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글

한자는 동이족의 글이다

박희욱 2024. 7. 22. 22:59
요즘 유튜브에는 유달리 한자가 한국인들의 글자라는 요지의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 근거로서 중국의 은나라시대에 갑골문자가 있었고, 그 은나라는 동이족이 지배계층이었으니 동이족인 한국인이 한자를 만든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주장이다.
중국의 은나라는 BC1000년전의 황하강 동북쪽에 위치했던 나라다. 한자의 시작은 갑골문에 앞서 4,500년전부터다. 한자의 수는 4만여 자가 된다는 말도 있고, 심지어 7만자라는 말도 있다. 한자는 한글처럼 어느 한 사람이 한 순간에 창제한 것이 아니고 오랜세월 동안 만들어져서 축척된 것이다. 현재에도 필요에 따라서 만들어지고있다.지금 중국에서는 단 500자만 알아도 문맹을 면한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은나라 시절에 만들어진 한자는 과연 얼마나 될까? 아무리 많아도 1,000자를 넘어설 것 같지가 않다. 그러면 40,000자-1,000자=39,000자는 누가 만들었나? 은나라시대에 사용된 한자의 수는 4,600자로 알려져 있고, 해독된 글자는 1,600자 정도다. 또 은나라시대에 만들어졌다고 해서 모두 동이족이 만들 것도 아니다. 이러할진대 한자가 동이족이 만들었다니, 심지어 우리글이니 하는 소리는 언어도단이다.
 
이런 주장은 중국의 조선족 200만명이 이용한다고 해서 한복과 김치가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는 것보다 못하다. 그런 논리라면 중국인들이 한글조차도 중국인이 발명했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만인 영어에 라틴어가 몇자 들어 있다고 해서 
이탈리아인들이 자기네 것이라고 말한다면 미친놈 소리 들을 것이다. 또, 한글의 70%가 한자말, 즉 중국말이니 한국어가 자기네 것이하고 한다면? 현대에 한국말에 영어가 스며들기 시작했는데 후대에 한국어가 영어에서 온 증거라고 들이대는 꼴이다.
한국인들은 대체로 동이족이라 하면 바로 한민족인 것으로 안다. 하지만 동이족은 중국 황하강 동북지역과 산둥반도에 거주했던 , 화하족을 제외한 여타 민족을 통틀어서 일컷던 말이다. 그러니 지금의 만주족, 한민족, 일본인들의 조상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나는 중국인들이 붙여준 동이족이라는 말을 버리고 싶다. 사실로 중국어와 한국어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러므로 한반도의 민족은 결코 은나라의 지배계층이었던 그 동이족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한국인들이 말하는 한자를 발명한 그 동이족은 어디로 갔는가? 전부가 한반도로 이주했는가? 발명한 한자를 화하족에게 물려주고서? 내 소견으로는 은나라가 망하자 그 지배계층이었던 동이족은 화하족에게 흡수 되어서 사라졌다. 그러니 한자 몇자를 만든 그 동이족은 한민족의 조상과는 관계가 없고, 현재 중국인, 즉 한족의 조상이다.
내가 알기로는 한자가 한반도에 전래된 것은 BC 230년 경인 것으로 안다. 뒤늦게 한자를 중국으로부터 빌려다 쓴 주제에 한자의 일부를 동이족이 만들었다고 해서 우리글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약장사보다 못한, 거짓말쟁이다. 참으로 통탄스러운 일인 것이 한국인들의 거짓말 근성을 보여주는 증거물이다. 온 세상의 웃슴거리가 될 것이다. 마치 도둑이 장물을 자기것이라고 우기는 꼴이다.
게다가 한자가 우리의 글이므로 한자공교육의 근거로 내세우는 자들도 있다. 그러나 신문에도, 길거리에도, 대학교제에도, 논문에도, 법조문에도 사라진, 사문화된 한자를 왜 배워야 하는가. 전혀 필요없다. 그렇게 주장하는 자들은 한자의 정체를 모르는 무지한 사람들이다. 한자는 표의문자라는 고정관념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어를 조금 배워보니 한자는 표의문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자는 단어문자, 또는 표어문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야말로 한자의 정체를 바로 아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특히 오해하기쉬운 것이 한자를 알면 어휘력이 좋아진다는 착각이다. 사실상 관계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어는 글자로써 이해되고 습득되는 것이 아니라 문장속에서 습득되는 것이다. 그것은 중국인들의 어휘력을 조사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내 생각으로는, 도리어 어려운 한자 때문에 어휘력은 뒤떨어질 것으로 본다.
사람들은 박정희의 경제계발만 대단한 것으로 아는데, 한글전용정책을 결단해서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쓴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내가 만일 대통령이었다면 그런 결단을 못했을 것이다. 그 시대에, 그 나이에 한글전용정책을 결단한 것은 경제계발 못지 않은 획기적인 사건이다. 문명과 문화는 문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국의 IT산업의 발전은 한글전용정책의 덕이라고 봐도 지나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박정희가 어떻게 그런 용단을 내렸는지 궁금하다. 지금도 한글정용정책을 반대하는 자들이 있는 것을 보면... 그러나 시대는 변했고, 한반도에서 한자는 자연도태되어서 아무리 한자타령을 해도 복원되지 않고 유물로서만 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한글조차도 영어에 밀리는 시대가 아닌가. 

중국의 지식인 루쉰은 '한자불망 중국필망'이라고 했다.

나는 중화문명이 유럽문명에 패한 것은 바로 표의문자의 표음문자에 대한 패배라고 본다. 중국은 표의문자로로써 천벌을 받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