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시간에 대하여

박희욱 2008. 6. 5. 21:54

현대인들은 시간에 얽메여 산다.
시간은 돈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돈에 얽메여 산다.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에 '모모'라는 소설이 국내에서 선풍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그후 몇년 전에 다시 재발매되어지기도 했지만 그때의 선풍을 이어가지는 못한 것 같다.

그것은 독일인 미카엘 엔데가 쓴 것인데, 이 소설을 읽고서, 이것이 우리나라가 아닌 선진국 독일 사람이 저작한 것이 무척이나 의아스러웠다.

왜냐하면 그 내용이 바로 한국의 사회상황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소설의 내용 중에서 한 토막을 소개하고자 한다.


주인공 이발사는 나이 40살이 넘도록 가족들과 함께 시간적으로 여유롭고 행복하게 살아 왔는데,

비오는 어느날 곰곰히 생각해보니 지금껏 무엇인가 이루어 놓은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시간을 낭비하면서 살아왔다고 반성하게 된다.

 

그러는 찰라 회색인간(상징적 인물)이 나타나서 이발사에게 제의를 한다.

즉, 당신이 시간을 나에게 저축하면 10년 후에 2배로 증식시켜 되돌려 주겠다는 것이다.

시간을 아껴서 불필요한 일을 삼가고 열심히 일하면 시간이 저축된다는 제의였다.

 
그 제의를 수락한 이발사는 그 날부터 눈코뜰새 없이 열심히 일했고, 

그 이발사와 같이 열심히 일하는 인간들로부터 시간을 빼앗은 회색인간은 그 시간을 담배로 말아서 피움으로써 생명을 유지한다는,

내용이 동화적이며, 풍자적인 소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는 시간을 아끼라는 충고를 수없이 들어왔고, 또 그러한 잠언을 많이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시간은 아끼면 아낄수록 시간은 줄어든다. 마치 깍으면 깍을수록 크지는 구멍과 같다.

그래서 우리는 회색인간의 꼬임에 빠진 이발사 꼴이다.

 

'라 브뤼에르'라는 사람은 '자신의 시간을 잘 못 이용하는 사람이 시간의 덧없음을 한탄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잘 이용하는 사람이 시간이 부족하다고 불평하는 것 같다.

이를테면, 하루에 3시간만 자고 일하는 나폴레옹 같은 사람이 시간이 많은가, 

아니면 하루에 8시간 이상 꼬박꼬박 잠을 자는 사람이 시간이 많은가?

 

우리는 시간을 절약한다는 것이 사실은, 시간을 덧없이 보내는 것이 아닌지 의심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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