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칫과예약을 알리는 메시지가 와서 오늘 아침에 칫과건물의 엘리베이트홀에 섰는데
그때 전화가 와서 통보가 잘 못 되었으니 올 필요가 없다고 한다.
안그래도 그 메시지를 의아스럽게 생각한 터였다.
건물을 나오자니 바람이 얼굴을 휙 지나쳤고, 그 순간 나의 눈이 살며시 눈물기운으로 젖어버렸다.
지나간 나의 삶이 농축되어서 나의 뇌리를 스친 것이다.
그것은 내 삶이 힘들었다는 것이다.
교수에 임용되어서는 나는 안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교수생활이 만만치가 않았다.
논문실적도 그랬지만 무엇보다도 동갑나이의 3명의 동료교수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가 컸다.
그러나 그 정도의 것을 가지고 내 직장생활이 힘들었다고 한다면 다른 사람한테는 능청을 떠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
어디 삶이 만만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물론 학교를 그만두고 나서는 편하디 편한 완전 백수생활을 해왔지만,
그래도 해외로 2~3개월간 자전거여행을 할 때는, 남들은 멋지다고 할지 몰라도,
떠날 때마다 두려움을 안고 출발했고, 아무나 할 수 없는 고생도 하였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듯이 인생은 苦가 아닐까 한다.
영화 '대부'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난다.
거기서 알카포네는 임종의 순간에 이렇게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The world is so beautiful!"
스크린의 자막에는 이렇게 번역되어 있었다-"세상은 참으로 아름다워라!"
그 피비린내 나는 삶을 산 알카포네가 어찌하여 세상을 아름답다고 했을까 하고
극장을 나오면서 내내 의아스럽게 생각하였던 적이 있다.
내가 번역한다면 "세상은 참으로 멋지구나!"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멋지다"라는 것은 멋져서 멋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것은 헤르만 헷세말한 '세상은 있는 그대로 완전하다."라고 한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비록 내 삶이 힘들었다 하여도 그래도 위안을 삼을 만한 것은
허튼 곳으로 발길을 옮기지 않았다는 것일 게다.
돌아오면서 APEC나루공원을 거쳐서 집으로 돌아왔다.
사진을 찍는 나에게 어느 꼬마가 다가와서
"아저씨는 누구세요?"하고 묻는다.
나는 멈칫하다가 "나는 나야!"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과연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을까.
기껏해야 내 이름을 댈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우리는 그런 허황된 나에 붙들려서 삶을 소진하고 있지는 않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