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eland

프롤로그

박희욱 2018. 9. 20. 09:32


아일랜드의 자연경관은 노르웨이에 버금갈 정도로 아름다웠고, 그런만큼 관광객도 무척 많아 보였다.

가까운 영국인들과 아일랜드인이 선조인 미국인들, 그리고 유럽대륙과는 색다른 풍광을 보러 오는 유럽인들이 많았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수도 더블린을 제외하면 콧배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이곳이 비록 풍광은 아름답지만 불순한 날씨 탓으로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는데는 곤란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내가 여행하는 동안은 이례적으로 연일 날씨가 좋았고, 많은 사람들이 내게 운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런 날씨는 좀처럼 있을 수 없는 이상기후라고 했다.

비가 와서 판초우의를 꺼내 입은 적이 몇 번밖에 없었고, 그때 마저도 의복을 적실 정도의 비를 맞은 적은 없었다.

기온은 최저 7~8도까지 내려가서 두꺼운 침낭에 얇은 동내의를 입고도 추워서 얇은 다운자켓과 다운바지를 껴입고 자야 하는 밤이 많았다.

낮 동안은 맑은 날씨 덕분에 추위를 느낀 적은 얼마 없었다.


아일랜드 여행에서 기분이 좋았던 것은 여행비가 저럼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캠핑장 사용료는 유럽의 거의 절반 수준이었고, 캠핑장도 많아서 좋았다.

도로의 폭은 일본처럼 좁았으며, 차량도 거의 경차 수준이었는데, 관광차량으로 인하여 교통량이 많았다.

도시를 제외하면 도로의 노견이 없어서 자전거여행은 조금 불편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의 교통 안전의식이 높고, 자전거를 배려하기 때문에 위험성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내가 만난 외국인 여행객들 중에는 아일랜드 사람들이 매우 친절하고, 술을 아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도시가 발달하지 않고, 인구밀도가 70명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사람을 대면하면 친절할 수 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영국에서 마신 맥주 중에서 맛있는 맥주는 모두 아일랜드산이었다.

한국인들의 주량도 알아주지만, 아일랜드인들의 주량도 비슷하거나 상회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일랜드는 세계에서 최고로 유명한 맥주 중의 하나인 기네스 맥주를 생산한다.

그런데 내가 가장 좋아했던 맥주는 기네스보다는 아일랜드 코크 지방에서 생산하는 알콜농도 5.5%인 Chieftain이었고, 

그 다음이  더블린의  Hop House였다.

나는 펍에 들어가면 바텐더에게 어느 맥주를 권하겠냐고 묻곤 했는데. Chieftain은 그 추천받은 것 중의 하나였다.


한국인들은 아일랜드 민요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나도 무척 즐겨 듣는다.

'Denny Boy'나 'Down the Sally Garden'을 비롯한 많은 곡들이 내 감성의 깊은 곳을 위무해주는 애수의 선율이 너무 좋다.

이것은 아일랜드인의 감성과 한국인의 감성이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일랜드 민요는 미국으로 건너간 아일랜드인에 의하여 미국의 칸트리송의 근간이 되었다고 한다.


영국의 어느 매스컴은 한국인을 아시아의 아이리쉬라고 했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두 민족의 감성이 비슷해서 하는 말인지, 

아니면 영국인에 대한 아일랜드인의 반감과 일본인에 대한 한국인의 반감을 두고 하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19세기 중반에 농기구를 들고 저항하는 아일랜드 농민을 총과 대포를 동원한 영국군이 하루 동안에 20만을 살육했다는 역사가 있지만

과연 사실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런 사실은 대게 과장되게 마련이다. 

이를테면 일본군에 의한 중국 난징학살도 3배나 과장되어서 30만명을 살육되었다고 하지 않는가.

일본군은 상해를 거쳐서 난징으로 진격하면서 중국인들의 예상치 못한 강력한 저항에 제정신을 잃어버린 것이다.


아일랜드인과 한국인들의 감성이 비슷한 근거로서 두 민족이 모두 외국의 침략과 지배에 시달려서 한의 정서가 배여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지기도 한다.

아일랜드는 사실이 그러한 것 같다. 바이킹과 영국, 그리고 프랑스 지방의 노르만 등의 침략과 지배를 받으면서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한반도도 그러했는지는 짧은 내 국사 지식으로서는 믿기가 곤란하다. 내가 아는 한, 긴 역사를 통하여 한반도만큼 전쟁과 이민족의 지배를 적게 받은 나라가 이 지구상에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인도만 해도 영국의 지배를 근 300년간이나 받았고, 중국조차도 250년간 만주족의 지배를 받았지 않은가.


어쩌면 한국인들의 한의 정서는 조선시대의 노비들의 정서로부터 연유된 것인지도 모른다. 조선시대 후기에는 백성의 40% 이상이 노비였다고 하니까.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한국인들의 천박성도 이 노비제도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미국의 어느 노예전공 역사교수는 조선을 노예국가로 보았다고 한다.

지금 매스컴에서는 한창 갑의 횡포와 을의 수모에 대한 공익광고가 한창이다. 

이런 폐해도 조선시대 양반들의 안하무인적인 태도와 노비들의 비굴하고 천박한 태도에서 연유되었다고 생각되는 것은 지나친 추측일까.


나는 아일랜드의 서쪽 해안과 북쪽 해안만 여행을 하였는데, 해안선이 워낙 복잡하고 길어서 아름다운 많은 곳을 놓쳤지 싶다.

내가 여행한 곳 중에서는 남쪽의 Beara 반도, Kerry 반도, Dingle 반도가 특히 아름다웠다. 

내가 놓친 곳들 찾아서 다시 아일랜드의 서쪽해안을 여행하고 싶지만 아직도 갈 곳이 많은 내게 그런 기회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37일간의 아일랜드 여행은 매우 만족스러웠고, 나머지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에서의 여정도 문제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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