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반려동물

박희욱 2009. 4. 18. 11:25

2천년 전, 베들레헴에 처녀의 몸으로부터 한 아기가 테어나서
아름다운 사람으로 꽃피어 났다.
제자들은 그의 아름다움에 감복하여
그가 십자가 위에서 남긴 사랑이라는 씨앗을 널리 널리 전파했고,
사람들은 그 씨앗을 2천년 동안이나 고이 보관해왔다.
지금도 그들은 사랑의 씨앗을 소중히 보관하고 있지만
그것은 이미 생명이 증발해버린 씨앗이다.

사랑이라는 씨앗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2천년 동안
그들은 서로 싸웠으며, 세상 곳곳에 나아가서 폭력을 휘둘렀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독일 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종교전쟁을 자행하였으며,
1,860년대까지 1,500만 명의 아프리카인들을 아메리카 대륙으로
짐승처럼 쇠사슬에 묵어서 끌고 갔으며,
2000만명을 희생시키는 러시아 혁명을 야기하였으며,
600백만명의 유태인을 도살하는 전쟁을 유발하였으며
5천만 마리의 아메리카 들소를 학살했고,
5천만 마리의 유럽 들소를 절멸시켰다.

그러했던 그들이 드디어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애호가가 되었다.
그것은, 그들이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는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애완동물을 끔직히 사랑해 왔고,
이제는 그 애완동물을 '반려동물'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반려자'는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사랑으로써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단지, 사랑의 말로써 살아갈 뿐이다.
사람들이 그토록 사랑의 시를 읊고,
그토록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그토록 사랑의 드라마를 짓고,
그토록 사랑의 설교를 널어 놓는 것은
과거에 사랑을 깊이 경험해서도 아니고,
지금 깊이 사랑하고 있어서도 아니고,
단지, 지금 사랑에 목말라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간직한 사랑의 씨앗은 꽃이 피지 않는
이미 죽은 씨앗이다.
사람을 사랑할 수 없는 그들이 동물을 사랑하는 것은 대용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제 죽은 사랑의 씨앗을 마음에서 폐기해야만 할 때가 왔다.
그때 만이, 인간의 가슴 깊이 억눌려 있던 사랑이 은은한 향기처럼 넘쳐날 것이다.
인간의 마음에 있는 사랑은 반드시 증오를 동반한다.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이 동반하드시.

사랑을 말하지 말아라

사랑을 구하지도 말아라

사랑을 의도하지도 말아라

사랑은 역설적이며, 역효과의 법칙에 따른다.

당신의 마음속에 간직한 사랑의 씨앗을 땅속에 묻어서
썩게 하라! 그러면,
그 사나이처럼 꽃으로 피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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