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박희욱 2009. 4. 18. 12:35

지난번에 낙동강 줄기따라 자전거 라이딩을 하기 위해서 안동버스터미널에 도착했을 때입니다.
화장실 소변기 위에는 아래와 같은 디즈레일리의 금언이 붙어 있었습니다.

과거는 생각을 하기 위하여 존재하며,
오늘은 일을 하기 위하여 존재하고,
내일은 희망을 즐기기 위하여 존재한다.


말하자면, 내일을 꿈꾸면서 열심히 일하고, 가끔 소의 되새김질처럼 과거를 추억하라는 말인 것 같습니다.

만일 이 금언대로 산다면,
과거를 회상해 보아도 땀흘려 일한 것만 기억에 남을 것이고,
희망했던 내일이 오늘이 되면, 그 성취가 무엇이든 간에, 그 순간 또 땀을 흘리고 있을 것입니다.

디즈레일리는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정객이었습니다.
그는 열심히 일했던 덕분에 수상에까지 올랐습니다.
일국의 수상인 그는 국민의 세금이 절실히 필요했을 것입니다.
세금은 노동으로부터 나옵니다.
헌금도 노동으로부터 나옵니다.

일하라, 일하라, 또 일하라고 독려하는 자들은 과연 누구입니까?
용의자는 정치인들, 성직자들, 교사들, 언론인들일 것입니다.
그들은 노동력을 스스로 갖고 있지 못하므로 타인의 노동력이 필요합니다.
또, 그것은 그대를 장악하기 위한 술책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일하는 자에게는 의무감과 책임감을 지워주고서 쉽게 장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스스럼 없이 말합니다. '조국은 그대의 피와 땀을 요구한다'
또는, '국가가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바라지 말고, 국가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이가를 생각하라'
그러면 군중들은 박수를 보내고, 그때 그들은 장악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지금 여기서, 뛰고 춤추고 노래하는 자는 아무도 장악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전쟁놀이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은 제단 앞에 무릎을 꿇을 이유도 없습니다.
과거가 괴로운 사람,
그리고 희망의 이면인 미래의 불안이 있는 사람만이 무릎을 꿇습니다.
영화 '타이타닉'의 '도슨'처럼 오늘 이 순간을 사는 사람은
죽는 그 순간에도 그것이 바로 최고의 행운인 것을 압니다.

개미처럼 살 것입니까?
아니면, 배짱이처럼 살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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