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881

천국

천국이란, 언어가 사라진 세계를 일컷는 말이다.언어가 사라지면,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다.무시간, 즉 영원이다. 언어가 사라진 세계는 무념의 세계이다.무념의 세계가 곧 무심의 세계이며, 그것이 곧 무아의 세계다.그러면, 그대는 신과 함께 범아일여이다. 그대가 어디에서 살던 간에그곳에서 말이 없고 시계가 없다면,죽음도 없으며, 그곳이 바로  천국이다.

두려움

두려움은 현재에 실존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것이다.현재에 일어나는 위험한 일은 맞대응만 할 수 있을 뿐이지 두려움은 없다.그러면 왜 미래에 대해서 두려워하는가?말할 것도 없이 그 두려움은 불안감에서 비롯되고,그 불안감은 미래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미래가 확정적이라면 불안할 것도 없고, 불안하지 않으면 두려워할 것도 없다.확정적인 사형수가 과연 두려워 할까? 경험하지 않은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긴장은 할지언정 두려워할 것 같지는 않다.아니다, 나는 군복무 시절에 사고로 인하여 경험하였는데,죽음에 대한 찰라적인 두려움은 있었지만 곧 사라졌다. 그런데, 미래가 확정적이라면, 그래서 뻔한 것이라면 살고 싶은 의욕이 남아있을까?미래는 모르는 것이며, 그래서 호기심이 발로되고그 호기심이 살아가는 원동력..

철학은 개다리춤이다

이 세계는 현재진행형이다.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다. 다시 말하면,세계는 현재진행형시제이며 과거시제와 미래시제는 필요없다.세계는 끊임없이 변한다, 한 시도 정지한 적이 없다. 그러므로, 세계를 명사로써 표현할 수 없고, 오직 동사로만 표현할 수있다.세계를 명사로 표현하는 순간, 그것은 버스가 지나가고나서 손드는 격이다.철학은 개념어의 유희다, 즉, 명사들의 조합에 의한 말장난이다. 사람들은개념어를 무척 좋아한다. 개념어는 움직이는 사냥감과 같은 동사가 아니라죽은 명사이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서도 넙죽 받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철학이 아무리 재미있어도,한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제자리걸음하는 개다리춤이다.종교가 미신이라면, 철학도 미신이며,철학자는 목사나, 사제나, 무아잔이나, 승려나 별반 다를 바 없다.개똥..

사랑

나의 사전에는 사랑이라는 말도 없다.언제나 가족 외에는 홀로인 내가 누구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인가.다른 사람은 내가 알 바가 아니고, 나는 사랑이라는 말을 사랑하다가 죽고 싶지는 않다.사랑은 신의 소관이지 나의 소관이 아니다. 사랑을 입에 올리는 자는 그 누구든 의심한다.나는 아직껏 아내에게 사랑이라는 말을 입에 올린 적이 없다.그런 말은 어린아이게나 할 수 있는 말이다.사랑, 행복, 이런거는 없다. 그 없는 것이 사랑이고 행복이니 잊어버려라. 색즉시공 공즉시색

행복

나의 사전에는 행복이란 없다.40여년 전에, 나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해지기를 기대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행복을 추구하다보면 나의 자유로운 삶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서였다.말하자면, 행복을 자유로 치환해버린 것이다.자유로운 삶이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것이다.나의 경험에 비춰보면 자유와 행복은 상관관계가 없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럴테면, 여행, 기타연습,독서, 조깅, 등산, 사이클링, 등은 행복과는 차라리 거리가 멀고 힘들 뿐이다.내게로 오는 행복이야 말릴 생각은 없지만, 내가 행복을 추구할 생각은 없다.행복은 파랑새라는 말이 있다, 즉 쫓아가면 달아나는 것이 행복이라는 말이다.행복과 불행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빛과 그림자처럼 동반관계에 있다...

신과 삶

흔히 신은 사랑이라고 말한다.내게 있어서 신은 바로 나의 삶이며, 그외의 다른 신은 없다.고로, 신의  사랑이란 나의 삶에 대한 사랑이다.그 사랑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사랑을 사랑하는 사랑이 아니다.자신의 삶을 사랑하지 않고 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거짓이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것이 신을 사랑하는 것이다.사랑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가리지 않는다.그냥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이다.그것이 낙원에서 추방당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자신의 삶이 일어나는 곳에서 선악과를 따먹지 마라, 추방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