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811

참나

아무도 이 세상을 구원하기는 커녕 개선조차도 할 수도 없다.* 이 세상은 신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신의 아들 예수가 재림한다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부처나 노자가 다시 태어나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일한 길은 내가 신이 되어서 새 세상을 창조하는 수밖에 없다. 즉, 나를 버려서 무아로 돌아서서 참나가 되는 것이다. 무념, 무심, 무아는 3위일체이며 그것이 곧 참나이다. * 세상을 진보시키려는 어떠한 사상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역사상 성공한 혁명은 없었다. 있었다 해도 그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결국 도루묵이 되었다. 고로 진보사상은 허구이다. 정글을 교통정리하려고 들면 정글은 파괴되고 만다. 세상은 그런 정글이다.

삶과 전력투구

로버트 피어시그는 이렇게 말했다. "It's the sides of the mountain which sustain life, not the top." 직역을 하자면, '삶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산의 비탈이지 산꼭대기가 아니다.' 이역을 하자면, 산을 오르는 것은 산꼭대기가 있어서 오르기는 하지만 산비탈을 오르는 것이 등산이지 헬리곱터를 타고 정상에 오르는 것은 등산이 아니라는 말이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직역을 하자면, '인간은 파괴되어 죽을 수도 있지만 패배할 수는 없다.' 이역을 하자면, 열심히 자신의 삶은 살아온 사람에게는 비록 죽음이 닥쳐도 인생의 패배는 없다는 의미다. 축구공은 이리 차..

문제

나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비록 문제가 있다 해도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문제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거나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그것은 이미 문제가 될 수 없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 또한 문제가 될 수 없다.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내가 모르는 나의 문제가 나의 문제다. 그 문제는 나의 생각으로써는 발견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러므로 내 생각이 중단될 때만이 발견될 수 있는 문제다. 말하자면, 내가 침묵속에 들어있을 때만이 발견될 수 있다.

이유

사람들은 세상만물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말들 한다. 과학자들은 그런 이유를 찾는 사람들이다. 한편 세상만물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고, 있는 그대로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있는 그대로, 즉 이유를 알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그러면, 이유는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그것은 이유의 존재유무가 문제가 아니라 당사자의 필요에 따른 문제다. 욕망이 있는 자는 그 욕망을 달성기 위해서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반면, 욕망이 없는 자는 이유를 찾아야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알고보면, 이유란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결국, 본래 이유란 없고 욕망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현상이다. 그러니, 道法自然이니 그 이상 나아가지 말아라. * 에드먼드 힐러리가 지구상 최고봉 에베레스트산을 오르자 어느 기자가 물었다. '당신..

심연의 참나

그대는 해수면을 흐르는 해류가 아니며, 출렁이는 파도는 더더욱 아니다. 그대는 깊디 깊은 대양의 끝없는 심연이다. 그 심연이 그대의 참나이다. 거기에는 빛도 없고, 어둠도 없다 시간도 없고, 공간마저도 없다. 그곳은 마음이 사라진 곳이다. 마음은 표층의 바닷물이 출렁이는 현상이다. 참나는 나 개인이면서 전체이다. 고로, 나의 참나와 너의 참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이다. 참나의 심연은 고요하며, 적막하며, 평온하며, 평화로운 곳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받으면서 표층에서 출렁이지 말고 그대의 본성, 심연의 참나로 침잠하라.

지식

인간의 성장단계를 4단계로 나눌 수 있겠다. 1단계는 무지의 단계, 2단계는 지식의 단계, 3단계는 경험의 단계, 4단계는 초월의 단계 지식의 단계도 무지의 단계와 별반 다를 것이 없고, 경험의 단계는 조금 아는 단계다. 초월의 단계는 다시 무지의 단계로 되돌아간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고했고, 영국 시인 워즈워스는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 했다. 경험이 적은 젊은이일수록 지식에 의존한다. 정보화시대가 되었지만 난무하는 정보가 혼탁스럽다. 내가 실수한 것 하나를 꼽으라면 경험자를 찾아다니면서 조언을 구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의 협소한 지식을 너무 믿었기 때문이다. 옛부터 빈깡통이 시끄럽다고 했다. 보나마나 대중매체에서 시끄러운 사람은 지식으로 무장한 사람일 것이다. 내가 클래식키타를 ..

道와 神

노자는 道法自然이라 했다. 道는 '우주만물이 스스로 그러한 대로 따른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면, 自然의 따름에 역행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신의 생각으로써 세상을 보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관념을 가지고 세상을 보며, 그렇게 보는 세상이 바로 환영(마야)인 것이다. 아무 관념이 없이 세상을 보는 것, 즉 무념으로써 세상을 보는 것이 바로 道이다. 우주만물은 결국은 에너지이며, 그 운동 또한 에너지에 의해서 흐른다. 우주만물을 관장하는 신은 바로 에너지 즉, 힘*이다. 그러므로 신은 사랑이 아니라 힘인 것이다. 신이 사랑이라고 하는 것은 道가 아니라 관념이다. 결국, 道나 神이나 힘이나 같은 동의어이다. 알을 깬 새가 세상을 파괴하고 찾아간 신-아프락사스는 바로 힘이다. 끊임없이 힘과 힘이 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