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글

사랑학

박희욱 2016. 10. 5. 06:51

추석 3일 연휴 동안에 놀지만 말고 풀어야 할 리포트를 내겠습니다.
학교다닐 때 공부 못했던 사람들은 리포트라면 경끼를 일으키겠죠?
걱정마세요. 너무 뻔한 숙제이고, 촌스럽기까지한 숙제니까요?
그러니 절대 빼끼지는 마세요.
(실토하자면 최교수님 리포트 내실 때 저도 많이 빼껴냈습니다.)

<숙제>
사람들은 왜 사랑하고 싶어 하는가를 논하라.
(길어 봤자 한 30자 이내면 충분하겠죠? 길게 쓴다고 점수 많이 주는 거 아님)
* 이 리포트를 기말고사로 대체하겠습니다.




<리포트 과제를 평점하면서>

사랑학을 연구한 적도 없는 교수가 엉터리 리포트를 냈는데 대해서 학생제군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그날 문득 외롭다는 생각을 하면서 왜 사랑하려고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도움을 좀 받을까 해서 리포트 과제를 냈습니다만, 역쉬 연목구어로군요!

요즘 보니까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거의 모든 사람이 외로워하는 것 같아요.
예외가 있다면 너무 바빠서 외로워할 짬이 없는 사람뿐이 아닐까요 합니다.
정보화시대의 SNS가 그것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 아닐까고 생각해봅니다.
그러나 저같은 경우는 정보화시대와는 관계없는 것입니다.

저에게는 아무도 없는 것 같습니다.
별볼일 없는 아들은 며느리가 데려갔고,
딸내미는 직장찾아 서울로 갔고,
마누라는 35년 동안이나 낡아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고,
(말하고 보니까, 부부사이란 서로 있는 듯, 없는 듯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나의 지론에 울 마누라가 따라준 셈이군요. 그래서 요즘 내게 미안한지 세컨드가 되어주겠다고 하지만 별로 반갑지가...)
나와의 만남을 반가워할 친구는 커녕,
그 흔하디 흔한 모임이나, 동문회나, 계도 하나 없으니!
오직 하나! 울 솔향이만이 나와 뽀뽀를 할 수 있디요. ㅋ

긍께 내가 외롭지 않을 수 있었겠습까?
그것도 단련이 되는지 직장을 팔아먹고 단신이 되지 10년이 넘고 보니 많이 완화되긴 해서 그 외로움이 문제거리는 되지 않습니다만.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인가요, 아니면 외로움인가요?
아무튼 간에 사람은 외로움을 탈피하기 위해서 사랑을 갈구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것이 이성간에든지 동성간에 든지.

글면 왜 외로워할까요?
이 질문은 왜 사랑을 갈구할까 하는 질문과 같은 것이겠지요.
대게의 사람들은 외로워지면 불안해 하는 것 같아요.
외로워지면 자신의 존재를 찾지 못하고, 자신이 사리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니까요. 결국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하며 타인이 필요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말하자면 친구를 만나고, 이 모임, 저 모임에 기웃거리는 것은 타인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하는 심리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니까 타인이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것이 내 말의 요지지요.
다시 말하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타인이라는 거울이 필요해서 사랑을 갈구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지요. 자신을 알아주는 거울.
그러니까 사랑하고자 하는 것은 사실은 사랑받고자 하는 것이 진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개똥철학이라고요? 그래도 좋지만 철학이라고만 해줘도 고맙겠습니다.
글면 나는 왜 요따위 개똥철학을 논하는가?
문제는 나는 도저히 그 거울을 구할 자신이 없다는 것입니다.
나는 내 편리대로인지는 몰라도 사람은 누구나 홀로하고 생각합니다만.
그래서 타인이라는 거울을 찾느니 차라리 나를 버려야겠다는 엉큼한 속셈에서 지껄여 본 것이지요.
아무리 그래도 님들 중에서 나의 거울이 되어줄 분이 계시다면 저의 개똥철학을 철회해야겠쥬?

최숙희 학생과 김영희 학생은 재수강 신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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