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ern Europe

사본린나(Savonlinna)

박희욱 2013. 10. 4. 16:19

 

 

 

7월 7일(일) 맑음

 

경관이나 경치에 대한 호, 불호는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과 경험과 그때의 기분에 따른다.

내가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물어보아서 좋다고 한 경우에 실재로 내가 가보아서 좋았던 경우는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유르겐은 핀란드를 비롯해서 발트해연안 등지의 자전거여행을 많이 해본 것 같은데 아직 노르웨이는 가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 최고의 여행지를 아직도 여행하지 않은 것이 의아스럽다. 그곳에서의 자전거여행이 힘들어서일까. 아니면 가장 아름다운 곳을 남겨둔 것일까. 아무튼 그는 다음에는 그곳에 갈 계획이라고 했다. 나는 노르웨이를 여행하고 나니 다른 곳은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겠다.

 

내가 로포텐이 세계최고의 도로경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하자 유르겐은 그것은 당신의 취향일 뿐이라고 했다. 나도 맞장구를 쳐주었다. 또, 내가 만난 많은 자전거여행자들이 핀란드의 올란드섬이 아름답다고 말한다고 하니까 역시 그것도 그 사람의 취향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세상  모든 것이 취향에 달린 것이라고 말해주어야만 했다. 사실이 그렇기는 하다. 재즈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나의 취향은 아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취향에 따른 말마다 그것은 당신의 취향일 뿐이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입을 닫아야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상대방의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것은 당신의 생각일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말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말이 맞다고 해서 다 의미가 있는 말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가 자신의 생각으로 말한다. 남의 생각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앵무새에 불과하다. 제3자의 말을 전하는 말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생각이 일부 들어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취향이 들어가지 않는 풍경에 대한 판단이 어디에 있겠는가.

 

유르겐은 여기는 내 동네에 가까운 곳이니까 동쪽 끝에서 온 촌놈이 어디가 좋다 나쁘다는 말하지 말라는 뜻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사람에게 내가 세계도처를 여행해 보았다고 해봤자 그 사람 기분만 상할 것이다. 사실, 세계최고라고 단언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말이다. 어쩌면 모든 곳이 세계최고일지도 모른다. 만약 그곳이 독특한 개성만 가진다면 말이다. 심지어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조차도 구경할 것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이런것은 그 사람의 취향과 그때의 기분에 달린 일이다.

 

이수미씨의 말에 의하면 노르웨이에 오는 관광객들은 대체로 세계의 많은 곳을 관광한 다음에 오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유럽의 북쪽 변방에 있는데다가 여행시즌이 짧고, 물가가 높기 때문에 여행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다.

 

 

 

나에게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호사스런 숙소였다.

하룻밤 자고 가는데 더 이상 호사스런 잠자리가 필요하겠는가.

 

 

 

 

호스텔

건물이 제법 큰데도 불구하고 관리인이 아무도 없다.

투숙객들이 아무도 없는 듯 조용하기만 하다.

하룻밤을 자고 바로 헬싱키로 가기 위하여 짐을 챙겨서 나왔다.

 

 

오전 9시 쯤에 호스텔을 나왔다. 호스텔 내에서는 쥐죽은 듯이 조용했고 투숙객은 건물을 나서면서 겨우 몇몇을 보았을 뿐이다. 사본린나는 열차의 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헬싱키로 가는 열차는 오전 9시 30분과 12시 30분에 있는데 오전중으로 시내를 잠시 둘러보기로 하고 12시 30분 열차를 타기로 했다.  

 

 

 

 

호스텔이 있는 섬과 연결되는 다리

 

 

 

 

어제 도착하였던 사본린나 항

 

 

 

 

무척 한가한 해안풍경이다.

 

 

 

 

 

 

 

 

 

 

 

 

 

 

오늘은 일요일 아침이라 무척 조용한 가운데 호수로 흘러들어오는 물살이 무척 평화스럽게 보인다.

 

 

 

 

날씨는 맑고 바람결도 하나없는 조용한 일요일 아침의 느낌이 물씬 난다.

 

 

 

 

올라빈린나(Olavinlinna) 성

사본린나에 온 것은 이 성을 보러온 것이 목적이었지만, 사본린나라는 도시명에 이끌리기도 했다.

15세기에 호수의 바위섬에 축조된 것으로 북유럽 최고의 성 중의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성으로 건너가는 다리

깜장야크가 보인다.

 

 

 

 

 

물살이 조용하면서도 사뭇 빠른 느낌이다.

 

 

 

 

 

 

 

 

 

 

 

 

 

 

 

좀 아이러니컬하게도, 전투를 위한 성인데도 불구하고 멋진 하나의 조형물로 느껴진다.

 

 

 

 

 

 

 

 

 

입장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다.

입장을 하려면 1시간이나 기다려야 하고 자칫하면 열차를 놓칠 수도 있고 해서 입장을 포기하였다.

외관만 보면 되지 굳이 내부까지 볼 필요를 못느꼈다. 여우와 신포도인가.

아마 다른 관광객들도 대게 이 성을 보기위해서 사본린나에 올 것이다.

그런데 입장시간을 겨우 4시간으로 통제하는 연유는 무엇인가?

관광객들을 단 하루라도 사본린나에 더 붙들어 두려는 얄팍한 수작은 아닐까.

모든 의심은 생각일 뿐이기는 하다.

 

 

 

 

 

성에 입장하지 않은 것이 실수였는지는 모르겠다.

이른 시기에 여행의 제대말년병에 걸린 것인가.

 

제대말년병의 증상은 이렇다,

새벽에 일찍 잠이 께어서 더 이상 잠이 오지 않는다,

관광을 많이 해야겠다는 의욕이 떨어진다,

안전에 대한 조심성이 증대된다,

졸라매었던 돈주머니가 느슨해지면서 씀씀이가 조금 헤퍼진다,

좀더 편안한 곳에서 잠을 자고 싶어진다,

힘든 자전거 라이딩을 기피한다.

 

써놓고 보니 마치 죽을 때가 되어가는 늙은이 같다.

그래! 인생도 하나의 여행이 아니던가!

 

 

 

 

 

 

 

 

 

 

 

 

 

 

 

 

 

 

 

 

 

 

 

 

 

 

 

 

엘비스 프레슬리가 아직도 살아 있는가 보다.

나는 그의 느끼한 목소리와 몸짓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요장터

예쁜 목공예품이 나를 유혹했으나 참고 말았다.

 

 

 

 

 

 

 

 

 

 

 

 

 

 

 

 

 

 

 

 

 

 

오페라 가수인 듯한 사람이 '오, 솔레미오'를 열창해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그런 다음에 오페라 관계자가 나와서 공연을 선전한다.

 

 

 

 

 

 

 

 

 

이 조그마한 도시에 오페라축제가 열린다.

삼손과 데릴라, 라트라비아타, 예네프오네긴, 로엔그린, 등이 공연되는데,

관람료가 90유로 이상이고, 하루 더 숙박을 해야하니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내게는 그림이 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