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시울이 적셔 오네요.
내가 초등 5학년때, 그러니까 1964년도에 아버님께서 웬일로 금성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사오셨는데,
부산KBS방송에서는 매우 빈번히 '매기의 추억'이 방송되어서 이 노래를 즐겨 듣곤 했습니다.
아마도 방송관계자가 이 노래를 무척 좋아했나 봅니다.
그러던 것이 어느날 갑자기 우리집 유일한 문화기기인 그 라디오가 사라져버렸습니다.
그 당시에는 아버지한테 입도 벙긋하지 못하던 시절이라 어떻게 되었는지 여쭤보지도 못했는데,
당신은 큰맘 먹고 사오신 것을 빚에 쪼들려서 팔아버린것이었습니다.
그때는 그 라디오 가격이 어쩌면 한 달치 월급에 해당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국민소득 $80 내외의 시절이라 신문구독도 어려웠던 시절이어서 신문배달 소년은
신문을 우리집에 몰래 던져 놓고 달아나곤 했습니다.
매기의 추억!
참으로 어렵고 힘들었던 옛시절을 생각하니 눈물이납니다만,
요즘 세대들은 나와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나이살이나 먹고보니 옛시절 사람들이 너무 불쌍해서 가슴이 저밀 때가 종종 있습니다.
못 먹고 못 입고, 그래서 춥고 배고프게 살았던 것이 지금의 북조선과 비교하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험악한 역경을 이겨내고 이 나라를 일구어낸 많은 분들이 어느듯 역사는 흘러서
모두 냉대를 받고, 적폐로 몰려서 역사에 붉은 이름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만,
민주화는 결코 민주화운동이나 민주화투쟁으로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직 경제력만이 민주화를 이루어낼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을 세상을 한참 살아보고나서야 께닫습니다.
이것은 전세계의 여러 국가들을 둘러보면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명약관화한 사실입니다.
내가 우려스러운 것은 경제의 몰락이 이땅을 또다시 독재국가로 전락시킬까 하는 것입니다.
나에게는 경제력이 문제가 아닙니다. 단지, 자유가 문제입니다.
인간도 배가 고프면 금수와 다름이 전혀 없습니다.
이미 이땅에는 비열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머지 않은 장래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곡'매기의 추억'을 연주해야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부디 나의 기우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