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글

무지 & 무식

박희욱 2022. 10. 24. 06:59

영어에는 무지와 무식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하게 ignorance 또는 stupidity라 하지만

우리말에는 매우 유사한 것 같으면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굳이 말하자면 ignorance는 무지와 가깝고, stupidity는 무식에 가깝지 않을까 한다.

어쨌거나 무지나 무식이나 듣고, 보고, 배운 바가 없다는 것은 동일할 것이다.

 

무지한 사람이라면 순진함으로 인하여 자신이 손해를 보거나 피해를 볼 수 있는 반면에,

무식한 사람은 우악스럽고 다소 폭력적이라서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옛말에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부처라는 말이 있는데,

이때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은 무식이 아니라 무지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영국의 시인 워즈워드는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 했는데,

이는 어린아이의 아무것도 모르는데서 오는 순진무구함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보아진다. 

무지한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아집이 없는 사람이고,

무식한 사람은 아무것도 모름에도 불구하고 아집이 강한 사람이다.

 

더닝-크루거 효과라는 것이 있다.

능력이 있는 사람일 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 하고,

능력이 없는 사람일 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 하는 경향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무지한 사람보다는 무식한 사람이 더닝-크루거 효과가 강하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겠다.

 

사람들은 지식을 대단한 것으로  여기고, 자신의 지식을 절대적으로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내 견지로는 지식은 언제나 편견과 동반하는 관계에 있슴으로써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옛부터 식자우환이라는 말이 있는데 올바른 지적이다.

누군가가 말했다, 가장 무식한 사람은 자신이 무식함을 모르는 사람이고,

가장 유식한 사람은 자신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이런 사람은 유식한 사람이라기보다는 지성적인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오늘날 세상에는  엄청난 정보의 바다에서 유영하는 유식한 사람들이 넘쳐 난다.

그러나 지식이 범람할 수록 진정으로 지성적인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혜는 결코 지식에서 나오지 않는다. 궁극적 지혜에 도달하려면,

자신이 수집한 모든 지식을 날려버릴 때만이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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