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림

모닥불

박희욱 2020. 2. 2. 08:16

내 인생도 모닥불 같은 것이었으면 좋으련만



차라리 내 인생은 젖은 풀섶에 떨어진 번갯불 같은 것이라서


허연 연기만 모락모락 피어올라 흩어지는 들불 같은 것


나무향도 없는 들불에 곁불 쬐러 오는 사람도 없고,


아무도 따습게 곁불 쬐러 오라는 데도 없는


끝없이 홀로 타들어만 가고, 구어먹을 쌀찐 참새 한 마리도 없었지



어느듯 세월이 흘러 젖었던 풀밭 말라져 가니


마지막 그 불꽃이나마 활활 타올라라, 타올라라


불어오는 바람아, 내 불이 꺼지거던 한 줌의 재조차 남기지말고 멀리 멀리 흩뿌려다오


흔적도 없이, 흔적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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