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America

에필로그(Epilogue)

박희욱 2015. 5. 12. 01:56

 

며칠 후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지가 한 달이 되어간다.

그간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는데 몰두하여 왔다.

시간투자가 많았지만 사진을 올리면서 다시 한번 여행현장에서의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이렇게 사진을 정리하는 것이 내 여행을 정리하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기억에 좀더 오래 남을 것이다.

 

이 번 여행에서도 별다는 문제나 큰 불편은 없었다. 다만, 분실물이 많았다.

열거해 보면, 이어폰, 헤드라이트, 안경 3개, 칫솔, 비누, 냉장고에 둔 음식, 미공군 파카, 러닝셔츠, 목욕타올, 와인오프너, 젖가락 등이다.

다른 캠핑여행 때에는 분실물이 거의 없었던 것은 텐트를 걷어면서 모든 것을 다 챙길 수 있어서였다.

또, 이과수 폭포 밑에서 사진을 찍다가 카메라를 적셔서 못쓰게 되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새로 구입해야 했다.

 

남미여행은 매우 위험한 곳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다행히 나는 아무런 사고도 없었다.

여행중에 택시강도를 만나서 폭력을 당하여 혼절하는 사이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이 두 사람이 있었고,

가방에 든 여행비를 몽땅 틀려버린 학생도 있었다.

택시 강도 같은 경우에는 택시를 이용하지 않는 수 밖에는 달리 방지할 도리가 없다.

리마 한국대사관 직원의 말에 의하면 한국인 여행자는 강도의 표적이라고 한다.

대사관에서는 공개적으로 그 위험성을 알리고 싶어도 외교적 마찰이 두려워서 마음대로 하지도 못한단다.

강도들은 그 대상을 물색하고 있기 때문에 걸려들면 모면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아무래도 남미의 단독여행은 삼가는 것이 좋을 성싶다.

 

여행중에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한국을 떠난지 2년이 되었다는 지구촌 떠돌이 여행자는 만났는데 그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좋은 사회시스템을 가졌다고 했다.

리마의 민박집에서 만난 2년간 세계여행을 하고 있는 여행작가이기도 한 사람도 세계에는 말도 되지 않는 이상한 시스템의 나라가 많다고 한다.

내가 보아도 파고들자면 수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는 한국이지만 그래도 한국은 이만하면 매우 훌륭한 나라인 것으로 보아진다.

그렇게도 빈한한 나라였던 한국이 이만큼 성장한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고, 이제는 전세계가 알아주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아르헨티나를 망하게 한 포퓰리즘이 한국에서도 세력을 얻고 있어서 염려스럽다.

앞으로 2~3세대까지는 폐해가 있어도 이런 성장모드를 유지했으면 하는데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어느 외국인 기자가 한국을 떠나면서 한국은 대단한 경제성장을 이룩하였지만 행복을 잃어버렸다고 했다는데 사실이기도 하다.

지나친 경쟁의식으로 인하여 사람들이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어께동무해서 경쟁으로부터 탈출하려고 한다면 비굴한 짓이다. 경쟁을 하기 싫은 사람은 홀로 살짜기 빠져나오면 된다.

욕망은 크면서  경쟁은 하기 싫다고 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다.

 

교육청 앞에 가면 학교에서 시험을 몰아내자고 데모를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은 시험이 있기 때문에 학교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른다.

내가 스페인어를 한 달간 공부했는데 남미에 도착하자마자 모두 까먹었다고 하자 서울대 상대 재학중이라는 학생이 말하기를

그런 것은 시험을 처야 외워진다고 했는데 옳은 말이다.

시험이 없다면 굳이 학교에 갈 필요도 없고, 독학을 한다면 학비가 들지 않아서 좋을 것이다.

 

한반도의 자연풍광도, 기후도 이만하면 세계최고라 할만하다.

광대하거나 기묘한 대자연은 없어도 오밀조밀한 아름다운 자연이 지근거리에 있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미국서부에는 대단한 곳이 많지만 나만큼 많이 돌아본 미국인도 별로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여행중에 또다른 여행을 꿈꾸었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그리고 아이슬란드 자전거여행이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여기에 발트해 연안과 스페인의 카미노 델 산티아고가 추가될 것이다.

아무래도 내게는 자전거여행이 제격인 것 같다.

 

어쩌면 여행의 진짜 의미는 목적지로 가는 것보다는 지금 여기를 떠나는 데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관광여행이라면 목적지가 더 중요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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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나는

힘들고 긴 여행을 끝마칠 무렵이면

눈물지으며 즐겨 듣는 노래가 있다.

San Francisco이다.

힘들었던 긴 여정을 뒤돌아보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기쁨이 한데 어우러져 나오는 눈물이리라.

 

내가 이 세상을 떠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날도

그렇게 눈물지을까.

그럴지도 몰라.

나는 다시는 이 세상으로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나의 집은 이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있다.

영원한 안식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