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사랑과 홀로

박희욱 2024. 5. 11. 13:46

사람들은 사랑에 목말라 한다.

그러나 그 사랑은 목이 말라서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

사랑은 거지가 거지에게 동냥하는 꼴이다. 사랑!

어찌 그런 누추한 말을 사랑하는 이에게 쓸 수 있다는 말인가.

사랑이라는 단어는 술취한 시인에게나 주어버려라.

 

예수의 제자들이나 알라의 제자들이 줄기차게 사랑을 설파했지만

기독교의 사랑과 이슬람교의 사랑이 만나서 증오로 변했다.

사람들의 사랑과 미움은 빛과 그림자의 관계다.

고타마 붓다나 노자가 사랑을 입에 올린 적이 있는지 나는 모른다.

신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신도 없고 사랑도 없기 때문이다.

 

사랑을 구하지 말고 홀로가 되어라.

홀로가 되는 것 또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충분히 익은 과일이 나무에서 떨어지듯이 충분히 성장한 사람만이 홀로일 수 있다.

붓다가 그러하고, 노자가 그러하다. 충분히 홀로일 수 있는 사람만이 사랑이 된다.

그외 사랑은 가짜다, 거지 사랑이다.

 

과거 2천년간 사제들이 사랑을 가지고 울궈먹었으면 충분하다.

그 나머지 뼈다귀는 예술가들의 노리개로 던져 주어라.

언젠가 미래의 AI는 말할 것이다, 

'사랑이란 없다, 그 없는 것이 사랑이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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