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ern Europe

라이프찌히 가는 길(On the way to Leipzig)

박희욱 2013. 8. 17. 16:27

 

 

 

 

 

 

 

 

 

5월 12일(일) 맑음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나로 하여금 사정없이 콧물을 흘리게 했던 감기가 패퇴하고 조기에 철수해버린 것 같다.

 

베를린 관광은 기대에 못미쳤지만 드레스덴과 마이센 관광은 매우 흡족했다. 오늘은 라이프찌히로 가는 날이다.

오전 5시 30분에 기상하여 하늘을 쳐다보니 맑을 것 같다. '굿!' 하늘에는 구름이 좀 끼어 있지만 그 구름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더욱 푸르게 보이는 그런 날씨이다.

기상하여 화장실에 가고, 취사해서 식사를 하고, 설거지 하고, 양치질 하고, 텐트를 걷어서 짐을 꾸린 다음에 자전거에 부착하여 출발준비를 완료하니 9시 30분이다. 무려 4시간이나 소요되었다는 말이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했길래 4시간이나 소요되었나 싶다. 그러나 3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보통이고 조금만 마음을 늦추면 이렇게 된다. 처음에는 이렇게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데 대해서 무척 짜증이 났다. 그러나 아무리 서둘러도 3시간 이하로 줄이기는 쉽지가 않다.

 

캠핑장을 출발해서 4.5km 떨어진 드레스덴 중앙역을 향해서 출발을 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길이 잘 못 되었다. 다시 되돌아가려다가 어떤 행인에게 물었는데 가리켜주는 방향이 아무래도 이상해서 되돌아가려고 자전거를 돌리는데 어떤 남자가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묻는다. "Banhof!" 안내해 주겠으니 따라 오란다. 내가 역을 지나쳐 온 것이었다. '이런 바보!' 길을 잃은 내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다. 4번이나 지나친 그렇게도 큰 역사를 놓치다니! 주의력을 잃었나 보다.

 

여기서도 자전거 운임은 5유로이다. 11시 17분 열차를 탔다. 이 열차는 1등석 칸이 있어서 1등석 패스의 값어치를 좀 하려나? 그러나 1등석이나 2등석이나 별로 차이가 없어 보인다. 장거리여행만 할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비싼 1등석 패스를 구입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자전거를 소지할 경우는 더욱 그렇다. 보통 2등석의 좌석은 간혹 분빌 때는 좌석이 없어서 서서 가야하는 경우가 있을 수는 있다. 미리 예약을 하면 좌석을 확보할 수 있으나 예약비도 약간이 아니다.

 

자전거 코치(칸)가 2량인데 첫째 코치는 만원이어서 실을 수 없고, 둘째 코치는 자전거가 많아서 패니어를 분리해서 실어야 했다. 자전거가 무려 11대, 유모차가 2대가 실렸다. 만일 자전거를 가지고 어떤 시각에 반드시 승차해야 할 경우는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겠다. 1등석은 텅텅 비다 싶을 정도인데 2등석은 좌석이 거의 다 찾다. 독일 사람도 알뜰한 모양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라이프찌히의 실업율이 20%나 된다고 한다. 열차는 라이프찌히에 오전 12시 51분에 도착하였다.

 

 

라이프찌히 중앙역

 

 

열차표 예매소(Reservation)

 

 

 

 

 

예매소에서 만난 캐나다 밴쿠버에서 온 관광객

 

 

 

 

 

여행 나온 자전거

 

 

 

 

왼쪽에 예매소가 보인다.

 

 

 

 

 

역사내의 서점

독일인들이 책을(여기서는 잡지) 얼마나 읽어대는지를 알게 해준다.

프랑스인들이 와인이나 마시고,

이탈리아인들이 노래나 부르고,

스페인인들이 춤이나 출 때

독일인들은 읽고 생각한다.

 

 

 

 

 

 

 

 

 

 

술취한 노숙자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골통들은 무서운 독일경찰도 못말리는 모양이다.

독일 고속열차 ICE의 1등석에서 목격한 것인데,

어떤 승객을 검색하는 경찰의 태도는 사정없이, 가차없이 엄격하였다.

물렁하기 이를데 없는 우리나라 경찰도 좀 본받았으면 한다.

 

 

 

 

 

 

 

 

 

 

 

독일 배낭족을 보면 남자나 여자나 배낭의 크기가 별로 차이가 없다.

 

 

 

라이프찌히로 달리는 열차

 

 

 

날씨는 이렇게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 멋진 날씨였다.

독일은 지금의 시기가 봄의 최고절정기인 것 같다.

 

 

 

 

 

내가 있는 쪽은 1등석이고 건너편은 2등석이다.

2등칸에 좌석이 없어도 슬그머니 1등석 칸에 와서 앉는 사람은 없다.

2등석의 경우는 빨리 승차하여 자리를 잡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좌석이 만원인 경우는 별로 없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승객이 많는 모양이다.

 

독일 사람들은  늙은 사람이 아니면 열차의 좌석에 앉으면 대게 책을 펴서 들었다.

 

 

 

 

 

 

 

 

 

 

 

북유럽에는 유채밭이 많다.

 

 

 

 

 

 

 

 

 

 

 

 

 

 

 

 

 

 

 

 

 

 

 

 

 

 

 

 

 

 

 

 

 

 

 

 

 

 

 

 

 

열차가 라이프찌히에 다가가자 갑자기 하늘에 검은 구름이 몰려오더니 빗방울이 떨어졌다.

 

 

 

 

 

 

 

 

라이프찌히 중앙역

 

 

우리나라에는 접이식 자전거가 아니면 자전거를 가지고 승차할 수 없다.

유럽은 지하철에도 대게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이전까지는 자전거를 실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우리나라 철도도 얼마간의 운임을 내고 자전거를 실을 수 있도록 하는 조처를 해야 한다.

 

 

 

 

 

 

북유럽에는 영어 표지판을 보기가 어렵다.

그렇게 했다가는 주변 모든 국가의 언어를 모두 표시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라이프찌히 역에 도착하였을 때는 소나기가 오고 있어서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일단 점심을 먹고나서 예정한 캠핑장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호텔을 찾아 나설 것인지를 결정하기로 하고

화장실도 갈 겸 Subway에 들어갔는데 여기도 화장실이 없다.

독일 사람들은 오줌도 안누남?

변소란 본래 '편리한 장소'라는 뜻인데 모든 것을 편리하게 하는 독일인들이 화장실만은 편리하지 않으니 왠일일까?

 

화장실은 위생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화장실은 관리를 잘 해야 하고, 관리를 잘하자면 비용이 많이 들고, 그래서 여러 곳에 화장실을 둘 수 없다, 뭐 이런 것인가?

 

서브웨이 롱풋과 콜라 미드사이즈-8.5유로, 미국에서는 이것이 8.5달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예전에는 식비를 아낀다고 하프로 한 끼니를 떼웠는데 지금은 롱풋을 배에 넣어도 배가 별로 차지 않는 듯하다.

 

 

 

 

 

여행 내내 화장실 찾기가 고역이었다. 여기도 1 유로

아무리 생각해도 서양 사람들은 소변 보는 횟수가 우리보다 적을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화장실을 찾기가 이렇게 어려울 수 없다.

이런 3개층의 대형 역사에 화장실은 2층에 달랑 하나다.

 

 

비가 그쳐서 캠핑장을 찾아가기로 하고 역사를 나섰는데 하늘이 언제라도 물조리게를 뿌릴 태세이고, 바람도 불어서 춥다. 방풍자켓을 꺼집어 내서 입었는데도 추위는 가시지 않는다. 대충 방향을 잡고 길을 물어서 자전거 페달을 돌리고 가는데 아무래도 길이 미심쩍다. 사람이 눈에 띄지 않는 어느 아파트 단지에서 어떤 젊은 친구가 있길레 길을 물었더니 나 혼자서는 찾을 수 없으니 자기가 길을 안내해 주겠단다. 그가 자기 집에서 자전거를 가지고 나와서 나와 함께 길을 찾아 나섰다. 그 길은 내 혼자서는 찾을 수 없는 비포장 소로였다. 그는 캠핑장을 1km 정도 남기고 되돌아 갔다. 캠핑장에서 라이프찌히 시내를 나다닐 때는 내가 왔던 그 길은 복잡해서 다른 길을 이용했다.

 

 

 

 

 

 

고마운 죠지

그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좀 있었고

스키를 좋아한다는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도 알고 있었다.

얼마간 립스비스이기도 하겠지만 아무튼  그는 "Korea is fantastic!"라고 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어쩌면 싸이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캠핑장 찾아가는 길

 

 

Auensee 캠핑장

 

 

라이프찌히에서 7km 거리

 

 

 

 

 

캠핑장 입구

 

 

 

 

진입로

 

 

 

 

 

오른쪽 이웃은 인사성이 없었다.

"Hellow!"하고 인사를 하는데도 아무런  답변이 없다.

매너가 없는 이런 사람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캠핑장은 무척 커서 작은 공원만 하다. 요금은 2박에 19유로인데 예상보다는 저렴하다. 캠핑장에 도착하여 텐트를 치고 짐을 풀어서 정리하고 나니 오후 3시 30분이다. 시내 구경을 할 시간적 여유가 좀 있기는 하지만 찌푸린 하늘을 보니 여기서 7km 정도나 떨어져 있는 곳까지 나가고 싶지가 않다. 몇가지 빨래나 하고 샤워를 한 다음에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야겠다. 아무리 내가 관광을 하기 위해서 여기에 왔지만 바삐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느긋한 시간이 더 가치 있는 시간일 터이다. 그런데 이렇게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여행을 한다면 렌트카 여행보다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게다. 아무튼 숙박비가 이 정도면 아무런 부담이 없다.

 

여기는 캠핑장이 넓고 샤워도 시간제한 없이 할 수 있어서 좋은데 부엌의 가스렌지와 전기곤로를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식당도 없어서 텐트안에서 취사해서 식사를 해야겠다. 유럽에는 각 텐트사이트 마다 딸려 있는 야외용 식탁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알래스카에서는 다른 것은 없어도 사이트 마다의  야외용 개별 식탁은 있었다.

 

텐트 속에서 안드레 보첼리의 음악을 들어본다. 오래전에 성악을 좋아하는 어느 제자가 보첼리의 노래가 참 좋지요 하고 말을 붙였다. 나는 생각 없이 별로 좋지가 않다고 말해버렸다. 그는 맹인 성악가로서 상당히 대중적 인기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나는 정통성악을 좋아하는지라 다소 팝페라적인 느낌이 있어서 그리 탐탁하게 여기지 않고 있었다. 그의 노래가 싫다기보다는 더 좋은 성악가가 얼마든지 있는데 굳이 그의 노래를 좋아할만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제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성악가에 대한 나의 동조를 바랐을 터인데 나의 답변에 얼마나 실망스러웠을까. 다시 만나면 사과하고 싶다. 좋고 나쁘고는 개인의 취향인데 굳이 좋지 않다고 말할 이유가 없었다. 그 제자는 지금도 성악을 열심히 듣고 있을까.

 

 텐트 바깥의 하늘은 햇볕이 났다가 구름이 끼었다가 하는 변덕을 계속 부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