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삶과 죽음

박희욱 2010. 12. 7. 12:09

만일

어떤 병원에서

간호원이 한 손에 물컵을 들고서

그대에게 영생의 알약을 내민다면

그대는 과연 그것을 받아서 입에 틀어넣을 것인가

 

만일

영생의 약을 목구명 속으로 삼킨다면

그 순간 그대는 그대의 팔다리로부터

모든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것이고

곧 침대에서 축 늘어질 것이다

 

그것은
그대에게 삶의 에너지를 공급하던 죽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대의 삶은 그대의 죽음에 의해서 유지되며, 죽음이 사라지면 삶도 사라진다

삶과 죽음은 서로 분리할 수 없는 동체이니1

죽음과 삶은 하늘을 나는 새의 양날개이다2

 

  1. 삶과 죽음은 자석의 양극과 같다. [본문으로]
  2. 죽음을 껴안아라. 그것이 삶을 껴안는 길이다. 결코, 삶만을 껴안는 길은 없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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