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도 모닥불 같은 것이었으면 좋으련만
차라리 내 인생은 젖은 풀섶에 떨어진 번갯불 같은 것이라서
허연 연기만 모락모락 피어올라 흩어지는 들불 같은 것
나무향도 없는 들불에 곁불 쬐러 오는 사람도 없고,
아무도 따습게 곁불 쬐러 오라는 데도 없는
끝없이 홀로 타들어만 가고, 구어먹을 쌀찐 참새 한 마리도 없었지
어느듯 세월이 흘러 젖었던 풀밭 말라져 가니
마지막 그 불꽃이나마 활활 타올라라, 타올라라
불어오는 바람아, 내 불이 꺼지거던 한 줌의 재조차 남기지말고 멀리 멀리 흩뿌려다오
흔적도 없이, 흔적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