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카심 이야기

박희욱 2009. 4. 18. 11:08

옛날 오스만 터키 제국에 카심이라는 여인이 살았는데, 그녀는 술탄의 하렘에 들어가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래서 그 목적으로 밸리댄스를 열심히 연습한 결과, 술탄 앞에서 공연할 기회를 잡아서,

황제의 마음을 얻고 하렘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거기서 또한 수많은 여인들 중에서도 갖은 수단을 동원하여 최고의 총애를 받게 되어서 2명의 왕자를 낳게 되었다.

 

술탄에게는 이미 첫번째 부인으로부터 2명의 왕자가 있어서 자기 자식이 술탄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첫번째 부인이 사망하자 그녀는 기회를 잡았다.

술탄이 출타한 틈을 타서 첫째 아들을 마약으로 유혹하여 폐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둘째는 영민하여 좀처럼 걸려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의 심복을 시켜서 둘째 왕자가 말을 타는 동안에 화살로써 말을 쓸어뜨림으로써 불구로 만들어 버렸다.

 

드디어 술탄이 자기가 죽게 되면 자신의 무덤을 카심과 나란히 만들어 달라고 유언하였다.

이 제국에는 불구는 술탄이 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었으므로 결국 카심의 소원대로 자신의 큰아들이 새 술탄이 되었다.

 

그런데 대관식을 끝내고 처소에 돌아온 카심은 이상한 낌세가 있어서 조사한 결과 숨어 있는 자객을 찾아내었다.

그 자객을 고문하자 그는 새 술탄의 명령으로 카심을 죽이려 했다고 실토하였다.

그러나 그 말이 도저히 믿기지 않아서 그 자객을 술탄앞에 데리고 가서 대질시켰다.

술탄은 말했다. "그렇다. 내가 시켰다. 내가 당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 나를 제거하고 동생을 술탄의 자리에 올려 놓을지 나는 불안하였다"라고.


그리하여 카심과 둘째 아들은 궁중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심한 궁핍을 견디다 못한 카심은 둘째의 팔을 잘라서 술탄의 앞에 나아가서 이렇게 탄원하였다. "둘째가 저렇게 불구가 되었으니 이제 당신이 염려할 것은 없지 않소? 그러니 옛날처럼 나를 이 궁중에서 살 수 있게 해 주시오!" 결국 이 탄원이 받아들여지고 카심은 궁중에서 여생을 편히 살 수 있었으며, 죽어서도 결국 옛 술탄의 옆에 묻힐 수 있었다 한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 이야기는 이스탄불에서 만난 아마츄어 터키학 학자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내가 알고 지내는 터키 동생들에게 이 야사를 알고 있는지 물어봐야징~ ㅎㅎ 얘기 또 해주세욤~~~^^ 07.07.16 13:51

우리의 성공 또는 성취라는 것이 이 이야기와 유사한 것이 아닐까요? 즉, 진정으로 소중한 것을 소모하면서 아무 가치도 없는 죽은 껍데기 같은 것에 천착하는 것 말입니다. 07.07.21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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