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BBC earth에서 방영하는 아프가니스탄의 파미르고원 와카계곡의 와키족의 삶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며칠전에도 방영을 하였는데 그때는 그들의 척박한 삶을 보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채녈을 돌려버렸다.
와키족은 와카계곡 바닥에서 해발 4500미터에 이르는 고지대까지 계절을 따라서 오르내리며 염소 떼와 야크를 방목하면서 살아가는 매우 작은 씨족사회다.
나는 이 다큐멘트리를 보면서 몇번이나 북받치는 슬픔 같은 것을 느꼈다.
오직 생존을 위한 그들의 삶이 나를 가슴 아프게한 것이다.
그러나 알고보면 우리의 삶도 그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내 가슴이 공명한 것이리라.
잘 알다시피 파미르 고원의 자연은 척박하기 이를데가 없다.
주위를 둘러보면 눈덮인 고산밖에 없고 나무는 커녕 풀 한 포기 없는 듯 보이는 곳에서 목축을 한다.
그들이 비록 목축을 한다지만 좀처럼 고기를 먹어보지 못한다고 한다.
저지대의 상인이 오면 야크나 양을 팔아서 식량을 구입하고 생활용품을 사야 하기 때문이란다.
한 달에 한 번쯤 겨우 고기를 맛본다고 하니 엿장수가 엿판의 자기 엿도 마음대로 못먹는 꼴이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어떤 할머니가 등장한다.
그 할머니에게는 남자형제 둘과 자매 둘이 있엇는데 모두 죽었고,
자식이 7명이었는데 모두 죽고 한 명만 살아남았다고 한다.
물론 남편은 일찍 세상을 떠나버렸고.
이 와키족의 평균수명은 35세라고 하니 그들의 삶이 얼마나 척박한가를 보여준다.
이런 고지대에서 방목을 하면서 사는 것이 어떠한지를 묻는 질문에,
"정말 힘들고 어렵습니다. 산다는 것이 다 그렇지요."
"그래도 그럭저럭 견딜만 합니다."
"여기는 전쟁도 없고, 사회문제도 없고, 범죄도 없고, 타인과 다툴 일도 없지요.
다만 추운 겨울이 겁납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힘들더라도 스트레스는 없다는 말인 듯하다.
다큐멘트리의 말미에 와키족장에게 인터뷰를 한다.
"이곳 생활을 개선할 생각은 없으신지요?"
"개선하고 싶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개선하겠습니까?"
무엇을 어떻게 개선한다는 말인가?
수도를 놓고, 전기를 넣어서 TV도 보고 인터넷도 하고, 스마트폰도 가지고,
도로를 건설하여 자동차도 들여놓는 것이 과연 개선인가?
개선한다고 하여도 어떻게 유지한다는 것인가?
유지한다고 해도, 그러면 그들의 삶은 어디로 가는가?
그들의 삶은 이런 허접한 것들을 유지하기 위해서 소진되버리고 말 것이다.
인류는 1만여년 동안 문명을 개선해 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과연 어떠한가?
확실한 개선은 단지 인간의 평균수명이 증가한 것 뿐인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시대에 평균수명이 25세이던 것이 85세로 증대한 것 뿐이지 않는가?
그래서 요즘은 초등학생도 노후를 걱정한다던가?
우리의 삶은 삶을 위한 준비로써 끝나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끝나면 어느새 노후가 다가오고.
노후가 다가오면 놓쳐버린 삶을 더 살고 싶고.
내가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강물에 사는 악어로 태어나는 것은 허락되지 않고,
굳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야 하는 운명이라면,
이 와키족으로 태어나는 것을 선택하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문명이전으로 태어나고 싶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