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ask

7월 12일 치트나(Chitina)-클루티나 캠핑장(Klutina RV Park)

박희욱 2012. 8. 17. 18:00

날씨: 흐림

 

  어제 치트나 입구에 도착하여 매우 엉성해 보이는 어떤 호스텔 문을 두드렸더니 아무도 없었다.

조금 큰맘을 먹고 캐빈을 찾았더니 빈 캐빈이 없단다.

캠핑장을 물었더니 여기서 3km를 더 들어가야 한단다. 이미 153km, 12시간 30분을 달리고 나니 단 1km도 더 주행하기가 싫었고,

캠핑장을 찾아간다 한들 시간도 늦고, 춥고, 바람도 부는데 몸은 또 어떻게 씻을 것인가, 피곤한데 저녁은 언제 해먹고?

 

  할 수 없이 호텔이라고 이름이 붙은 곳의 문을 열고 들어가서 카운트 앞에 섰다.

젊은 녀석이 장부를 뒤적이고 전화를 받고 하면서 나를 못 본 체한다. 칼자루는 그 녀석이 쥐고 있으니 나는 끈기 있게 한 참 기다려 줘야 했다.

기회를 봐서 방이 얼마냐고 했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165란다. 역시 예상대로 배짱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낡은 건물에 코구멍한 호텔방이라면 $40라 해도 비싸다.

 

  내 꼴을 봐라, 내가 $165나 내고 잠을 잘 수 있는 여행자로 보이냐? 좀 갂아 봐라!

좋다, 10% 갂아 줄께.

야, 좀 더 갂아주라. 오늘 발디즈에서 여기까지 잔차를 타고 와서 너무 피곤해서 그런다. 내가 오죽하면 호텔에서 자려고 하겠나.

내가 죽는 상을 해도 그 놈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내가 무슨 재주로 장사꾼을 이기리요.

결국 $148.5를 주고 룸 키를 받고 말았다.

쓰라린다. 국내에서는 3만원 짜리 민박료가 아까워서 자갈밭에 텐트를 쳤던 내가 아니었던가.

 

  아무튼 간밤에는 그래도 따뜻한 물에 샤워도 마음껏 하고 편안하게 밤을 지낼 수 있었다.

호텔은 돈을 준만큼 피로가 풀린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 치트나에서 맥카시로 가는 방법을 여러가지로 강구해 봤지만 뾰쪽한 수가 없었다.

60마일의 비포장길을 패니어를 달고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길이고,

그렇다고 패니어를 여기 치트나에 맏기고 들어간다면 식비와 숙박비가 상당히 부담이 된다.

그리고 날씨도 흐린데다가 어제 장거리 라이딩을 했기 때문에 피로가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아서 힘도 딸린다.

게다가 여행일정도 부족하다. 그래서 수없이 망설였던 맥카시로 가는 여정은 포기하고 말았다.

나중에 다시 만난 빌리는 치트나에서 맥카시 사이의 풍경이 더 멋지다고 했다.

동네 사람들에게 맥카시 들어가는 것을 포기했다고 했더니 저전거로 들어가는 것은 무리이니 잘한 결정이라고 했다.

 

  돌아나올 때는 날씨가 흐려서 먼 곳의 설산이 보이지 않아서 들어올 때의 환상적인 모습은 온데 간데가 없었다.

치트나에서부터 25km 정도는 기복이 심하고, 15km 정도는 평탄하며, 나머지 10km는 일직선인 긴 경사로이다.

 

 

 치트나

이 길을 쭉 따라가면 맥카시로 간다.

치트나는 마을이라고 할 것 없는 작은 부락이다.

 

 

 

 투숙한 호텔

짧은 여름 한 철 장사라 그들도 고가정책의 경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콧구멍만한 방이 $165

 

 

 

 왼쪽 저멀리 보이는 다리를 건너면 맥카시로 가게 된다.

 

 

 

 나는 여기서 맥카시 쪽을 쳐다만 보고는 뒤돌아섰다.

 

 

 

 어제 들어올 때 마주쳤던 독일팀

 

 

 

 이들은 오늘 날씨가 좋지 못하여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운이 따르지 못한다.

 

 

 

 

 

 

 

 

 

 

 

 

 

 

 

무스를 서너변 목격할 수 있었는데 그 때마다 즉시 피해버리기 때문에 촬영을 할 수 없었다.

멋진 뿔을 가진 수놈은 보지 못했다.

 

 

 

 

 

 

 

 

 길이 10km의 직선도록

 

 

 

 간악한 모기들이 자전거로 달리는 중에도 달라 붙었다.

 

 

 

 발디즈, 치트나, 글렌낼런으로 가는 삼거리

여기서부터는 도료표면이 매끄럽게 포장이 되어  있어서 주행속도가 훨씬 빨랐다.

관계당국에 도로포장은 이렇게 하라고  강력하게 요청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니까 자전거 주행에 타이어의 사이즈와 형태가 주행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크다는 의미이다.

 

 

 

 

 

 

 

 

 

 

 

 

 

 

 

 

 

 

 

 

 

 

 

 

 

 

 

 

 

 

 

 

 

 

 

 

 

 

 

 

 

 

 

 

 

 

 

 

 

 

 

Klutina 강변의 Klutina 캠핑장

 

  오늘 84km를 주행한 오후 5시에 빗방울이 떨어졌고 마침 그때 사설 캠핑장인 클루티나 캠핑장을 발견하여 텐트를 칠 수 있었다.

알래스카에 두 번째의 사설 캠핑장을 만난 것은 행운이다.

요금은 샤워를 포함하여 $20

 

  추가치산맥을 넘어서 그 영향권을 벗어난  것 같은데도 날씨가 좋지 못하다.

기상상태가 계속 이렇다면 여행을 조기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