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시간, 공간 그리고 나

박희욱 2010. 7. 14. 18:48

아주 어릴 때는 시간관념이 없었다.

배가 고파서 울었지 젖을 먹었는지가 오래되어서 울고 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던 것이 나이가 들수록 시간관념이 발생하면서 점차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찬가지로 아주 어릴 때는 공간관념이 없었다.

그때는 차를 타고 갈 때도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 도로주변의 가로수가 지나 가는 것으로 느껴졌다.

열차가 어두운 터널로  들어가서 차창에 반대편 모습이 비치면 열차가 반으로 나눠지는 것으로 느껴졌다.

 

이와 같이 시간과 공간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성장하면서

물체의 운동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관념에 불과하다.

그래서 시간개념과 공간개념이 발달하기 전의 시기에는 자신이 한 경험을 기억할  수 없었다.1

 

'나'라는 것도 점차 성장하면서 발생하는 하나의 관념이다.2

사물을 인식하면서, 인식의 도구인 자신의 몸을 인식의 주체인 '나'로 착각하는 것이다.

인식을 있게 하는 의식이 주체이지, 그 도구인 몸이 주체 즉, '나'일수는 없다.

 

그 의식이 진정한 '나'이다

그러나, 그 의식에는 너의 의식이니, 나의 의식이니, 우리의 의식이니 하는 개념이 없다.

온 우주의 의식은 동일한 의식일 뿐이다.3

 

이 세상이 꿈인 것은

시간관념과 공간관념과 함께

'나'라는 허구의 관념이 그 원인이다.

 

그대는

시간과 공간과 그리고 '나'에

제한된 존재가 아닌, 이 순간 우주전체이다. 

  1. 아주 어릴 때의 경험을 기억할 수 없는 것은 시간관념과 공간관념이 덜 발달되었기 때문이지 기억력이 덜 발달되어서가 아니다. [본문으로]
  2. '나'라는 관념의 발달이 늦은 어린이는 상당히 성장할 때까지 자신을 객체로 인식한다. [본문으로]
  3. 이것이 梵我一如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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