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terranean 5

지중해5개국15-요르단/와디럼1(Jordan Wadi Rum)

박희욱 2009. 5. 12. 06:33

다합에서 누웨이바로 가는 마이크로버스를 예약하였는데 승객이 나홀로여서인지 택시가 왔다.

누웨이바로 가는 길에 자전거 여행자가 한 명 있었다.

만일, 한여름에 시나이반도를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누웨이바에서 요르단의 아카바까지는 $44달러이다. 승선절차가 무척 복잡하다.

그럴 때마다 자전거 짐의 탈착이 무척 힘들고 짜증스럽다.

X-ray  검사가 두번, 여권검사가 3번이다.배는 출발할 줄 모르고 사람들은 계속 승선한다. 

알고보니 1시 배는 취소되고 3시에 출발한단다.

 

승객이 1천명이 넘는 대형선박이다. 그 승객은 모두 해외로 일자리를 찾아가는 사람이라고 한다.

한 사람을 붇잡고 물어보니 사우디에 일하러 간단다.

우리도 과거에 많은 노동자들이 중동과 같은 해외로 나가야만 했던 적이 있었지 않은가.

외국인이라고는 호주인 피터, 영국인 폴, 프랑스인 2명, 그리고 나 5명 뿐이다.

 

배는 4시에 출발하였으니 결국, 3시간이나 연발한 셈이다.

아카바만은 반대편 해안이 지척에 보일 정도로 좁았다.

아카바항에 저녁 7시 30분에 도착하였고, 먼저 수십대의 대형 트레일러를 하선시켰다.

하선하는데 무려 1시간 반이나 걸렸다. 피터는 이것을 보고서 이집트인 답다고 했다.

또, 입국심사하는데 30분이나 기다려야 했다.

 

피터에게 돈과 시간 중에서 어느것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잠시 뜸을 들이더니 시간이 더 좋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보다는 이집트인들이 더 부자군요!'

어두운 밤중에 부두앞에 나오니 호텔 호객꾼이 왁자지끌하다.

피터와 폴과 함께 택시를 타고 아카바 시내로 들어왔다. 피터는 독방을 택했고 폴과 나는 같은 방을 썼다. 

 

요르단은 이집트와는 수준이 확연히 차이난다. 음식먹기가 보다 수월하다.

음식은 첫째, 위생적이고 깨끗해야 한다. 둘째, 이상한 냄새가 없어야 한다. 셋째, 맛이 있어야 한다.

 

다음날 4월 30일, 아침에 일어나서 셋이서 식사하러 갔는데 이상하게도 폴은 주문을 하지 않는다.

내 음식을 권유하니까 조금 사양하다가 받아 먹는다.

영국인 여행자들은 어딘가 궁색해 보이는 경우가 많았고,

독일 여행자는 짠돌이들이 많았지만 그 둘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지도를 사기 위하여 폴에게 서점을 물었더니 론플랜으로 그 위치와 오픈시간까지 보여준다.

역시 대단한 가이드북인가 보다.

 

피터는 버스로 와디럼으로 가기로 하고, 나는 자전거로 가기로 했다.

출발한지 얼마 못가서 체인이 뒷 스프라켓에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

자전거 여행자는 자전거에 이상이 생기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곳에서는 기어가 있는 자전거를 본 적이 없으므로 이 나라의 수도 암만까지 가지 않으면 고치지 못할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알고 보니 기온의 상승으로 인하여 기어 케이블이 늘어나서 그랬다.

 

10km쯤 달렸을 때 앞에서 택시가 섰는데  피터였다. 같이 자기 택시를 타고 가잔다.

그는 버스 출발시간을 기다리지 못하여 택시를 대절했단다.  나는 용감하게도 사양하고 말았다. 

좀더 주행을 하니 4명의 자전거 여행자가 지나갔다. 반갑고 힘이 났다.

길은 기복이 심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기대와는 달리 평평하지도 않았다.

스페인 라이더 2명도 지나쳤다. 이번 여행에서는 유달리 스페인 라이더를 많이 보았다.

갑자기 앞에서 택시가 서더니 쪽지를 건네 주었다.

 버스로 일찍 도착한 피터의 쪽지였는데 와디럼에 도착하면 마달라라는 사람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이집트의 산들은 햇빛에 그을린 듯한 검은색내지는 회색빛을 띠웠는데 이곳의 산들은 갈색이거나 붉은색이어서 훨씬 아름답다.

이집트의 산들, 특히 시나이반도의 산들은 마치 악마가 사는 곳인 듯했다.

교통량도 적고 노견도 넓어서 라이딩이 즐거웠다. 라이더는 역시 안장위에 앉아야 행복한가 보다.

도로는 4차선에서 2차선으로 변하고, 43km 지점에서 우측으로 꺽어서 들어가니 풍경이 환상적으로 변한다.

 

아카바에서 63km 쯤 달려서 와디럼의 비지터 센트에 도착하였다.

직원인 듯한 사람에게 마달라라는 사람에게 연락을 부탁했더니 와디럼의 배드윈 마을로 들어오란다.

7km를 달려 들어가는데 환상적이었던 그 전 경치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더욱 환상적이다.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기 샤터를 연신 눌러대면서 주행하였다.

나에게는 너무나 멋져서 카이로의 피라미드가 여기에 온다면 얼굴을 붉히며 달아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에 도착하니 마달라가 나를 알아본다. 키와 체구가 작은 배드윈족으로서 예의 그 터번을 쓰고 있었다.

그에게 2박 3일의 와디럼 사막투어를 신청하고, 여장을 풀고, 샤워를 한 다음,

간단한 배낭을 꾸리고, 수퍼에서물과 간단한 점심을 사서 벌써 폐차했어야 할 작은 트럭을 타고 캠프로 가니 피터가 있었다.

백인들 속에서 피터 한 사람이라도 있어서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했다.

캠프는 검은 천으로 ㅁ자 형태로 얼기설기 쳐놓은 텐트였고 모래바닥에 매트리스를 깐 것이었다.

 

피터는 성격이 무척 사교적이어서 아무에게나 농담과 싱거운 소리를 잘했다.

잠시만 같이 있어도 오랜 지기처럼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그와는 누웨이바에서 아카바로 건너오는 페리에서 만났는데,

이집트 카이로에서 시작해서 7주간의 이번 여행이 끝나고 귀국하게 되는 암만에 도착할 때까지 10일간 동행을 하게 되었다.

그는 이번 여행의 막바지여서 나보다 더 마음이 편안했을 것이다.

 

첫날, 캠프에는 12명의 객이 있었는데 대부분 독일인이어서인지 분위가 조금 냉냉하였다.

도대체 서로 인사를 잘 할 줄 모른다. 둘째날에는 프랑스인들이 많았는데 분위기가 훨씬 부더러워졌다.

 

캠프에 도착하자마자 주변으로 천천히 산책을 해보니 사막의 고요와 평화로움이 바람결에 밀려왔다.

곧, 사위가 어두워지면서 별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모래 바닥 위에 하얀색 플라스틱 같은 것이 어둠속에 띄엄띄엄 서있는 것이 눈에 띄였다.

어두운 밤에 길을 표시하기 위해서 꽂아놓은 것인가보다 생각하면서 유심히 살펴보니 신기하게도 버섯이었다.

 

저녁 BBQ는 드럼통을 모래바닥속에 묻고, 그 바닥에 숯을 넣은 다음에 철망을 걸치고,

그 위에 감자, 당근, 그리고 닭고기 등을 넣은 다음에 두껑을 닫고 모래는 덮어서 한 참 익힌것이었다.

뗄감이 부족한 사막에서의 요리 방법인가 보다.

그런데로 먹을만했지만 맛있는 성찬은 되지 못했다.

 

식사후에 모두 대화를 즐기는데 역시, 피터가 대화의 주도권을 쥔다. 그가 부러웠다. 

캠프에 있는 호주인, 영국인, 캐나다인은 물론이고, 독일인, 프랑스인들과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하니까.

여행중에 만나는  세계의 모든 사람으로부터 많은 이야기와 정보를 들을 수 있어서 여행이 더욱 즐거울 것이다.

언어가 상대방에게 딸리면 몇 수 먹히고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그는 붙임성도 참 좋다.

 

그들의 대화에 낄 수 없는 나는 캠프 뒤의 바위에 올라가 밤하늘을 하염없이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는 나대로 좋았다.

밤하늘의 별빛과 사막의 고요한 정적이 그들의 대화보다 나쁠 것이 무엇인가. 사실,

내가 사막캠프에 온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닌가.

 

 

 요르단의 아카바 항

 

 

 왼쪽이 영국인 폴(33세, 미혼),

중앙은 호주인 피터-그는 생화학 박사로서 병원에 근무하고 있으며, 나보다 5살 연상이었다.

오른쪽은 한국에서 온 백수.

 

 

 

 아카바

 

 

 신기하지 않는가! 이곳에서 생명을 유지한다는 것이.

 

 

 아카바에서 와디럼 가는 길

 

 

 

 

 

 

 

 

 

 

 

 

 

 

 와디럼 가는 길

 

 

 와디럼 입구

 

 

 와디럼의 붉은 사막은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무대가 된 곳이다.

 영화의 내용은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에 없다. 

 로렌스는 오스만 터키를 물리치고 중동지역을 장악하려는 대영제국의 앞잡이 노릇을 한 결과가 되었다.

 

 

 요놈들이 무얼 먹고 있는가 싶어서 살펴보니 잎이 변해서 동글동글한 줄기 같이 생긴 아주 조그만 식물이었는데,

입에 넣어 씹어보니 놀랍게도 맛과 향이 무척 좋아서 사람이 먹어도 될성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