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글

그림

박희욱 2016. 11. 11. 22:10

실재적으로 그림붓을 놓은지가 어언 10년 이상 되는 것 같다.

그 이후 몇년간 드로잉과 누드크로키를 했는데 그것조차도 7년 이상이 지나가 버렸다.

강향숙 선생이 나더러 드로잉을 한 화지를 쌓아서 내 키만큼 될 때까지 드로잉을 하라고 해서 붓을 놓고 연필을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내 키만큼은 못하고 내 턱밑까지는 했다고 했더니 지금까지 한 것만큼 더 하라는 것이었다.

내가 프로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그림을 할 열정은 없었고, 그 이후 그림을 완전히 손을 떼고 말았다.

오랫 동안 붓을 놓고 있다가 다시 들었더니 그림 그리기가 겁이 났던 것이다.

붓을 다시 들기가 그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내가 누드크로키를 하다가 그림을 그만두었기 때문에 누드크로키로 다시 그림을 시작하기로 했으나 그것마저 두어달 하고는 또 다시 중단하고 말았다.


우리 아파트 이웃에 나이든 영감님이 한 분 계셨는데 나에게 그림을 절대 중단하지 말라고 간곡히 충고를 하였는데 그 분의 우려대로 되고 만 것이다.

점잖고, 다정하시고, 인테리하기도 한 그 분의 바램을 저버린 결과가 되어버렸다.

그분은 어느날 우리 아파트에서 사라져 버렸다. 아마도 나이가 들어서 자식이 있는 서울로 가신 모양이다.

어느날 그 분이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여 그림을 보여주셨는데 상당히 솜씨가 좋았다.

당신도 그림붓을 한 번 놓은 다음에 다시 잡지 못한 아쉬움이 커서 내게 그렇게 신신 당부하셨던 것이다.


이제는 그림을 다시 시작할 마지막 기회가 온 것 같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림을 그리기가 부담스러워진다.

조영남 선생은 그림이란 혼자서 숨어서 하는 장난질이라고 하였다.

정말 그 다운 해학이 넘치는 진솔한 말이지만 그렇게 장난치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잘 그러야겠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다. 더구나 나 같은 경우는 10여년전에는 제법 그림을 그렸다고 어느 정도 만족을 하였는데

지금은 그때만큼 그릴 자신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장난질을 쳐보자.

하지만 진짜 장난질이 되려면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할 것이다.

골프에서도 힘빼는데 3년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내게 그렇게 당부하셨던 그 영감님을 생각해서라도 이번에는 그림을 중단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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