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글

낙동강 줄기따라 303km 라이딩 보고

박희욱 2009. 4. 19. 08:12

1. 첫째날(11월 17일): 110km 주행
안동댐(오전 10시 출발)-풍산-하회마을-풍양-낙동-선산(오후 6시 10분 도착, 숙박)

2. 둘째날(11월 18일): 111km 주행
선산(오전 8시 30분 출발)-구미-대구-현풍-남지-합천군 청덕면 양진리 적포교(오후 6시 50분 도착, 숙박)

3. 셋째날(11월 19일): 82km 주행
적포교(오전 8시 40분 출발)-남지-하남-삼랑진(오후 3시 40분 도착)

4. 후기
첫째날은 하루종일 햇볕을 볼 수 없는 흐린 날씨에다가 약간의 운무까지 끼는 기상이었고, 둘쨋날은 맑은 날씨였으며, 셋째날은 낮달이 뜨는 쾌청한 날씨였다. 둘쨋날부터는 발이 약간 시려울 정도로 기온이 떨어졌지만 라이딩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밀양 하남에서 만난 어느 촌부는 얼음이 언 것을 보았다고 했다.

지방도로에서는 교통량이 적어서 대체로 쾌적한 라이딩을 할 수 있었다.

애초에 야영을 하려고 캠핑장비를 모두 준비하였으나 포기하고 말았다. 적당한 야영장 찾기가 쉽지 않고, 물공급, 세면, 샤워, 추위, 화장실, 등등이 여의치가 않았다. 결국 불필요한 짐만 잔뜩 싣고 다닌 셈이다. 낮이 긴 여름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언제쯤이나 요소요소에 야영장이 설치되어서 저렴한 비용으로 편리한 여행을 즐길 수 있을까? 낙동강변에서 나홀로 커피잔을 들고서, 붉은 석양과 함께 저물어 가는 가을 저녁의 어스럼을 즐기겠다는 생각은 생각으로 끝났다.

모든 강이 그러하겠지만, 역시 낙동강도 아름다웠다. 그것은 인간이 아니라 흐르는 강물자체가 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경부운하 건설에 대하여는 찬성도 반대도 아니었었다. 그것이 얼마만큼의 경제적 가치를 줄지는 나로서는 전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반대입장에 서야할 것 같다. 낙동강의 아름다움과 생태계를 보전할 아무런 방도가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인간들은 오늘날 스스로를 달에까지 보냈다는데 대하여 대단한 자부심을 가진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에 일년이면 수천의 생명의 종들이 사리지고 있고, 지금 남아있는 숲은 본래의 10분의 1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그것이 사라진 한 종의 생명만큼이나 값어치가 있을까? 나에게는 그것은 계수나무를 베어내고, 옥토끼를 쫓아낸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

풍양의 어느 식당에서 주인 아주머니가 말했다. "그런 고생을 뭣땜에 하십니까?".
답변할 말이 없었다. 할 수 없이 "나도 르겠네요!"라고 했다.
또, 어느 식당에서 옆좌석에서 식사를 하던 한 촌부가 말했다. "머할라꼬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요?"
역시, 답변이 궁했다. "할 일이 없어서요"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졸지에 나는 백수건달이 되고만 느낌이었다.
정말 나는 할 일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릴없는 사람은 아니다.

장자가 이렇게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 "가치없는 일이야말로 진정으로 가치있는 일이다"
이것 또한 역설이지만, 나는 그의 말을 진리라고 믿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가치있는 일을 하라고 독려한다.

삼랑진역에 도착하니까 오후 3시 40분이었다. 5시 30분 정도까지는 라이딩할 수 있으니까 물금까지는 충분히 라이딩할 수 있겠지만, 추운 날씨에 무리하게 그 길의 고개를 넘을 필요가 없을 것같아서 라이딩을 종결하기로 하였다. 더구나 그 길은 이미 몇번 라이딩한 곳이다. 낙동강 라이딩의 최고의 고개는 삼랑진-물금 구간이다. 그외는 큰고개가 없었다.

삼랑진역에서 20분 연착한, 후 5시 17분에 출발한 열차로 해운대에 도착하니까 오후 6시 5분이었다. 오는 도중 차창밖으로 저멀리 김해평야의 서쪽 하늘에 드리워진 저녁노을은 장관이었다.

나는 머지않은 장래에 낙동강변을 끼고 달리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개설되는 날이 오기를 꿈꾼다. 그리고 내년에 새봄이 오면 우리 멋쟁이 라이더님들과 함께 이 길을 다시 한 번 라이딩하고 싶다.



내년엔 저도 참석 하겠읍니다... 야영모드로^^ 08.11.19 10:08
1박2일코스로 잡으시면 저도 생각해보겟습니다! 08.11.19 16:30
생각 관두세요. 08.11.20 07:36

자~알 다녀 오셨네요... 08.11.19 13:21
예, 덕분에... 08.11.20 07:36

몸 건강하게 잘 다녀오신 비베카님의 열정에 무한한 찬사를보내면서.... 08.11.20 09:47
감사! 머지않은 장래에 같이 장거리 라이딩할 기회가 오기를! 08.11.20 19:24

내년 일정에 시간이 맞으면 함께 비베카님 따라 동행하겠습니다.~ 08.11.20 11:59
고맙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08.11.2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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