라이딩을 마치기로 한다.

 

 

이 호텔에 대한 정보는 가우프네 캠핑장 주인에게서 얻었다.

호텔 앞에는 최저가 Nkr 385라고 적혀 있었는데 너무 착한 가격이라 내심 반가웠다. 노르웨이에서 제대로 된 호텔에서 잠을 자려면 대충 Nkr 1,000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그렇지만 저 가격을 갂아야 한다.

자전거를 세워 놓고 호텔 리셉션에 들어가서 최저가 Nkr 385를 갂아 주든지 아니면 텐트를 치게 해달라고 말해 보았다.

그랬더니 Nkr 125를 내면 텐트를 치고 편의시설도 이용할 수 있단다.

최저가를 갂아보려는 수작은 무참히 빗나갔다.

"야! 나 비에 좀 젖어서 그러는데 좀 싸게 해주라. Nkr 250에 안되겠냐?"

"우린 그런 권한이 없다." 사실일 것이다.

"좋다, 그러면 텐트를 치겠다."

호텔의 뒷쪽으로 올라가서 이곳 저곳 면밀히 바닥을 살피는데 울퉁불퉁해서 마땅한 장소가 없다.

막상 텐트를 치자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하늘도 잔뜩 찌푸린데다가 안개구름까지 슬금슬금 올라온다.

여기는 해발 890m, 밤에는추울 것 같다.

요금 차이는 Nkr 260.

 

이런 산 위의 호텔에서 Nkr 385에 잠을 잘 수 있는 기회는 다시없을 것이다.

'에라! 한국에서 5만원 정도 돈을 더 쓴다고 생각하자.'

마음은 요렇게 간사하다.

 

다시 리셉션으로 내려가서 방을 얻기로 하고 키를 받아서 방을 찾아보니 호텔이 아니고 호텔 뒷 건물의 도미토리 룸이 있는 건물이었다.

내가 보았던 호텔의 깨끗한 식당과 멋져 보이는 라운지를 이용하려는 꿈은 깨졌다.

순전히 목조 건물인데 안으로 들어가니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듯한 냄새가 나고 바닥도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서 밤이면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침대가 4개가 있는 도미토리였다. 이 건물에 나혼자였다.

다행히 난방용 라지에트를 켜니 따뜻해진다. 샤워실도 뜨뜻하게 되어있고 더운물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어서 좋다. 캠핑장에서는 더운물이 언제 떨어질지 불안한 마음에 초스피드로 샤워를 해야 하는데 그런 걱정하지 않고 샤워를 할 수 있다. 게다가 받아온 새하얀 시트를 새로 깔고 나니 선택을 잘 했다 싶다.

아마도 이 건물은 겨울철에 스키를 타러  오는 젊은이들을 위한 도미토리 호스텔인 모양이다.

저녁에는 제법 강한 비가 내렸다가 그쳤다. 그리고는 또 비가 오락가락 한다. 텐트를 치지 않고 도미터리에 든 것이 정말 잘 한 것이다.

 

6월 17일(월) 흐림

 

이른 아침 기온이 6도를 가리킨다. 이번 여행에서 상정한 최저기온이다. 이 이하로 내려간다면 추위를 방지할 의복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오늘은 목적지가 가까워서 서둘 필요가 없다.

 

 

유스호스텔 쪽에서 본 모습

왼쪽이 호텔이다.

 

 

 

 

호텔

안개구름이 밀려오는 것이 고지대의 기분을 자아낸다.

 

 

 

 

 

호텔 우측 뒷쪽 건물이 호스텔이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간밤에 호텔 아래쪽에 텐트를 친 씩씩한 아가씨 2명이 텐트를 걷고 있었다.

 

 

 

 

 

 

 

 

 

 

 

 

 

 

 

 

 

 

 

아래쪽이 내가 올라온 골짜기다.

 

 

 

 

 

 

 

 

 

 

 

 

 

자신의 암조차도 사랑하라고 했다.

오르막과 싸우지 말자.

도리어 다독거려 주고, 쓰다듬어 주고, 고개와 친구가 되고, 고개로부터 달아나려 하지 말자.

발아래만 쳐다보면서 넘어지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페달링을 하니 시속 4.5km/h 내외의 속도다.

 

 

 

 

 

 

 

 

 

 

 

 

 

 

화장실

 

 

 

 

 

 

 

 

벌렁 드러누운 깜장야크

야크야, 두려워 마라. 아무리 경사가 급해도 지그재그로 오르면 된다.

 

 

 

 

이제 점점 오르막도 두렵지 않게 된다.

 

내가 자전거를 타게 된 동기는 이렇다.

나의 출근길은 광안리 해수욕장을 지나치는데 도로공사 때문에 차량이 늘 정체가 되었다. 어느날 그곳의 승용차 안에서 핸들을 잡고 우두커니 앉아 있으려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자동차가 문명의 이기라고 하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 그렇다면 오트바이를 가지고 출퇴근을 해보자. 중고 오트바이를 사러 갔는데 거기서 생각을 바꿨다. 사람들은 일부러 운동을 위하여 실내자전거도 타는데 그러지 말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자.

처음 자전거를 시작할 때는 도로의 교통사고와 매연이 신경쓰였고, 그 당시만 해도 교직원들과 학생들이 어떤 시각으로 볼 것인가 하는 것도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나중에는 학생들로부터 양복보다 더 멋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 당시에는 경북대학교 총장이 자전거로 출퇴근한다고 신문에 보도가 될 정도였다. 국립대학교 총장님의 신분으로서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것은 보통은 아닌 것이 분면하다.

 

또, 엠티비(Mountain bike)를 타게 된 동기는 이렇다.

1개월간의 인도여행을 계획했는데 인도의 도시내교통을 담당하는 릭샤왈라(릭샤운전사)와의 바가지 요금에 대항하는 신경전이 엄청 피곤할 것 같아서 자전거를 가져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 당시에는 겨우 해운대 달맞이고개를 오르고도 스스로 대견해 하는 그런 능력 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인도에 가기 전에 트레이닝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황령산 구름고개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황령산 자락의 부산KBS에서부터 21단 자전거로 오르기 시작했다. 내 다리가 죽겠다고 난리를 쳤다. 할 수 없이 지그재재그인 도로에서 지그재그로 올랐다. 이를 악물었다. 한 번 실패하면 두 번 실패하고 그것이 반복되면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생각하면서 오르는데 목표지점에 거의 도달하는 순간 갑자기 다리에 고통이 사라지고 페달링이 슬슬 그냥 되는 것을 경험했다. 황령산 자전거등정 첫 시도에서 보기 좋게 성공하였고 나는 무척 뿌듯해 했다. 그 이후 십여 차례 트레이닝을 한 다음에 인도로 갔다.

 

황령산 등정을 시도한 그때만큼 고통의 극한까지 간 경우는 거의 없다. 그때 경험한 고통이 사라지는 이상한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극한의 고통을 넘어서서 마음이 사라진 상태가 아닐까 하고 추측해본다. 어떤 사람이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자동차에 부딛혀서 정강이 뼈가 완전히 부러져서 걲여버린 상태였는데 그 순간 앞에서 오는 트럭을 피하기 위하여 기어서 빠져 나왔는데 그 순간 조금도 통증이 없더라는 것이다. 암벽을 등반하다가 추락하면서 바위에 부딧혀도 그순간은 통증이 없다고 한다. 나는 이런 순간을 마음이 사라진 상태라고 본다.

 

예수는 영이고, 영은 마음이 사라진 상태이다. 그는 필요하면 언제든지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이 벗어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있어도 고통이 없는 상태였다. 십자가 위에서 예수는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주님, 저들은 지금 저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저들을 용서하소서!' 이것은 예수의 말이 아니라 제자들이 번역한 말이다.

그들의 언어로서는 이렇게 밖에 번역할 수 없었다. 그때 예수는 이미 마음을 벗어난 상태였고, 언어가 없는 침묵의 상태였다. 마음을 벗어난 상태에서는 용서한다는 그런 개념조차도 없다. 제자들은 예수의 침묵을 용서로 번역한 것이다. 예수의 진짜 음성은 침묵이다. 십자가 아래에서 무릎꿇고 조용히 앉아서 침묵이 내릴 때 들려오는 침묵의 소리가 예수의 음성이다. 그 외에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면 그것은 예수의 목소리가 그대의 소리이다.

 

그 뒤에 그것을 다시 경험해보려고 황령산을 지그재그가 아닌 직선으로 올라 보아도 그런 경험을 다시는 할 수 없었다.

 

 

 

 

 

 

 

 

 

 

 

 

 

 

 

 

 

 

 

 

 

 

 

 

 

 

 

 

 

 

 

 

 

 

 

 

 

 

 

 

 

 

 

 

 

 

 

 

 

 

어느듯 1,300m

 

 

 

 

'Northern Europ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키올덴에서 롬3(Skjolden to Lom)   (0) 2013.09.07
스키올덴에서 롬2(Skjolden to Lom)  (0) 2013.09.07
가우프네에서 스키올덴(Gaupne to Skjolden)  (0) 2013.09.07
가우프네2(Gaupne)  (0) 2013.09.06
가우프네1(Gaupne)  (0) 2013.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