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6일(일) 흐림
오늘도 새벽에는 빗방울이 떨어졌고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했으나 출발할 때쯤에는 구름층이 훨씬 엷어졌다.
롬으로 가는 1,420m의 높은 고개를 무거운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기는 무척 주저되는 일이나 달리 도리가 없다. 캠핑장 주인은 4일이 지나면 버스가 운행을 하니까 그때 가라고 제안을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둘러서 가면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천천히 가면 되지뭐!
오전 9시 출발.
캠핑장 부엌에서 만난 독일 자전거여행자(jurgen.u.scholz@web.de)
이들은 친구 사이인데 48년생으로 은퇴를 하고 자전거여행에 나섰다. 자신들은 충분히 일했다고 말한다.
이 사람들도 여느 서양인들처럼 아침식사량이 매우 작아서 저걸 먹고 어떻게 다니나 싶다.
나는 밥 한 코펠과 국 한 코펠을 그들 앞에 내놓고 앉으니 좀 민망스럽다.
알래스카에의 일인데 그날 따라 조금 남은 쌀을 모두 먹어치운다고 그날 따라 평소보다 조금 많이 했다. 그것을 본 옆에 있던 오트바이족이 당신은 그렇게 많이 먹어도 어찌 살이 찌지 않으냐고 물었다. 민망해진 나는 당신도 나처럼 자전거를 타봐라, 그러면 살이 안진다고 했는데 이 사람들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그렇게 변명도 할 수 없다. 묻지 않아서 다행이다. ㅋ
그들도 한국의 통일이 언제쯤이나 가능할 것 같은지를 물었다.
김일성이가 죽을 때는 2015년이면 거의 통일이 되지 않겠느냐고 나름대로 추론을 해봤는데 그것은 나의 희망에 불과한 것이었다.
또 내게 어느 나라가 살기 좋은 것 같은지를 물었다. 나는 그것은 말할 수 없다, 그런 것은 개인의 마음에 달린 문제라고 하였다.
개인의 행복은 개인에게 달린 것이지, 좋은 사회와 좋은 국가와는 관계가 없다. 더구나 나에게는 국가와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독일 사람들은 프랑스 사람들이 사는 것을 부러워한다고 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길거리 카페에 앉아서 와인이나 커피를 마시면서 지내는 것 같다고 웃으면서 말했다.사람들은 대체로 남의 나라가 더 부러워 보이는 모양이다. 옛부터 남의 떡이 커보인다는 속담이 있드시.
실재로 사탕접시를 가지고 실험을 한 결과 그 속담이 옳다는 결과가 나왔다.
나는 한국 사람들이 살기가 팍팍하고 힘들다는 것을 고백해야 했는데, 그 이유를 말했더니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구는 노르웨이의 10배가 넘는데, 땅은 노르웨이의 3분의 1도 되지 않으니 어절 수 없는 노릇이지 않을까 한다.
이번 여행에서 느낀 것인데, 국가의 부도 모두 자연환경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그 나라의 민족성에 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 민족성조차도 오랜세월 동안 자연환경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 아닐까 한다. 지금 각국의 국민소득은 위도에 비례하고 있다.
이번 여행이 끝나면 다음에는 네델란드에 간단다.
이들은 덴마크 국경에서 출발하여 3주만에 여기 가우프네에 도착하였고 7월 중순경에 독일로 돌아가는데 나르빅까지 갈 예정이란다.
다음에 독일에서 자전거여행을 할 때가 오면 정보를 좀 문의하겠다고 하니까 자신은 시간이 많으니까 함께 라이딩을 하자고 한다.
가우프네를 얼마지나지 않아서 초대형 트레일러를 세워놓고 벤치에서 쉬고 있는 운전사가 있었다.
슬며시 다가가서 눈길을 주었다. 혹시, '너 그러지 말고 잔차 여기어 실어!'라고 할까봐서.
그러나 야속하게도 눈길조차 주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내가 민망한 것은 둘째라 치고 거절해야 하는 본인도 민망해 할테니까.
그래서 페달링을 중단할 수도 없다.
2차선이던 길이 곧 1차선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죽기 전에는 할 말이 많을 것이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정작 죽을 때는 아무말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열심히 헤엄쳐서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강물에 떠내려간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될것이기 때문이다.
그 강물이 바로 신이다.
그러니 살아서 애써 헤엄치려 들지 마라.
누워서 사지를 뻗고 하늘을 쳐다보라.
그러면 바다에 이르러리라.
어? 이 사람들도 나를 뒤따라 왔다.
이들은 이 피오르드의 둘레를 한 바퀴 돈다고 한다.
패니어를 잘 꾸렸다.
이 분은 전혀 영어를 못했다.
이 사람들은 해변을 한 바퀴 돌고 나는 55번 도로를 타기로 하고 스키올덴에서 헤어졌다.
터널통과가 불안해서 스키올덴에서 안전등을 구하려고 했으나 자전거 샾이 없는 작은 마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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