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본린나 열차역은 시발점인데 역사도 없고 역무원도 없고, 열차시각표만 있다. 여기서 헬싱키로 바로 가는 열차도 없어서 파리칼라에서 갈아타야 한다. 아비스코에서의 경우를 생각하니 자전거를 싣지 못할 수도 있겠다. 열차도 달랑 2량 뿐이다. 안되겠다 싶어서 버스터미널로 가보았는데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터미널의 모든 사무실이 문을 닫았다. 운행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다시 열차역으로 돌아오면서 서브웨이에 들러서 롱풋(9유로)으로 점심을 준비하였다.
다행히 열차안에는 이런 처음보는 자전거 거치대가 있다.
정오 12시 30분 출발
예상되로 풍경이 볼 것이 없다. 자전거 라이딩을 포기한 것이 잘한 것이다.
유럽의 다른 철도와는 달리 파리칼라까지는 레일의 연결부위가 있어서 진동과 소음이 났다.
승무원은 파리칼라에서의 환승열차 출발시각이 오후 1시 31분이며, 자전거를 싣는 차량은 6번이라는 것을 알으켜 준다.
유럽인들은 자신의 직분에 충실해서 승객의 모든 편의를 잘 챙겨주는 것 같다.
독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전거운임은 5유로이다.
개팔자가 상팔자인 것을 세계최초로 알아차린 민족은?
한민족! ㅋ
이 차량은 개판이 아니라 개를 태울 수 있는 개칸이다. 그러니까 다른 칸에는 개를 태울 수 없다.
그래서 개가 7마리나 승차하고 있다.
좌측의 노랑바지 아저씨는 앞좌석의 아주머니와 함께 앉았는데 각자 개 한 마리씩 데리고 있었다.
헬싱키에 내리도록 3시간 40분 동안 서로 대화를 나누는 단 한 마디의 목소리도 들을 수 없었으니 부부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사실 부부 사이에 대화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그런데 한국사람은 입만 열면 대화를 할 것을 강조한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부부생활을 모니터 한다면 무슨 대화를 엿들을 수 있을까.
아마도 서로 싸우는 대화 밖에 들을 것이 없을 것이다.
나는 부부 사이의 대화는 서로 싸울 때나 필요한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부부 사이에 아무 말없이 나란히 앉아 있으면 뭐가 덧나나?
이녀석은 복이 많아서 젊은 주인의 보살핌이 지극정성이었다.
먹여도 주고, 마시게도 해주고, 주둥이도 닦아주고, 개껌도 주고.
최초로 개껌을 만들어서 팔아먹을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누굴까?
천재다!
노르웨이를 보고나니 이런 풍경은 아무런 흥미를 끌지 못한다.
숲이 없는 농경지의 풍경은 독일 농경지의 축소판이었고 여기도 유채밭이 많다.
푸른 하늘에 맑은 대기 속에서 흰구름 떠다니는 멋진 날씨다.
지금 사이먼과 가픈클의 앨범을 듣고 있다.
고교시절 점심시간만 되면 이 노래가 방송되곤 했다.
방송반 친구들이 이 앨범을 좋아해서일까, 아니면 달리 틀만한 레코드가 없어서 그랬을까.
사나이 둘이서 어쩌면 그렇게도 섬세한 화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놀랍다.
공부하느라고 힘든 하루의 일과를 보내면서도 점심시간에 교정의 계단에 앉아서
이 음반을 들을 때만은 마음의 평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여자아이는 동화책을 보다가 책을 덮고 건너편 좌석에 있는 개를 쓰다덤어 주려고 했다.
그런데 그 개가 물려고 하자 화들짝 놀라서 제자리로 돌아와서는 한참 동안이나 찔금거리면서 눈물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긴 시간동안 울고 있는 것이 의아스러웠다.
놀라서 그런것만도 아닌 것 같고, 애정을 거부당한 슬픔에서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고.
나는 한참 동안이나 이 여자아이가 눈물짓고 있는 모습을 연민의 미소를 띄면서 보아야 했다.
그러다가 곤히 잠이 들었으니 이 아이는 세상 모든 것이 평안할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은 곧 우리의 영면과 함께 사라진다.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잠과 같은 평안함이다.
그 잠은 바로 마음의 침묵이다.
이 아이의 잠결에서처럼 께어 있을 때도 마음의 침묵을 지켜라.
마음의 침묵으로써 세상 모든 것에 연민의 미소를 보내라.
타인에게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연민의 미소를 보내라.
그러면 그것이 바로 자비의 미소이다.
헬싱키 중앙역
오후 4시 50분 도착
Kohonen 부부
역사 앞에서 론플랜의 지도를 열심히 보고 있으려니 이 부부가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그들도 자전거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는데 아카데미카 호스텔까지 안내해 주겠단다.
호스텔 앞까지 안내해 주는 바람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요금은 27.5유로
리셉션의 Anna가 무척 친절하다.
여장을 풀고 수퍼마켓을 찾아 나섰는데 아비스코에서 만났던 한국낭자 3명을 만났다.
그녀들도 아카데미카 호스텔에서 이틀을 묵었다고 한다.
나는 무척 반가웠는데 그녀들은 무덤덤해 하는 것이 나를 좀 섭하게 하였다.
그녀들과 나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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