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글

인생은 일장춘몽

박희욱 2017. 7. 16. 06:56

<인생은 일장춘몽>


어제 바둑tv를 틀어보니까 서봉수 9단에 대한 5점 접바둑 도전기가 끝나고, 

진행자의 서9단에 대한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었다.

"도전자에게 충고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면 부탁합니다."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은 수비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해 주고싶습니다."


뒤이어서 3단 도전자에 대한 인터뷰가 방영되었다.

"지고 말았는데 아쉬운 점이 있으면 말해 주시겠습니까?"

"좀더 공격적으로 바둑을 두지 않았던 것이 아쉽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답변이었다.

서9단이 이 말을 들었다면 실소를 금치 못 했을 것이다.

자신이 공격을 해보지 못한 것이 수비에 소홀했던 것이 그 원인이었다는 것을 도전자는 깨닫지 못하는 것이었다.

수비에 소홀했다가 수비에 급급하다 보니 공격의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이 인터뷰를 보면서 우리가 스스로 신뢰하는 자신의 생각이란 것이 그 도전자의 터무니없는 생각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자는 인생이란 일장춘몽이라고 했는데, 이 말은 사람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의미가 사뭇 다를 수 있을 것이지만,

대개의 경우 말 그대로 인생은 하나의 긴 꿈과 같이 허무한 것이니, 무엇에도 집착할 것이 없는 것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사뭇 다른 의미로 해석한다 


사실 인생은 꿈이 아닌 실재이다.

그런데 왜 실재인 인생을 꿈이라고 하는가?

그것은 우리가 여러가지 생각, 즉 관념과 개념과 이념과 같은 念자 돌림의 생각으로써 세상을 보고, 

또 그것에 끄달려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생각이 환영과 같은 것이라서 인생이 꿈과 같은 것이다.

우리는 그런 자신의 생각에 의지하여 살아간다. 

생각이란 것은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서 그것을 믿고 그것에 끄댤린다면 인생은 꿈으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성철 스님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고 한 것은

생각으로써 산을 말하지말고, 생각으로써 물을 말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다른 말로 하면 침묵하라는 말일 것이다.


문답법으로 유명한 소크라테스는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다.

그가 상대방에게 질문하는 것은 옳바른 답변을 듣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답변자로 하여금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아는 것이 곧 무지이다. 

소위 말하는 식자우환인 것이다. 

우리가 안다고 믿고 있는 그런 지식조차도 이 바둑하수의 수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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