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ask

7월 13일 클루티나 캠핑장(Klutina RV Park)

박희욱 2012. 8. 18. 03:41

날씨: 흐리고  비

 

  일어나니 8시가 넘었다. 늦잠을 잤다. 텐트안 온도는 14도.

이 정도의 온도만 되어도 텐트안 생활은 불편이 없겠다.

 

  내 다리를 쳐다보니 수없이 모기에게 당한 자국이다. 어제는 긴 오르막을 느린 속도로 주행하는 중에 모기란 놈이 따라오면서 공격한 것이다.

무서운 놈들. 이런 놈들은 처음이다.

참치찌게는 그만 해먹어야겠다. 맛도 별로려니와 참치캔과 양파는 부피도 크고 무게도  많이 나가서 이동에 부담이 된다.

대신에 미소 된장국으로 대체하여야겠다.

 

  간밤에도  비를 뿌렸고, 일어나기 직전에도 빗방울 소리가 들려서 오늘도 여기서 하루 더 잡혀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슈워드 북경식당 안주인께서는 흐린 날씨가 더 좋단다. 햇살이 너무  강하여 눈부심이 심하기 때문이란다.

 

  오전 11시가 가까워져 오고 있다. 비는 또 내린다.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텐트만 걷어면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놓고 빗방울이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다.

강변에는 빗방울이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낚시질을 하고 있을까?

나라면 한 두 마리쯤은 재미로 잡을지 몰라도 그 이상은 잡을 수 없을 것 같다.

 

  어제는 이 캠핑장의 입구가 어딘지를 물어보려고  주위를 두리번거려 보니까 어떤 사나이가 RV 옆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의 눈을 흘깃 보았더니 소리 없이 울고 있어서 차마 물어 불 수 없었다.

내가 알 필요는 없지만 흐린 하늘 아래에서 빗방울을 맞으며 울어야 하는 아픈 사정이 무엇일까.

 

  연어의 고장 키나이 반도와 발디즈를 지나쳐 오면서 연어를 단 한마리도 볼 수 없어서 알래스카까지 와서 연어 구경도 못하고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기서 볼만큼 보게 되었다. 여기는 연어낚시터 겸 캠핑장이다.

 

  시각은 12시 15분. 이제 출발을 포기해야겠다.

 

 

여기까지 올라와서 잡히다니 너무 억울하다!

 

 

 

이 차가운 강물에 무슨  먹이가 있겠는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이렇게 물살이 거센 강을 무슨 힘으로 헤엄쳐 올라오는지.

 

 

 

알래스카에서는 개들조차도 인상이 좋다.

개만도 못한 사람은 많지만,

사람만도 못한 개는 별로 없지 않을까? ㅋㅋㅋ

 

 

 

잡으면 일단 대가리를 짱돌로 살짝 찍어서 기절시킨다.

 

 

 

아이고!

차라리 아래쪽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아기곰에게 잡히는게 훨씬 나았을 텐데!

 

 

 

연어낚시법

형광색의 인조미끼를 달고서 위쪽에 던져서 물살을 타고  내려오면

미끼를 들어올려서 다시 윗쪽에 던져  넣는다.

이 동일한 행동을 8~9초마다 반복한다.

 

뜰채옆의 나무 몽둥이는 연어를 기절시키는 것이다.

 

 

 

 

 

 

 

4주간의 휴가를 내어서 연어낚시를 하러

스위스 루체른에서 왔다는 부부

 

스위스에는 연어가 없을 텐데 어떻게 연어낚시를 하러 왔느냐니까

연어 보다는 작지만 연어 비슷한 것이 있단다.

아마도 송어를 말하는 것 같았다.

 

 

 

내가  "대단히 비싼 연어군요"라고  말했더니 그렇단다.

그러나 냉장고에 저장해 놓고서 1 필넷씩 꺼내 먹으면

사먹는 연어맛과 어떻게 같겠는가.

먹을 때마다 연어를 낚는 손맛까지 함께 맛이 날 것이다.

 

 

 

캠핑장 사무실

뒷쪽에 샤워실과 세탁실이 있다.

야영장 시설이 이 정도만 되었어도!

 

 

 

Klutina River

물살이 거세다.

 

 

 

이 영감님은 낚시가 잘 안되는지 동료에게 조력만 하고 있었다.

 

 

 

이 사나이는 무스,곰, 카리부 등을 사냥하고 낚시로 생계를 꾸려가는 프로라고 하였다.

 

 

 

 

 

 

 

Lyndsey와 Dave(부녀지간)

Dave는 할배로 보였는데 56년생.

콜로라도에 사는데 Horse Cowboy라고 했다.

4주간 알래스카에 낚시하러 왔는데 2주가 더  남았단다.

오늘은 16마리를 잡았고,

이번에 알래스카에 와서 52인치, 25파운드 짜리 킹새먼을 잡았다고 자랑했다.

 

내 위스키가 다 떨어져서 체면 불구하고 버본 위스키 짐빔을 좀 마셨더니 얼큰해졌다.

콜로라도에서는 $8 하는 것을 여기서는 $13를 주고 샀단다.

나는 알래스카에서 벌써 헤네시 꼬냑 1병과 조니워커 1병을 다 비웠다.

 

Dave는  어제 여기에 오면서 내가 도로를 달리는 것을 보았다면서

비스켓과 햄과 치즈를 함께 먹지 않겠느냐고 제의를 했다.

 

 

 

Fairbanks에  거주하는데 알래스카에 온 아버지를 뵈러 왔단다.

아들이 29세인데 이번 10월에 결혼한다고 했더니 자기는 25세에 결혼하여 지금은 33세. 아직 자녀가 없단다.

내가 냇물을 그냥 마신다고 했더니 자신이 수질관리 관계의 일을 하고 있는데

Beaver fevert라는 병에 걸릴 염려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끓여 먹어란다.

 

Lyndsey Corley, Fairbanks AK

(907) 460-9953

9Kbrightstar@gmail.com

 

 

 

체면 불구하고 이것 저것 얻어 먹었다.

 

 

 

어디로 가나 제일 초라한 내 살림집

 

 

 

ATV라는 물건인데 도로를 망치는 주범으로  보인다.

 

 

 

연어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 연어의 이름은 사카이새먼

 

 

 

 

 

 

 

오후 늦게는 북쪽 하늘부터 일부분이 파랗게 개이기 시작했다. 기분이 좋다.

이곳 사람들은 이런 맛에 사는 것인가?

곧 햇볕도 비추인다.

 

 

 

샌프란시스코의 위성도시 오클랜드에서 온 영감님

 

 

 

역시 푸른 하늘의 흰구름이 가장 아름답다.

아니다. 배경인 푸른 하늘이 더 아름답다.

그런데 우리는 배경을 모르고 주제에만 집착한다.

 

 

 

억세게 운이 좋은 놈

 

한 번 잡혀서 살려주었는데

또다시 걸려서 또다시 살려주었다.

나 한테 잡혔으면 한 번으로 생이 끝장났을 텐데. 

작은 놈은 훈제를 해도 상품가치가 없단다.

 

이 놈은 첫번째 잡혔을 때 허리에 커다란 상처를 입고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 상처를 입고서도 무엇을 먹겠다고 입질을 한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운이 좋은 놈인가, 나쁜 놈인가?

나도  모르겠다.

 

 

 

 

 

 

 

 

 

 

 

보기 더문 여성 조사

폼이 멋지다.

 

 

 

 

 

 

 

미네소타에서 온 초보 낚시꾼

알래스카에 온지 7일 째인데 10마리를 잡았고,

하루에 3마리 정도 밖에 잡지 못했지만 그래도 재미 있단다.

 

이 아저씨는 낚시바늘은 문 연어를 곧 잘 놓쳤다.

전문가와 다른 점은 연어가 낚시바늘을 물었을 때 당황하면서 황급히 끌어오리려고 하는 것이었다.

반대로 전문가는 낚시줄은 살짝 늦추어 주었다가 침착히, 그리고 천천히 끌어올렸다.

 

친한 친구의 아들은 한국이 좋아서 4년째 영어교사를 하고 있단다.

 

 

 

 

 

 

 

한 번은 매우 장한 연어를 목격했다.

그 놈은 낚시대와 힘겨루기를 하면서 들채를 피해서 강 안쪽으로 줄기차게 헤엄을 쳐서 결국 낚시줄을 끊고 달아나는데 성공하는 것이었다.

 

 

 

 

 

 

 

그래, 이놈들아!

날 잡아먹어라!

 

 

 

Lyndsey가 준 연어 필넷

고추장에 찍어서 먹었다.

 

 

 

캠핑용 프로페인 가스

발디즈 하드웨어샾에는 오른쪽의 2 가지 가스가 있었다.

빨간 것은 $7.5, 파란 것은 $9.5

점원에게 어느 것이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것인가를 물었더니 용량이 같다고 하였다.

발디즈를 떠나면 어디서 다시 이것을 구입할 수 있을지를 모르기 때문에 아무래도 비싼 것이 수명이 길 것 같아서

파란색 가스를 3개나 구입하였다.

 

오늘 이 가스를 스토브(버너)에 끼우니까 들어가지를 않고 자꾸 떨어져서 내 복숭아뼈를 두번이나 내리쳤다.

이런 멍청이!

나를 자책하면서 가스 주입구를 살펴 보니까, 이럴 수가!

주입구가 다른 것이었다!

음식물을 사먹을 수 있는 곳을 쉽게 만날 수가 없는 알래스카에서는 가스가 떨어지면 보통일이 아니다.

 

캠핑장 내에서 지나가는 이웃에게 사정을 말했더니

그가 갖다준 버너가 이것이다.

주의가 깊었다면 $2나 비쌀 때는 좀더 주의 깊게 살펴 보았어야 했는데!

 

 

 

이 친구도 대단한 낚시 전문가였다.

 

 

 

늦은 오후가 되자 하늘은 다시 옅은 구름으로 뒤덮히기 시작했다.

 

 

 

저녁이 되자 더 많은 낚시꾼이 몰려왔다.

연어도 밤이 되면 더 잘 낚이는 것일까?

 

꼬마 아가씨가 나더러 "아저씨는 낚시 안하세요?"

이곳에서 낚시를 하지 않는 사람은 간첩인 모양이다.

 

 

 

3명이 한 팀이 되어서 오늘은 12마리를 잡았다고 했다.

그 중 프로가 잡은 것은 8마리

 

 

 

  사람들은 텐트안에서 심심해서 무얼 하면서 지내는지 궁금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게 아니고 꼼지락 거릴 일이 무척 많다. 나도 무슨일을 하는지 모르면서. 여자들이 집안일 하듯이.

주부들의 가사노동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될 것이다. 요즘에야 자동전자기기가 많아서 사정은 좀 달라졌겠지만.

 

  나에게는 아름다움이 최고의 가치이다.

아름다움이 곧 선이며,

아름다움을 나누는 일을 가리켜서 사랑이라 하고,

아름다움으로 가는 길을 가리켜 진리라 일컷는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힘든 여행을 하는가 보다.

지금 이 순간 MP3에서 나오는  갈루페의 피아노소나타 5번이 나에게 무한한 위안을 준다.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삶은 녹녹지 않다.

그러므로 만사를 조심하면서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살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해도 삶은 힘들 것이다.

 

  순수한 영혼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삶은 항상 열러 있다.

그에게는 어디든지 발길이 가는 데로 걸어도 그 길이 그를 받아 줄 것이다.

예수 같은 사람은 십자가에 매달려서 죽음을 맞이하여도 부활(Resurrection)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