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ta Solberg
솔베이지의 노래는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최초의 성악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삼촌댁의 전축으로 처음 들었습니다.
생전 처음 본 전축으로 듣는 그 노래는 그렇게 아름답고 감동적일 수가 없었지요.
가슴 설레는 손으로 레코드를 전축에 올려놓곤 하였습니다.
나의 60년대는 참으로 어려웠던 시절이었지요.
집에 문화기기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해방전 일본에 돈벌러 잠시 가셨던 할아버지께서 가져오신 축음기가 있었지만
내가 어릴 때는 이미 고물이 되어서 들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고, 곧 폐기처분 되어서 칫솔함이 되었습니다.
이런 것이었습니다.
둘째 삼촌이 노래를 들어보겠다고 축음기 바늘을 숫돌에 갈곤 했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삼촌은 축음기 안에 사람이 노래를 한다면서 나를 놀리곤 했지요.
그 당시에는 '스피커'라는 것이 있었는데 멀리 십리 쯤 떨어진 창원읍에서 라디오를 전송하는 것이었습니다만,
수시로 전선이 절취되어 도난당했으므로 스피커를 들었던 기억이 내게는 없습니다.
얼마 못가서 스피커 방송은 중단되었습니다.
당시는 가난했던 시절이라 도둑이 몹시 듫끌었습니다.
(옛부터 쌀독에서 인심난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흥부전은 거짓인 셈이지요.)
내가 초등학교 때 비로소 아버지께서 집에 금성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들여와서 즐겁게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성악곡과 클래식 음악을 처음 들어본 것이었습니다만 왠지 나에게는 끌리는 음악들이었지요.
사람들이 흥얼거리는 가요와는 완전히 격이 달랐지요.
어린 마음에 가요는 좀 혐오스러웠습니다.
그 당시 들었던 노래 중에서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있는 곡으로는 '패티 페이이지'의 노래와 '매기의 추억'이 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날 즐겁게 듣던 그 라디오가 슬쩍 사라져버렸습니다.
무척 아쉬웠지만, 그 당시는 아버지 권위에 눌려서 라디오가 어디로 갔느냐고 물어볼 수도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빚을 갚는다고 팔아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내가 다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대학에 들어가서였습니다.
예전에 설날이 다가오면 동네 사람들이 우리집 방아간에서 설떡국을 만들어서 우리가 얼마간 수입을 올렸는데, 이것을 기회로 하여
유난히 체면이 많았던 나는 할머니께 염치를 무릅써고 대학입학기념으로 야외전축을 사달라고 하였습니다.
클래식 음악이 무척이나 목말랐던 것입니다.
위의 것이 그런 야외전축인데 내것은 파랑색이었습니다.
내가 음악을 들을 수 있게는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레코드를 살 돈도 없었고,
레코드도, 전축도 모두 음질이 너무 나빠서 제대로 음악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빌려갔던 친구가 자취방에서 도둑맞고 말았습니다.
그 친구는 물러내기는 커녕 미안하다는 말도 없었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그 친구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야외전축을 틀어놓고서 이렇게 노는 것이 낭만이었겠지만 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지요.
그 이후에 영어회화를 배우겠다고 큰삼촌에게서 FM녹음기를 빌려서 음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영어를 배우는데는 이용하지는 못했습니다.
온천극장 영사실에 들어가서 외국영화 대사를 녹음하기도 했지만 내 수준으로서는 이용할 수 없는 것이었고,
고가의 잉글리쉬900 테이프를 살 수도 없었지요.
2학년 때 그 녹음기는 큰삼촌에게 돌려드리고 군입대하였습니다.
그것이 어느듯 42년전입니다만, 지금이라도 큰삼촌에게 감사을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내가 돈을 벌어서 최초로 구입한 것이 오디오였습니다.
중동에서 돌아와서 인켈을 구입한 것이었습니다.
오늘 이 솔베이지의 노래가, 어려웠던 지나간 어린시절에 대한 회상이 겹쳐지면서, 나를 눈물짓게 합니다.
솔베이지의 노래는 언제나 나의 애청곡이 될 것입니다.
아래는 슬프디 슬픈 솔베이지 이야기만큼이나 애절한 이 노래의 가사입니다.
<솔베이지의 노래>
겨울이 지나고 봄이 가고, 여름 또한 가면
세월도 함께 흐르겠지요.
하지만 난 당신이 다시 돌아 올것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약속했던대로 기다리는 나를 당신은 찾아오실 거예요.
당신이 헤매는 외로운 길은 하나님이 지켜 주실거예요.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할 때에
그는 당신의 청을 들어주고 힘을 주실거예요.
당신이 하늘 나라에 계신다면
그곳에서 나를 기다려 주세요.
난 거기까지 가서 다시 만나고 사랑하게 될거예요.
그리고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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