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ask

출발하면서(On Departing for Alaska)

박희욱 2012. 6. 14. 20:46

  올해는 아내와 함께 결혼 30주년 기념으로 노르웨이 피요르드여행을 할 것을 계획하고 항공권까지 구입하였으나 아내의 요청으로 내년으로  미루게 되었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경주하여 여행계획을 수립하고, 지난 과거에 신혼여행 첫날밤을 경주불국사 관광지의 장여관에서 보내야 했던 지난 날에 대한 죄값으로 만만치 않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큰 마음을 먹고 결단을 내린 것이었지만, 아내의 의사에 반해서 강행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좀생이 짓이었지만 그때는 신혼여행을 다녀오면 다음달의 생활비도 불확실한 형편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몇년 전에 알래스카 자전거여행을 해볼까 하고 2 권의  여행기를 읽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포기하고 말았었다. 그것은 알래스카 남부해안지역은 날씨가 흐린 날이 많고 비도 잣다는 것과 엄청난 모기떼가 사람을 괴롭힌다는 정보를 읽어 보았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다시 알래스카를 선택한 것은 그곳의 예상되는 광활하고 광막한 풍광이 나를 다시 매료시켰고, 시설이 좋은 캠핑장이 많아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자전거여행을 하기에는 편리할 것 같아서였다.

 

  처음에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알래스카까지 자전거로 올라가려고 계획을 하였는데, 이미 4월 초순에 밴쿠버나 시애틀로 가는 항공권의 예약이 끝나버려서 차선으로 알래스카 앵커리지로 가는 항공권을 구입하게 되었다. 처음 계획대로 한다면 시간과 경비와 함께 힘이 더 많이 들고, 그럼으로써 알래스카 여행에 시간적 여유가 불충분할 것이다.

 

  2006년도에 캐나다 밴프국립공원에 갔을 때 그곳 어느 유스호스텔에서 알래스카에서 자전거를 타고서 내려온 젊은 청년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나도 그 여행루트에 흥미가 있었기 때문에 여행이 어떠했느냐고 물었더니 대단히 좋았다고  다소 흥분한 듯이 말했지만, 나는 숲속길의 단조로운 풍경에 지겹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알래스카에 항공편으로 바로 가서 여러가지로 여유있게 여행하게 된 것이 오히려 더 잘 된 것 같기도 하다. 좀 아쉬운 것은 캐나다 서해안지역으로 뻗어져 내려와 있는 동남부 알래스카를 경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행정보를 찾다보니 이 지역이 상당히 매력적인 여행지인 것으로 보이는데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겠다.

 

  이번 여행도 역시 자전거 도로주행으로써 자연풍광을 즐기는 것이지만, 산악자전거 라이딩과 트레킹도 많이 할 생각이다. 그 외에도 알래스카에는 여러가지 많은 어트랙션이 있다. 이를테면 래프팅, 카누,카약, 빙하크루즈, 빙하가이드트레킹, 비행기 또는 헬기 플라잉투어 등이  있는데 비용이 대단히 비싼 것이 흠이다. 그러나 아무리 비용이 많이 들어도 몇가지 어트랙션에는 동참을 해 볼 작정이다.

 

  알래스카의 여행성수기는  7월 초순에서 8월 중순까지이고, 이 기간에는 예상외로 다소 붐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분비는 것은 좋은데 캠핑장만큼은 붐비지 않기를 바란다. 출발을 6월 15일로 다소 앞당긴 것도 조금이라도 남부해안지역을 여행하는 시기에는 붐비는 시기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기온은 평균 10도에서 20도 정도 사이를 오르내릴 것으로 보이고, 여행초기의 남부에서는 흐린 날이 많고 비를 뿌리는 날도 있어서 조금 추운 날도 있을 것으로 예견되고, 내륙지방에는 근 30도에 육박하는 날도 있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런 날은 드물 것으로 본다.

 

  근 2개월에 걸친 준비가 완료되고, 드디어 오늘 출발한다.

 

나는  아무런 미진한 것도 뒤에 남기지 않고서 여행을 떠난다

아무런 미진한 것이 없다는 것은 마음에 아무런 걸림도 없다는 말이다

 

바람은 아무런 걸림없이 불어간다

나도 한 줄기 바람이  되어 알래스카로 불어간다

 

바람도 공기의 흐름일 뿐 별도의 존재가 아니며,

바람이 불어가는 공간도 물질의 존재일 뿐 별도의 존재가  아니다

 

나는 그러한 공간속을 불어가는 그러한 바람이려니

나는 알래스카의 바람속으로 사라져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나에게 오고감이 어디에 있을 것인가

나는 無(nothingness)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