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물국수 이야기

박희욱 2016. 8. 30. 05:05

산악자전거를 함께 타는 동호인 중에 닉네임이 물국수라고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당근 물국수를 엄청 좋아하지요. 먹었다 하면 꼽배기죠.

얼마나 좋아 하느냐 하면 배낭에 재료를 준비하여 잔차 타고 산에 올라가서 국수를 해먹을 정도니까요.

거기에는 사연이 있다고 합니다.


총각시절 장가 가려고 청춘사업을 몇번 실시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답니다.

그 친구 상판은 어디 내놔도 별로 손색은 없습니다, 잘 생겼지요. 근데 왜?

원인은 직업이 경찰이라는 것이었다나요, 옛날에는 경찰은 무지 박봉이었으니까요.

그 당시에는 경찰 뿐만아니라 교사를 포함해서 모든 공무원이 다 그랬습니다.

요즘이야 공무원이면 선망의 대상이지만 그때는 거지 같은 나라에서, 거지 같은 정부가 어쩔 도리가 없었지요.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경찰을 짜바리라고 폄하했지요. 공짜만 바란다고요.

생계비에 못미치는 봉급을 주니, 그것은 민을 뜯어먹어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 아닙니까.


그런데 우연찮게 어떤 한 처자의 마음을 훔쳐서 만난지 한 달만에 그녀의 부모집을 찾아갔었답니다.

근데 최진사댁을 쳐들어가는 칠복이 마음이 아니고, 신분이 신분인지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눈치보면서 들어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분위기가 서먹서먹했드랬어요.

'아차! 이거 글렀구나!'하고 앉아 있는데 장모되실 분이 이거나 먹고 가라면서 한 세수대만큼이나 되는 국수를 말아서 내놓드래요.

잰장 이렇게 된 거 먹고나 가자 하는 생각이 들어서 체면이고 나발이고 볼 것 없이 그 많은 국수를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다 먹어버리고 나왔답니다.

아마도 한 달 동안 투자한 금액을 조금이라도 환수하려고 그랬던 모양입니다.


근데 3~4일 후에 그 처자가 찾아와서 희소식을 전해주었답니다.

부모님이 결혼을 허락하셨다는.

얼시구나 좋다, 지화자 좋을시고, 땡이로구나!

그 자리에서 비로소 황홀한 첫키스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그 순간 얼마나 달콤했을까요!


왜 그렇게 반전이 되었냐고 물었더니,

그 처녀 엄마가 자기 국수 먹는 것을 보고서는 딸을 주어도 굶기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드래요.

한 세수대야만큼이나 많은 국수를 내놓은 것은 툇짜를 놓자니 미안해서 그랬다는군요.

아무튼 그 친구는 국수를 잘 먹어서 노총각 신세을 면하고 장가를 가게 된 셈이지요.

아직도 국수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마누라가 괜찮다는 의미가 아니겠습니까.

사실, 그 친구 상판을 보면 박복은 아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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