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뽀삐의 생이별

박희욱 2011. 8. 29. 06:21

이 번 여름의 더위도 한풀 걲였다고 보고 선풍기를 창고에 집어 넣었는데

오늘 한낮에는 사뭇 더워서 바람을 맞아 들이려고 창문을 열어 젖히고 아래로 내려다보니

며칠째 뽀삐가 홀로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뛰었다.

 

창문에서 내려다 본 모습

오른쪽위가 뽀삐이고,  왼쪽 아래가 순돌이이다.

 

궁금해서 고무신을 끌고서 아래로 내려가서 주인 아저씨에게 알아보니

숫놈 순돌이와 새끼 4마리를 남에게 주어버렸다는 것이다.

아니, 이럴 수가!

아무리 짐승이라고 하지만 이런 생이별이!

 

 

새댁 뽀삐

 

 

뽀삐의 아픔이 나의 가슴에도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주인 아저씨에게 그래도 뽀삐가 괜찮으냐고 물었더니 며칠간 풀죽어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뽀삐는 이제 겨우 2살이 채 안되는 새댁이다.

강아지 때 이 집에 와서 먼저 와 있던 오빠 순돌이와 주례도 없이 남몰래 혼례식을 올리고,

생후 1년 6개월만에 귀여운 강아지 4마리를 낳아서 몹시도 뿌듯해 하는 모습이었는데.

 

 

신랑 순돌이 4세

 

순돌이 또한 2년전에 아내 깡춘이와 아들 방울이를 떠나 보내야 하는 아픔을 겪었는데,

이번에는 자신이 아내만 홀로 두고서 자식들과 함께 남의 집으로 떠나가야 했던 것이다.

 

 

전처 깡춘이와 아들 방울이

 

 

측은한 마음을 추스리고 화실에 돌아오니 문득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내가 어느날 갑자기 심장이 멈추는 그날은 이런 뽀삐와 그리고 순돌이와 다를 바가 무었이겠는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명이란 신의 장난인가?  (0) 2012.01.04
사랑  (0) 2011.12.27
꼬마 친구 승연이  (0) 2011.08.18
서민  (0) 2011.08.01
여행과 인생  (0) 2011.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