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6일 수요일
10월 16일부터 19일까지 3박4일의 서울여행을 다녀왔다.첫날은 서울에 일찍 도착하여 서울역앞 모텔을 몇군데 알아보았으나 빈방이 없었고, 한군데는 무려 11만원을 요구하였다. 왜 이렇게 요금이 비싸냐고 하니까 회현동 땅값이 매우 높기 때문이란다. 차라리 광화문광장 쪽이 낫겠다 싶어서, 종각역에 내려서 알아보니 6만원 짜리가 있어서 투숙했는데 룸의 벽면의 시멘트 마감이 그대로 노출된 형편없는 모텔이었다. 그렇지만 하룻밤 자는 것이 문제가 될 것 까지는 없다. 앞으로는 되도록이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할 것 같다.
모텔에 가방을 풀고서 인사동 갤러리 골목을 거쳐서 서울국립현대미술관의 회화를 구경하려고 하였으나 흥미를 잃고 말았다. 그런 다음에 바로 곁의 경복궁에 무료입장을 해서 구경을 했는데, 그나마 대한민국이 외국인들에게 내놓을 만한 유적이 이것 뿐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외국인 관광객이 우리의 전통의상을 대여해서 입고 사진촬열을 하기 위해서 많이들 들어와 있었다.
10월 17일 목요일
아침 일찍 북한산우이역에 도착하여 모텔을 잡아놓고, 오전 9시에 윤정복선생을 만나서 셔틀택시로 도선사에 도착하여 인수봉 등반에 나섰다. 가장 쉬운 코스라는 고독의 길로 올랐는데 예상보다 훨씬 힘들고 위험스러워서 윤선생에게 나는 안되겠다는 소리를 여러번 외쳐야 했다. 몇번의 위기를 느끼면서 결국 정상에 오르긴 했는데 두번 다시 오르고 싶지가 않았다. 무엇보다도 팔힘이 부족했다. 암벽등반은 자일을 잡고 당겨서 오르는 것이 아니고, 양쪽 팔다리로 올라가는 것이며, 자일은 단지 추락방지용일 뿐이었다. 팔을 사용해서 자일을 타고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했고, 그냥 매달리는 것만해도 힘이 부쳤다.팔다리도 짧은 윤선생이 선등하는 것은 참으로 불가사의한 지경이었다.
나는 등반을 하면서 하산은 쉬운 코스가 있겠거니 했는데 인수봉 정면의 슬랩으로 내려가는 것이어서 예상을 하지 못했다. 각오는 하고 시작을 했지만 난감했다. 내려오는 것은 자일을 잡고 그냥 스르럭 내려오는 것으로 여겼으나 그게 아니었다. 몇번의 위험을 느꼈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었다. 무사히 도선사에 내려와서 우이역에 도착하니 오후 5시였으니 무려 8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나로서는 일생일대의 큰 일을 해낸 것이다. 윤정복 선생께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윤선생님과 저녁을 함께 하고 내일모레의 도봉산 등산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10월 18일 금요일
새벽부터 힘가 줄기차게 내렸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서 서울대공원의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아갔다. 손바닥만한 작은 양산을 써고 가자니 팔과 정강이 아래쪽이 비에 젖고 말았다. 미술관에 들어서고 보니 회화의 전시는 없고 건축디자인만 전시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마치 우롱당한 기분이었다. 이 미술관을 방문하면서 리 전시내용을 알고서 찾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의례히 회화를 볼 수 있겠거니 하고 찾는 사람은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미술관 중앙홀에 있는 백남준의 불끄진 텔레비젼탑만 보고 나왔다. 나는 도대체 이 작품을 이해하지 못한다. 누가 뭐라해도 내게는 백남준이가 남기고 간 똥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미술관에서 되돌아 나올 때는 스카이리프트를 탔는데, 비를 맞으면서 리프트를 타는 사람은 나 뿐있다. 아무도 없는 리프트를 나홀로 탄 것이다.
그 동안 한번도 찾아보지 않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들리려다가 비에 젖어서 포기하였다. 내가 알지 못하는 국사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다. 국립중앙박물관을 건너 띄고 삼성리움미술관을 찾았다. 나는 삼성일가의 훌륭한 서양회화를 관람할 수 있으리라고 상상하였으나 역시 상상이었다. 아무 흥미도 없고 관심도 없는 비디오 현대미술과 설치미술, 그리고 개념미술이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관념적인 현대미술을 혐오한다. 다소 고전적인 예술관이기는 하지만, 예술은 카타르시스라고 여기는 나에게는 새로운관 념을 주입시키려는 현대의 관념미술과 설치미술을 혐오할 수밖에 없다. 나는 해외의 수많은 현대미술관을 찾아보았지만 이해는 커녕 혐오감만 안고 돌아나왔고, 그래서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것을 일찍기 포기하고 말았다. 또, 이 미술관에는 한반도의 도자기골동품이 아주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우리 조상들의 도예기술을 업신여긴 면이 있는데 그런 인식을 조금 씻을 수 있었다.
10월 19일, 토요일
아침의 날씨는 공기도 맑고 하늘도 맑은, 참으로 멋진 날씨였다. 북한산우이역의 우이모텔을 나와서 오전9시에 도봉산역에서 윤선생님을 만나서 등산을 시작했다. 도봉산은 오래전에 친구와 함께 올랐던 적이 있는데, 무척 아름다웠다는 기억이 남아있다. 도봉산은 사실은 북한산 국립공원의 일부다. 내 견지로는 설악산보다 더 아름다운 산으로서 규모만 작을 뿐이다. 도봉산은 대한민국의 명산일 뿐 아니라 세계의 명산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도봉산역에 내리니 끝도 없는 등산용품가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여기서 찾을 수 없는 등산용품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등산을 마치고 다시 도봉산역으로 돌아오니 오후 3시 반이었으니 6시간 반이 소요되었다.윤선생님과 저녁을 함께하고 저녁7시 44분 KTX를 타고 구포역으로 출발하였다. 고맙게도 윤선생님은 서울역까지 배웅을 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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