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당신은 볼행합니까?

박희욱 2009. 4. 18. 11:31

20세기 최고의 석학중 한 사람인 버트란드 러셀은,

사람들이 자신의 행복을 원했다면 인류는 벌써 낙원을 이루었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라즈니쉬가 이 말을 인용하면서, 사람들은 타인의 불행을 먹고 산다고 하였습니다.

조금 과격한 말인지는 몰라도 사실인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뉴스는 타인의 불행입니다.

대부분의 소설도 타인의 불행입니다.

대부분의 드라마도 타인의 불행입니다.

영화는 어떻습니까? 그것도 타인의 비극이 주종을 이루는 것이 아닙니까?

사람들은 그러한 타인의 불행에 관한 스토리를 즐기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러한 것으로부터 위안을 얻고,

잠시나마 자신의 불행을 잊으려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어쨋든, 사람들은 자신의 진정한 행복보다는 타인으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소나타를 타고 다니다가도 타인의 에쿠스나 벤즈나, 또는 BMW 등의 고급 대형차를 보면 위축되고 기분이 사뭇 나빠지는 일은 없는지요?

사실, 티코만 하더라도 옛날 임금님의 가마보다는 훨씬 훌륭한데도 불구하고,

그것으로 만족해 하는 사람은 드물지 않습니까?

재미교포 의사인 정한구 박사의 얘기가 생각납니다. 그는 어느날 벤즈 600을 새로이 뽑아서 파티장에 갔는데, 

마침 주차장에 조명등이 꺼져서 아무도 자신의 신차를 볼 수 없게 되자 그날 파티는 김이 새버렸다고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부자들, 또는 잘난 사람들의 파티는 즐거울 수가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모두 부러움을 사기 위해서 온 사람들 뿐이고, 부러워하기 위해서 온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느닷없이 열리는 가난한 사람들의 파티는 생동적으로 즐거울 것입니다. 아무도 자신을 자랑하기 위해서 참석한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두 부류의 파티를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영화 '타이타닉'에서 여실히 볼 수 있습니다.

부자들의 파티에서는 아름다운 실내악이 연주되고 있어도 아무도 귀기울이는 사람이 없습니다.

모두다 자기의 자랑을 널어놓을 기회만을 기다립니다.

사람들은 히말리아의 설봉에 목숨을 걸고 도전하기도 하고,

철인 3종경기에도 빠지기도 하고,

울트라 마라톤에 혼신을 다하기도 합니다.

나는 이러한 것들을 이해할 것 같기도 하면서, 때로는 이해 못할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사람들은 타인이 없다면 이러한 부질없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란 점은 분명하지 않을까요?


 

나는 사람들이 불행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때때로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은 행복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이다'라고.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타인의 부러움을 사기 위해서 우리의 삶을 소진하는 것을 그만둘 때입니다.

타인의 부러움을 사기위한 삶은 자신의 의사에 따라서 사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의사에 따라서 자신의 삶을 사는 꼴입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자신의 물줄기를 스스로 만들어 가면서 흘러가는 사람은 드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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