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글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축구장에 나타난 카를 마르크스

박희욱 2024. 8. 5. 09:29

카를 마르크스가 처음으로 엥겔스를 대동하고 토트넘 축구장에 나타났다. 빈털털이 마르크스가 축구장에 올 수 있었던 것은 엥겔스가 입장권을 사주었기 때문이다. 엥겔스도 돈이 많아서가 아니고 그의 자본가 아버지 덕분이었다. 그들은 축구장의 좀 외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엥겔스에게 좀 잘 보이는 다른 곳으로 좌석을 옮기자고 했다. 그러자 엥겔스가 말리면서 안된다고 했다. 자신들의 좌석은 4만원 짜리인데 그곳은 20만원 짜리라고 했다. 마르크스는 기분이 몹시 나빴다. 그는 계급투쟁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좌석의 관객이 놀라는 마르크스에게 말했다. "놀랄 것 없어요. 게임에 따라서 100만원 짜리 좌석도 있어요."

축구를 구경하고 있는데, 유달리 멋진 선수가 참으로 공을 잘 차는 것이었다. 그래서 저 선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자 옆좌석의 관람객이  대한민국 출신의 손흥민이라고 했다. 마르크스는 경제학자 답게 그 선수의 연봉이 얼마냐고 물었는데, 177억이라고 했다. 천문학적 연봉에 거지꼴을 하고 있던 마르크스는 놀라자빠질 지경이었다. 빈부격차에 예민한 마르크스는 좀 활약이 부진한 저 선수의 연봉은 얼마냐고 또 물었다. 그랬더니 7억이라고 했다. 마르크스는 또 한번 놀랐다. 한 게임에 똑 같이 뛰고서 연봉은 말이 안되게 차이가 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르크스는 친구 엥겔스에게 말했다. "저 자쓱 손흥민이는 우리의 노동가치설도 모른단 말이냐? 아니, 똑같이 노동을 하고서 연봉은 어찌 저렇게 불공평하다는 말이냐? 이거는 착취다! 이기적인 자본가의 착취는 약과다." 그 말에 부응해서 엥겔스가 말했다. "이거는 그냥 묵과할 수 없어! 축구장에서 이런 착취가 공공연히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야. 공산당선언문과 같은 축구장선언문을 작성해서 발표해야겠어!" 마르크스는 집에서 굶고 있는 처자식을 생각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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