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내 사랑 장산

박희욱 2015. 6. 30. 22:22

해운데 근처에서 엠티비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장산을 사랑할 것이다.

사실 장산이 없었다면 나는 싱글트렉을 즐기지 못했을 지도 모르고,

앞으로도 장산에서 엠티비를 할 수 없다면 머뭄 점차 엠티비에서 멀어질 가능이 크다.

장산은 우리 엠티비 동호인들에게는 얼마나 편리한 산인가, 마음만 내키면 가깝게 접근할 수 있고, 수많은 멋진 트레일을 가지고 있으니까.

 

내가 장산을 사랑하는 만큼 장산이 엠티비의 진입이 금지되는 날이 올까 은근히 걱정된다.

내가 본 선진국의 경우는 장산과 같이 사실상 공원의 역할을 하는 곳이면 등산로에는 반드시 엠티비의 진입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장산과 같은 등산로의 엠티비 진입이 금지될 것으로 보는데, 다만 그 시기가 문제이지 않을까 한다.

 

등산로에서 엠티비를 만나면 신기해하고, 대견해 하고, 부러워 하고, 격려해 주는 등산객도 있는가 하면,

매우 불편해 하고, 불쾌해 하고, 심지어 적의를 가지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중에는 길을 딱 막아서 버티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마주치면 나도 화가 치미는 경우가 있는데, 그들의 성품이 그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말을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고

결국 서로가 화풀이 말싸움으로 끝나고 만다.

 

사실, 만일 내가 엠티비를 하지 않는 등산객이라면, 아마도 엠티비를 포용하기보다는 불쾌해 하는 편이 되리라 생각된다.

모처럼 기분도 가볍게 조용히 등산을 하러 올라왔는데 엠티비가 먼지를 일으키고, 위협을 느끼게 하고, 가끔 길을 비켜줘야 하는 불편을

그냥 감내해줄 사람이라면 상당한 인품의 소유자가 아닐까 한다. 나는 그런 인품의 소유자가 못될 것 같다.

 

지난번에도 등산객 중에는 시청에 등산로 엠티비 진입금지를 조례로 만들도록 하겠다고 다짐하는 자들이 있었다.

여론은 보통 강성을 가진 자들에게 끌려다닌다.

일당백이라는 말이 있드시 엠티비에 불쾌감을 느껴서 악감정을 가진 자들이 엠티비가 등산로를 훼손한다는 이유를 대면서

적극 나선다면 정말로 그런 조례가 제정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는 장산에서는 엠티비 라이더는 갑이 아니라 을이라 여기고 등산객들의 눈치를 많이 본다,

그래서 등산객을 만나면 아부를 좀 심하게 떤다 - 안녕하세요,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등의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개그맨 전유성이가 '조금만 비굴하면 인생을 편안히 살 수 있다.'라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우리도 부디 등산객들에게 아부를 하여서 등산로 엠티비진입금지라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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