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 Nat'l Park

에필로그(Epilogue)

박희욱 2014. 8. 16. 11:44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지 내일이면 벌써 한 달이다.

그동안 거의 대부분의 나날들을 여행중에 찍었던 사진들을 정리해서 이 블로그에 올리는데 소진하였다.

사람들은 여행을 하고 나면 남는 것은 사진 밖에 없다고 하는데 나에게도 남는 것은 이 블로그 밖에 없는 것 같다.

이 블로그도 없다면  그렇게 힘들여 했던 여행에 대해서 공허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 블로그가 나의 여행에서 큰 위안이 되는 것 같다.

 

이번 여행을 출발하기 전부터 턱관절에 이상이 왔는데 점점 심해졌지만 여행을 눈앞에 두고 병원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출발했는데 미국서부에 도착해서는 더욱 심해져서 여행을 중단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햄버거를 먹으려고 입을 벌리면 마치 턱관절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점차 나아졌지만 지금도 턱관절이 조금 덜거덕 거린다.

 

귀국한 후에 블로그에 사진을 포스팅하는 작업을 끝내고 나서 턱관절 전문의원을 찾아갔더니 그 원인이 스트레스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여행에 대한 압박감으로 인하여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입을 꾹 다물게 되고 그것이 턱관절에 부담이 되어서

관절의 디스크가 이탈한 것이라고 보아진다.

또는, 컴퓨터 앞에서 여행정보를 수집하고 계획을 하는데 집중하다보니까 나도 모르게 긴장을 했을 수도 있겠다.

의사선생은 장시간 컴퓨터 작업을 하지 말라고 하였다.

 

지난번 중국여행 때는 여행의 압박감으로 인하여 한 쪽 귀의 청력이 뚝 떨어져 버렸다.

그래서 병원을 두 곳을 찾아갔는데 모두 스트레스가 없느냐고 물었고, 나는 전혀 없다고 대답했는데,

그때의 스트레스란 압박감을 말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바로 여행에 대한 압박감이었다.

그 중국여행을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고나니까 청력이 슬슬 회복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것이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도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엔젤레스를 거쳐서 뜨거운 아리조나 사막의 세도나에 이러르서는 언제나 그러하듯이

3개월에 가까운 여행을 마칠 생각을 하니 까마득히게 느껴졌다.

남의 나라 등산길을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오를려고 하니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싱글트렉(등산길) 라이딩은 혼자서는 하지 않는다. 만일, 다치기라도 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이국땅에서는 더욱 그러하고, 엄청 비싸기로 잘 알려져 있는 미국의 의료비를 생각하니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점차 익숙해지고, 멕시코여행을 포기함에 따라서 여행기간이 단축됨으로써 여행의 부담감에서 탈피하게 되었다.

 

이번 여행에서 미국서부 국립공원의 대부분을 섭렵하였다.

아름다운 하이킹코스와 멋진 엠티비 트레일을 경험하였는데 대부분은 미국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트레일이었다.

현지인이 내게 한국에 돌아가면 미국서부 여행가이드를 하면 되겠다고 했는데, 그것은 결코 과장된 말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자이언 국립공원의 엔젤스랜딩, 업져베이션 포인트,

브라이캐년의 선라이즈 포인트-선셋 포인트,

아치즈 국립공원의 델리킷 아치, 데블스 가든

로키마운틴의 플랫탑 마운틴,

요세미티의 글렌올린, 클라우즈 레스트, 파노라마 트레일 등은 정말 아름답고 멋진 하이킹 코스였다.

 

엠티비 트레일로서는

세도나의 하이라인,

모아브의 슬릭록, 포큐파인 림, 캡틴에이해브,

크레스티드 뷰트,

폰차스프링스의 모넉크레스트,

라이언스의 홀랜치 등은 두번 다시 경험할 수 없는 멋진 라이딩이었다.

 

승용차 드라이브 코스로서 아름다웠던 것은

해치에서 토레이까지의 시닉로드 12,

자이언 국립공원의 콜롭테라스 로드,

로키마운틴의 트레일리지 로드

레드로지에서 쿡시티까지의 베어투스 로드 등이 대단히 아름다웠는데,

그 중에서도 베어투스 로드는 노르웨이 로포텐제도에 비견할만한 황홀한 풍광이었다.

 

이번 여행중에 무거운 패니어를 부착하고서 지나쳐 가는 자전거 여행자들을 간혹 볼 수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무척 안쓰러워 보였고,

내가 저짓을 어떻게 해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끝없는 평원의 사막에서는 더욱 그러하였다.

 

이번에는 자전거여행을 계획했다가 렌트카여행으로 전환했는데 적절한 선택이었다.

그 덕분에 많은 곳을 여행하고, 멀리 옐로스톤까지 올라갈 수 있었으며, 또 베어투스 로드도 드라이브 할 수 있었지만,

이것이 나홀로 렌트카여행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지싶다.

렌트카가 편리하고 편안하며, 무엇보다도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둘러볼 수는 있기는 하다.

그러나 자전거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가슴 깊이 치미는 아름다운 감동을 느낄 수는 없다.

만일 베어투스로드를 자전거로 넘었다면 나는 수없이 자전거 페달링을 멈춰서 주체할 수없는 감동으로 울먹였을 것임에 틀림없다.

 

이번 여행의 초반에는 이제는 한 달 이상의 장기간 여행은 못할 것 같았다.

그러던 생각이 벌써 스러지고 말았다.

아무리 힘든 여행일지라도 막상 부딯치면 해내는 것이다.

농담인지는 몰라도 트래블(travel)이라는 단어는 트라블(trouble)에서 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여행은 본래 힘든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힘들지 않은 여행은 여행이 아니라고도 할 수 있겠다.

편안한 여행이라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라 관광에 불과할 것이다.

 

나의 삶도 관광과 같은 삶이 되게 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의도적으로 고난과 고통을 자초할 이유도 없고, 그럴 의사도 전혀 없다.

다만, 내 마음 내키는 데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뉴질랜드 로토루아에서 만났던 어떤 아주머니가 말했다.

길을 잃어서 헤메기도 하는 것이 여행이 아니냐고.

나는 살아오면서 길을 잃는 것을 누구보다도 두려워하는 겁쟁이였다.

그러나 이제는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그것은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곳이 바로 내가 가야할 길이기 때문이다.

 

 

 

 

 

A river runs throgh it.

(흐르는 강물처럼)

 

강은 미리 정해진 길이 없다.

강은 강물이 흘러가면서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인생도 흐르는 강물이다.

정해진 길로 가는 삶은 죽은 삶이며,

그것은 강이 아니라 관개수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